* 월간암 기사 내용, 특히 투병기에는 특정 약품이나 건강식품 등의 언급이 있습니다.
이는 투병기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함인데 의약품이나 건강식품의 섭취여부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 하신 후에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 전문의와 상의하지 않은 결정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치료는 반드시 전문의료기관에서 받으시길 권고 드립니다.
- 순천만, 그 바람길을 따라서
글: 김철우 (수필가) 바다와 섬을 찾아 나선 내게 ‘어느 바다가 가장 좋더냐’라는 질문을 해온 친구가 있었다. 바다와 섬만 있으면 되지 어느 바다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그땐 웃고 말았지만, 만약 구석구석 돌아보고 싶은 바다를 고르라는 질문이었다면 크게 주저하지 않고 남해를 선택했을 것이다. 기실 남해의 항, 포구와 섬 그리고 유서...
- 등대에서 엽서를 쓰다, 소매물도
글: 김철우(수필가) 통영항 여객선터미널에 앉아 시계를 본다. 출항하려면 아직 두 시간이 남아 있다. 배표도 끊었으니 이제 느긋하게 식사나 하면 된다. 소매물도가 워낙 외진 섬이라 식당도 없고 민박집에서 식사를 제공하지도 않으니 약간의 먹을거리만 준비하면 그만이다. 민박집은 따로 정하지 않았다. 편한 곳이면 편한 대로, 불편한...
- 마음이 약국이다
글:박순근(힐링타운 다혜원 촌장) 2,000여 년 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오늘날 치료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의사가 몸과 마음을 분리해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플라톤의 말은 그때도 옳았고, 지금도 옳다.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이 문제점은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의사들은 질병 치료에 있어서 마음과 영혼의...
- [에세이] 아버지의 뒷모습
글: 김철우(수필가) 뒷머리의 길이와 정리된 정도. 때로 바람에 날려 헝클어지며 머리카락 사이의 두피가 언뜻 보이기도 하는. 어깨의 기울기와 대칭. 등의 굽은 각도. 걸을 때 팔꿈치를 중심으로 운동하는 상박, 하박의 각도. 감정의 밑바닥에서 끌어올려지는 것에 의해 유기적으로 흔들리는, 또는 바람 같은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부서지거나 ...
- [에세이] 미역국 먹는 날
글: 김 철 우(수필가) 오늘도 미역국 한 그릇을 맛있게 비워냈다. 사발에 안다미로 퍼준 미역국을 받아 들자 증진 효과라도 있는 듯 식욕이 일었다. 오랜 시간 끓여 부드러워진 미역과 적당한 양의 소고기 그리고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고, 바다의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국물은 사발을 들어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신 후에야 수저를 놓게 했...
- 가자미식해(食醢) 유감(遺憾)
글: 김 철 우(수필가) 남도의 사찰을 돌아보는 여행을 하고 있다. 때로는 절집에 들러 하룻밤 머물기도 하고, 한나절 절집 마당을 서성이다가 돌아서기도 한다. 그런 일정 중에 근처의 유명한 맛집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들르는 편이다. 지난봄 부산 금정산 주변의 먹거리를 찾다가 한 식당 이름을 발견하고 쾌재를 불렀다. ‘북한음...
- [에세이] 오래된 집
글: 김철우(수필가) 상도동의 그 골목길 끝에는 아직도 가로등이 서 있다. 골목 입구의 구멍가게는 이제 ‘나들가게’라는 그럴듯한 간판으로 단장했고, 맞은편에 있던 대림탕은 역시 채산성을 고려한 건축업자에 의해 꼬마 빌딩에게 자리를 내줬다. 어린 시절, 두려움 속에 달렸던 골목 양쪽의 키 낮은 기와집들은 이미 공동주택들이 들어서며 훌쩍...
- [에세이] 지키지 못한 약속
글: 김철우(수필가) 며칠 전 집 근처에서 열 발자국쯤 앞에서 길을 걷는 할머니의 뒷모습이 시선을 잡는다. 풍성하지만 온통 하얗게 센 머리에, 약간 굽은 등, 남들보다 좁은 보폭과 빠른 걸음걸이가 영락없이 어머니의 뒷모습이다. 몇 해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무슨 할 말이 있으신지 돌아서서 말씀하실 것 같아 거리를 유지하고 뒤를 따르자니...
- [에세이] 사유(思惟)를 만나다
글: 김철우(수필가) 가벼운 옷을 골랐다. 늘 들고 다니던 가방을 놓고, 가장 편한 신발을 신었다. 지난밤의 떨림과는 무색하게 준비는 간단했다. 현관문을 나서려니 다시 가벼운 긴장감이 몰려왔다. 얼마나 보고 싶었던 전시였던가. 연극 무대의 첫 막이 열리기 전. 그 특유의 무대 냄새를 맡았을 때의 긴장감 같은 것이었다. 두 금동 미...
- [에세이] 고정희 시인 생가(生家)에서
글: 김철우(수필가) 오롯이 그녀를 만나기 위해 나선 길은 아니었다. 남도사찰기행의 하나로 해남 지역의 사찰 몇 곳을 둘러보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군청에서 우편으로 받은 해남 지도를 펼쳐놓고 이리저리 가야 할 곳을 찾아 일정을 정리하다가 ‘고정희’란 이름 석 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생가가 남도 어디쯤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