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야초
식용, 약용 모두 가능한 팔방미인 쑥에 대해 알아보자
구효정(cancerline@daum.net) 기자 입력 2013년 06월 30일 18:28분574,458 읽음

봄볕아래 나른함을 달래려 눈을 들면 노란 개나리와 하얀 벚꽃이 자태를 뽐내고 여기저기 아름다운 색으로 빛난다. 단조롭던 계절을 벗어나 활력을 되찾는 이 봄엔 무심코 내딛은 발 아래도 초록빛으로 무성하다. 그 사이로 유독 많이 보이는 잡초가 하나 있다. 들이며 밭이며 건물 틈새까지 자리하지 않은 곳이 없다.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쑥쑥 자란다고 그 이름도 바로 쑥이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에는 보릿고개를 이기는 구황식물이었고, 향긋한 내음은 봄을 대표하는 나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예로부터 그 뛰어난 효능으로 가치를 인정받았으며 최근에는 항암기능으로 더욱 사랑받고 있다.

국화과의 여러해살이 풀인 쑥은 식용과 약용으로 두루 쓰이는데 흔히 먹는 나물은 부드럽고 어린 쑥으로 꽃이 피기 전 채취한 것이라야 향이 좋고 독성도 없다. 약으로 쓰거나 뜸으로 이용되는 것은 '약쑥'이라하고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강화도의 약쑥을 최고로 꼽는다. 강화도에선 이맘때 쑥이 지천으로 널렸다. 강화도에 자생하는 쑥은 5~6종이 있고 그중 최고로 치는 것은 '싸주아리쑥'이다.

마니산을 중심으로 널리 분포된 싸주아리는 줄기가 가늘고 흰색이며 결각이 다소 많고 부드러우며 평편하고 둥근 모양으로 밝은 녹색을 띄고 있다. 박하향과 비슷한 향이 나 향기롭고 잘 건조하면 잎이 누런색을 띄고 중심 줄기도 하얀 빛이다. 최근 약성이 뛰어나다는 소문에 너도나도 쑥을 뿌리째 채취하고 일부 주민들의 제초제 사용으로 토종약쑥이 사라져 가고 있다고 하니 지역생태관리가 시급해 보인다.

약용으로 쑥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채취시기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나 인진쑥과 같은 경우 예부터 황달 치료에 이용되었는데, 저 유명한 화타는 음력 3월까지 채취한 쑥은 인진이라 병을 치료하고 4월의 쑥은 불쏘시개로 사용하라고 했다. 강화의 약쑥은 단오 즈음에 채취한 것을 최고로 친다. 더구나 뜸으로 이용하고자 한다면 3년은 묵어야 한다. 신선한 쑥으로 뜸을 뜨면 근맥을 상하게 한다고 '본초강목'에 기록하고 있다.

쑥은 만병통치약이라 불려도 손색없을 만큼 인체에 유효한 성분을 지녔고 다양한 효능을 발휘한다. 그 효능을 일일이 나열하다보면 어쩌면 어느 조용한 시골에서 설레발치는 약장수를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부인병에 특히나 이롭지만 어디하나 좋지 않은 곳이 없다. 자궁질환, 폐질환, 아토피, 위장병, 간염, 황달, 중풍, 빈혈, 천식, 두통, 신경통, 고혈압, 만성피로, 생리불순, 등 크고 작은 것에 효험이 있고 성인병 예방에서 피부미용까지 다양하게 쓰인다. 최근에는 항암효과가 탁월함이 알려지면서 많은 암환자에게 각광받고 있다. 세계 전역에 지천으로 널린 잡초다 보니 그 종류도 다양하고 그에 따라 효능도 조금씩은 다르지만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쑥에는 좋은 엽록소가 가득하다. 쑥의 타닌 성분은 강한 항산화제로 세포의 노화를 방지하고 그 작용으로 모든 질병을 예방하고 암과도 싸우는 힘을 갖는다. 또 피를 맑게 만들고 미세혈관을 확장시킨다. 신진대사가 원활해지며 혈행이 개선되니 위장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며 맑은 피는 혈액 속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혈압조절을 하고 지방 대사를 도와서 비만의 위험으로부터 지켜주기도 한다.

엽록소의 항산화작용과 풍부한 섬유질로 인해 변비를 예방하고 쾌변을 도와주니 피부노화를 개선하는데도 탁월하다. 거기에 더해 각종 무기질과 미네랄, 풍부한 비타민은 체내의 독소를 분해하여 체외로 배출하는 강한 해독작용을 한다. 이는 면역력을 상승시키고 체력을 개선하여 피로회복, 야맹증 개선, 당뇨개선 등과 같은 효력으로 이어진다. 쑥은 특히나 자궁을 따뜻하게 해주어 생리불순, 아랫배가 차가워 생리통이 있는 경우 복용하면 효과적이고 여성의 냉기와 습기를 해소한다. 또 지혈효과가 있고 항균작용을 하며 특유의 은은한 향으로 해충을 물리친다.

과거에 쑥은 생각보다 많은 생활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쑥으로 연기를 피워 모기와 파리 등의 해충을 쫓는데 사용되었고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 믿었다. 서양에서는 베게 밑에 쑥을 넣으면 자신의 미래를 꿈속에서 볼 수 있다 믿었고 번개가 심하게 치거나 전염병이 돌면 쑥을 대문에 걸어두었다. 인디언들도 쑥이 몸을 정화한다고 믿어 일부 부족은 여성의 성인식에 사용했다. 이밖에 불을 피우는 재료로, 옷과 생활용품을 만들어 쓰였으며, 천연염료로도 이용되었다. 현재까지도 목욕제, 화장품 등 그 쓰임이 여전하다.

쑥으로 세안을 하면 기미와 잡티, 여드름 개선에 도움을 준다. 쑥과 함께 물을 20~30분 정도 끓여 식힌 후 냉장보관하고 세안 마무리 단계에 사용한다. 팩으로 이용하면 피부진정의 효과가 있다. 쑥으로 즙을 내거나 쑥 가루를 이용해 밀가루와 함께 개어 얼굴에 바르고 20분정도 지나 깨끗이 씻어내면 된다. 쑥은 자궁을 따뜻하게 하는 성질이 있으므로 좌훈을 하면 특히 여성질환이나 하복부비만 해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쑥을 말려 베게로 이용하면 숙면에 도움을 받고 차로 이용하면 중금속 배출에 효과가 있다.

특히나 많이 이용하는 방법은 뜸이다. 뜸은 쑥을 살갗 위에 직접 놓고 태워 약 60~70°열도의 가벼운 화상으로 살갗 속에 포함된 단백이 열에 의해 분해되어 화상독소가 생기면 이것이 혈청에 흡수되며 자극소로 작용하여 적혈구, 백혈구의 수치를 높이고 생체방어시스템을 가동시킨다. 이로 인해 자연치유력이 촉진되어 면역이 강화되는 것이다. 이때 몸의 아무데나 뜸을 떠서는 안 되며 경혈이라 불리는 특정부위에서 작용함을 알아야 한다.
기가 허하거나 몸이 찬사람, 남성보다는 여성, 만성질병을 지닌 사람이 뜸을 뜨면 효과적이지만 음주상태이거나 임신부, 당뇨환자, 열이 있는 자는 뜸을 피해야 한다. 또한, 손바닥이나 발바닥, 생식기 주위, 동맥과 정맥이 분포되어 있는 곳에 뜸을 뜨지 않도록 주의한다.

단군신화에 마늘과 함께 처음으로 등장한 쑥은 곰이 여자로 태어나는 결정적인 식품이다. 여성에게 더욱 효능이 뛰어남을 우리의 조상들도 알았던 듯하다. '애쑥국에 산촌 처자 속살 찐다'라는 속담도 있다. 중국의 의학서 본초강목에 따르면 음기를 돋워 새살이 오르고 아이를 갖게 하며 몸 속 찬 기운과 나쁜 기운을 몰아내 따뜻하게 해주니 여성의 생식에 이롭고 출산의 능력을 높여준다고 되어있다. 자궁출혈, 월경불순, 냉증 등 여성질환에 도움을 주니 생즙을 내거나 차로 달여 꾸준히 복용하면 된다. 차는 쑥을 건조하여 미지근한 물에 우려 마셔도 되고 신선한 쑥을 잘게 썰어 설탕과 1:1의 비율로 재워두었다가 끓여 마셔도 된다.

술독을 푸는데, 식욕을 돋우는데, 소화를 돕는 데에 생즙이 좋다. 감기로 열이 나거나 설사를 할 때엔 말린 쑥에 생강을 넣고 달여 마시면 효과가 좋다. 신선한 어린 쑥을 깨끗이 씻어 물기 없이 설탕과 1:1 비율로 절여 효소를 만들어 먹어도 면역증강에 좋다. 농사철에 병아리와 어린 돼지들에게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이 효소를 먹이기도 하니 사람에게만 좋은 것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쑥을 살짝 데쳐 냉동고에 보관해 두었다가 쑥이 없는 겨울에 쑥밥이나 쑥떡을 해 먹어도 좋다.

• 쑥 조청 |신선한 어린잎을 준비하여 곱게 찧는다. 엿기름 1컵에 미지근한 물 2컵을 부어 2시간 두었다가 체에 걸러 웃물을 받는다. 찹쌀 1컵을 씻어 불린다. 불린 찹쌀과 엿기름물을 2:1로 해 쑥즙과 함께 넣고 약한 불에서 4시간 정도 고아 조청을 만든다.

• 쑥밥 |어린 쑥을 깨끗이 다듬어 물기를 뺀다. 밥을 짓다가 뜸이 들기 전에 쑥을 밥 위에 올려놓고 뜸을 들인다. 밥이 되면 양념장으로 비벼 먹는다. 처음부터 쑥을 넣고 밥을 지으면 쑥이 누렇게 변한다.

인류가 생겨나기 전부터 지구에 존재했던 쑥은 오랜 세월 이어져온 만큼 생명력이 남다르다. 양지바른 풀밭에서도 잘 자라지만 건조하고 추운 날씨에도 잘 적응한다. '쑥대밭이 되었다'는 말이 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터진 후 폐허가 된 그 자리에 쑥이 처음 자라 땅을 뒤덮었다고 한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다. 이렇게 강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쑥이지만 오래 그 자리를 지키지는 않는다. 척박한 환경에 뿌리를 내리고 주위의 수분을 흡수하고 생명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이내 다른 식물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땅의 자양분으로 돌아가 더욱 땅을 비옥하게 만든다. 쑥이 생명력과 약성보다 더욱 경이로운 것은 원자폭탄이 지나간 폐허와 같은 곳에 다시 꽃이 피게 만들어주는 새 생명의 희망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월간암(癌) 2013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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