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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죽과 호박메편
구효정(cancerline@daum.net) 기자 입력 2013년 01월 21일 17:14분676,162 읽음
"호박을 호박같이 그리려고 노력한다. 내 생각이 당신과 같기보다는 오히려 다르려고 더욱 호박을 그린다. 밤을 새워 눈물을 닦아가며 호박을 만지고 그리고 또 그렸다. 나는 우주를 발견하고 울었다."
호박만 그리는 별난 화가 박한 씨가 호박을 그리는 이유를 밝힌 대목이다. 호박을 만지고 그리며 우주를 발견할 만큼 그 속에 신묘함이 담겨 있는 걸까.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다’거나 ‘뒤로 호박씨 깐다’는 속담처럼 크고 못생긴 겉보기와는 달리, 버릴 게 하나 없는 열매채소임에는 틀림없다. 잎은 쌈 싸먹고, 애호박은 나물, 전, 찌개 등에, 늙은 호박은 떡, 엿, 죽 등에, 호박씨는 스태미나 간식으로 그 쓰임새가 매우 다양하다.

호박은 웬만한 기후이면 어디서든 잘 자라서 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되어 있고, 가뭄과 병에도 강해 약제 살포가 필요없는 무공해 식품이기도 하다. 호박은 옥수수, 강낭콩, 고추와 함께 멕시코의 고대 문화를 지탱해온 중요 작물이다. 인류가 호박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9,000년 전부터로 추정되며, 그로부터 오늘날까지 여러 형태로 분화되어 왔다. 특히 콜럼버스에 의해 전 세계로 전파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호박은 중남미 열대지방과 동아시아 원산의 동양호박(pumpkin), 아메리카 고산지대 원산인 서양호박(winger squash), 북아메리카 남부지방 원산의 페포호박(summer squash), 이 3가지가 주를 이룬다. 가장 역사가 오래된 것은 동양호박으로서 통일신라시대 때 이미 재배되었다.

동양호박은 과실이 익으면 황색이 되고 크기가 상당히 커진다. 익기 전부터 맛이 좋아 애호박으로 많이 이용되며, 꼭지가 단단해지고 오각 모양으로 각이 진다. 서양호박은 완숙되어야 맛이 나고 꼭지가 원통 모양으로 동양호박과 구분되며, 익은 과실을 주로 쪄서 먹는다. 폐포호박은 줄기가 짧고 넝쿨성이 아닌 것도 있는데, 덜 익은 과실을 주로 사료용으로 사용한다.

호박은 박과에 속하는 넝쿨식물 중에서 영양가가 가장 높다. 과채류 중에서 전분의 함량이 가장 많아 한 끼 식사로 너끈하므로, 제1, 2차 세계대전 당시 대용식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한다.
늙은 호박이 노란 색을 내는 것은 카르티노이드계 화합물 때문이다. 호박에 많이 들어 있는 베타카로틴은 체내에 들어가면 비타민 A의 효력을 나타낸다.
호박은 기름으로 조리하는 것이 좋은데, 기름이 카로틴의 흡수를 높이기 때문이다. 호박의 당분은 소화 흡수가 잘 되어 위장이 약하고 마른 사람, 회복기 환자에 좋으며, 이뇨작용을 하는 칼륨 성분이 많아 예부터 출산 후 산모의 부기를 빼는 데는 늙은 호박이 으뜸이었다.

이외에도 비타민 C와 B2가 풍부하고 식이섬유가 많은 반면, 같은 양의 밥에 비해 칼로리가 1/4, 고구마에 비해서는 절반 정도에 불과하므로 다이어트식으로도 안성맞춤이다. 호박에는 비타민 C를 파괴하는 아스코르비나제라는 효소가 들어있지만 호박은 생으로 먹지 않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늙은 호박은 가을에 구입하여 보관만 잘 하면 겨우내 먹을 수 있어 비타민 A의 보충에 효과적이다. 얇게 썬 호박을 햇빛에 말리면 호박의 베타카로틴 성분이 강화되고 단맛도 증가하므로 죽이나 떡을 해서 먹을 땐 이 방법을 택하도록 하자.

우리 속담의 ‘호박씨 깐다’는 말은 뒷전에서 모사를 꾸미는 걸 빗댄 말인데, 기실 호박씨 까는 사람은 머리가 좋은 사람이다. 호박씨에는 칼륨, 칼슘, 인 등의 무기질이 풍부하고 비타민 B가 많다. 주성분인 지질이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고 머리를 좋게 하는 레시틴과 필수 아미노산이 골고루 함유되어 있어 두뇌기능을 높여줄 뿐 아니라 고혈압이나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호박잎 역시 다량의 비타민이 들어 있고 밥의 1/10밖에 안 될 정도로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식으로 좋다. 잎과 줄기를 살짝 삶아서 쌈장이나 강된장에 싸먹으면 여름철 입맛을 살리는 효과도 있다.

호박죽 만들기
재료
늙은 호박 500g, 물 4컵, 설탕 4큰술, 소금 1/3작은술, 찹쌀가루 1/2컵, 물 1/2컵

만드는 법
① 늙은 호박은 깨끗한 행주로 닦아 작게 등분하여 씨를 빼고 껍질을 벗긴다.
② 껍질을 벗긴 호박은 잘게 썰어 물을 붓고 푹 끓인다.
③ 호박이 푹 익었으면 으깨어 체에 내린다.
④ 찹쌀가루에 물을 섞어 걸쭉한 농도로 만든다.
⑤ 냄비에 체에서 내린 호박을 넣고 끓으면 설탕, 소금으로 간한다.
⑥ 찹쌀가루액을 넣어 걸쭉하게 농도를 맞춘다.

호박메편 만들기
재료
맵쌀 5컵(소금 1작은술), 설탕물(물 1컵, 설탕 2큰술), 천둥호박 800g, 설탕 1컵, 거피팥 2컵, 소금 1큰술

만드는 법
① 멥쌀은 깨끗이 씻어 불려서 가루를 내어 체에 친다.
② 설탕물을 끓여 식혀 ①의 가루에 섞어 손으로 비벼 다시 체에 내린다.
③ 천둥호박은 반으로 갈라 껍질을 벗기고 씨를 파내어 3cm×3cm×3cm 크기로 납작하게 썰어 설탕에 버무린다.
④ 거피팥은 물에 씻어 3~4시간 불려서 껍질을 벗기고 찜통에 쪄서 소금을 넣고 30여 분 더 뜸을 들인 다음 체에 내린다.
⑤ ②의 쌀가루에 ③을 섞는다.
⑥ 찜통에 보를 깔아 ④를 한 켜 깔고 그 위에 ⑤를 0.5cm 두께로 고루 펴서 다시 ④의 고물을 얹어 찜통에 찐다.
⑦ ⑥을 찐 후 4cm×4cm로 썰어 그릇에 담아낸다.
월간암(癌) 2013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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