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일반
실내공기 오염과 건강
고정혁 기자 입력 2011년 10월 31일 18:30분868,492 읽음

현대적 산물이 배출한 것들

최근 몇십 년 사이에 건축자재와 건물의 가구 구성이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다. 건축자재로 천연 원목 대신 압축 목재나 섬유판이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이쪽 벽에서 저쪽 벽까지 바닥 전체를 카펫으로 덮는 일은 훨씬 더 일반적인 추세가 되었다.
가정이나 사무실에 있는 가구들의 주재료도 이제는 원목이 아니라 다양한 접착제와 수지로 붙여서 만든 합성품이다. 가정, 사무실, 공공건물에는 우리의 안락, 일, 쾌락을 위한 전자제품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이런 제품들에서 여러 가지 유기화합물이 발생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합성물질은 수백 가지의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을 공기 중에 쏟아낸다.
사람도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특히 환기가 잘 안 되는 밀폐된 장소에서 살거나 일할 때는 더욱 그렇다. 이 사실은 비행기로 여행할 때처럼 많은 사람들이 장기간에 걸쳐 제한된 장소에 있게 되면 더욱 명백해진다.

러시아와 미국의 과학자들은 수년간에 걸쳐 우리가 150여 가지의 휘발성 물질을 공기 중에 내뿜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런 물질들에서는 이산화탄소를 포함하여 일산화탄소, 수소, 메탄, 알코올, 페놀, 메틸인돌, 알데히드, 암모니아, 황화수소, 휘발성 지방산, 인돌, 메르캅탄, 질소산화물(이산화질소) 등이 포함된다.

일반적인 생물학적 과정을 통하여 방출되는 물질을 '생체 배기'라고 부른다. 1인당 생체 배기율을 측정하는 연구들이 실시되고 있는데, 그 연구들에 따르면 주요 생체 배기에는 아세톤, 에틴알코올, 메틸알코올, 에틸아세테이트 등이 있다.

요약하자면 실내공기는 주로 밀폐된 건물과 합성물질로 만들어진 가구, 환기의 감소, 그리고 인간의 생체 배기라는 세 가지 요인 때문에 나빠진다. 건축가, 기술자, 그리고 보건 공무원들은 현대식 건물이 우리가 숨쉬는 공기의 질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가를 예측할 만한 통찰력을 갖지 못했다. 그 결과,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현대식 재앙이 불어 닥친 것이다.

실내공기의 오염과 건강
1980년대 초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 건물을 밀폐한 유럽, 캐나다, 미국에서 수많은 질병들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실내공기 오염은 확산되었고, '건물증후군(sick building syndrome, SBS)' 이란 현상이 어휘 사전에 새롭게 등장하였다. 건물병증후군은 한 특정 건물 또는 어떤 건물의 특정 장소에서 살거나 일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경험하는 증상들을 표현할 때 사용되는 용어이다.

통상적인 분석으로는 이러한 질병의 원인과 기원을 밝혀내기 힘들지만 일정 기간 동안 건물을 떠나면 대개 그 증상들이 없어지고, 다시 건물로 들어가면 증상이 재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음은 건물병증후군과 관련하여 자주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알레르기, 두통, 천식, 신경계 질환, 눈코목의 따가움, 호흡기 울혈, 피로, 비강 울혈

건물병증후군이라는 용어가 그 원인이 입증되지 않은 증상들을 나타내는 데 반하여 '건물 관련 질환'이란 용어는 특정한 원인이 있다고 인정되는 질병을 설명할 때 사용된다. 건물 관련 질환의 예는 석면폐증(석면 노출이 원인이 되어 생기는 병)이나 냉‧난방장치의 고인 물에 서식하는 박테리아로 인한 레지오넬라병에서부터 심하게는 폐암에까지 이른다.

1984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적으로 약 30%에 달하는 신축 건물 또는 리모델링 건물에서 실내공기의 질 문제가 발생한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1989년 가을에 미국환경보호청은 에너지 효율이 높은 10개 공공건물의 실내공기에 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는데 그 보고서에 따르면, 어떤 화학물질은 일반적인 장소에 비해 100배 이상이나 많았다고 한다.
또 그 보고서는 "실내공기 오염 정도를 볼 때 많은 국민들이 공기 오염에 노출되어 있으며 그로 인해 심각한 급성 또는 만성 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실내공기 오염은 실외공기 오염보다 더 큰 위험성을 안고 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장시간에 걸쳐 노출되기 때문이다.

<실내의 알레르기 원인물질>이라는 제목의 미국 의학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5명 가운데 1명이 생활 속의 어떤 특정한 때에 알레르기 관련 질환을 경험하며 그런 질환 가운데 상당수가 실내에 있는 알레르기 원인물질에 의해 유발된다고 한다.

임상 생태학은 T.G. 랜돌프 박사를 창시자로 여기는 의학 분야이다. 임상 생태학자들은 상당수가 알레르기 질환 전문가이다. 그들은 1950년대에 환경 독소가 전염성 미생물만큼 우리 건강에 유해하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다른 분야에서 독립함으로써 임상 생태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만들었다.

여전히 많은 의사들이 화학물질 과민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정신 장애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는 현실이지만, 화학물질 과민증과 건물병증후군에 관한 수천 개의 사례에서 얻은 방대한 과학적 데이터는 랜돌프 박사의 분석이 옳았음을 분명히 증명한다.

<실내공기 정화식물 50가지>, 윌버튼, 중앙생활사

월간암(癌) 2011년 10월호
추천 컨텐츠
    - 월간암 광고문의 -
    EMAIL: sarang@cancerline.co.kr
    HP: 010-3476-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