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야초
해독, 염증을 없애는 말벌집
고정혁 기자 입력 2011년 03월 08일 17:53분894,839 읽음

풍을 없애고 해독하고 살충효과 있는 말벌집

말벌은 머리는 황갈색이고 정수리에는 흑갈색의 마름모꼴 무늬가 있다. 머리 방패의 윗슭과 옆슭이 만나는 곳은 검은색, 더듬이는 적갈색이다. 산지의 집 처마 밑이나 바위 벼랑에 집을 만들고 새끼를 기른다. 어른 벌은 6~10월에 활동하며, 나무 수액도 모으고 다른 곤충류를 잡아먹기도 한다.

말벌 중에서 가장 힘이 세고 큰 것이 ‘장수말벌’이다. 몸길이가 37~44mm이며 몸에는 갈색이나 황갈색의 잔털이 빽빽이 나 있고 배에는 황갈색의 털이 성기게 나 있다. 어른 벌은 4~10월에 활동한다. 땅속이나 나뭇가지에 큰 집을 짓는데, 이들 가족은 가을에 해체되고 짝짓기한 암컷은 굵은 고목의 빈 공간 속에서 겨울을 난다.
한국산 벌 중에서 가장 큰 종으로 매우 공격적이고 독성이 강하여 쏘이면 심한 상처를 입으며 사망할 수 있다. 충청도에서는 장수말벌을 ‘왕퉁이’ 또는 ‘황퉁이’라고 부르는데, 무섭게 날아오는 모습을 본다면 대부분의 사람이 기절할 정도이다.

필자는 시골에 살 때 가을에 도토리를 따러 돌떡매를 메고 도토리나무인 참나무를 치다가 장수말벌 때문에 도망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한번은 친구 둘과 영지버섯을 따러 갔다가 앞의 동료가 모르고 땅속에 집을 짓고 사는 말벌집 입구를 발로 밟고 지나가 버렸다. 그때 말벌이 공격하는데 앞의 두 명은 말벌 삼십여 마리에 휩싸여 한 친구는 땅에서 데굴데굴 구르다가 실신해버렸다. 다른 한 친구는 급히 움직이지 말고 뻐꾹 뻐꾹 소리를 내며 몸을 낮추고 천천히 움직이라고 알려주었다.

필자도 두 친구를 도와주다가 등에 세 방을 쏘였는데, 마치 큰 몽둥이 두들겨 맞는 것처럼 아팠다. 한 시간가량 산속에서 말벌과 사투를 벌이다가 실신한 친구를 등에 업고 시내로 내려와 응급조치를 취하여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두 친구는 그 당시를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고 말하는데 말벌이 입으로 물어뜯은 상처는 지금도 남아 있어 평생 간직하게 될 것 같다.
말벌에 쏘여 죽지만 않으면 천연항생제를 맞는 것과 같다는 시골 노인들의 말씀을 위안으로 삼고 상처를 볼 때면 당시를 회상하곤 한다.

초대형 말벌집을 직접 따기도 했다. 2002년 12월, <산야초 여행>을 가기로 예정된 경남 밀양의 서가정 마을 뒷산인 도리산을 사전답사하려고 올랐다. 저수지 언덕에 올라가니 바로 거대한 소나무 위에 붙은 말벌집이 보였다. 말벌집을 떼어 풀밭에 놓고 디지털 사진기로 아름다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무게는 집에 와서 저울에 달아보니 1킬로 100그램이나 나가는 초대형 말벌집이었다. 자세히 볼수록 감탄이 절로 나왔다. 말벌의 본능적인 지혜가 이렇게도 섬세하게 집을 지을 수 있단 말인가?

노봉방의 성분과 효능

매년 가을에 무덤에 벌초하다가 한해에 대여섯 명이 사망하는 맹독을 자랑하는 왕퉁이 말벌이지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놀라우리만큼 신효하다.
말벌집인 노봉방에 관해서 북한에서 펴낸 <동의학 사전>에서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맛은 맵고 쓰고 짜며 성질은 평하다. 풍을 없애고 해독하며 살충한다. 항암작용, 혈액응고촉진작용, 강심작용, 이뇨작용, 강압작용(일시적) 등이 실험적으로 밝혀졌다.
유방암, 식도암, 위암, 비암, 인두암, 피부암, 간암, 폐암 등에도 쓴다. 민간에서는 신염에도 쓴다.

말벌집은 노봉방이라 하여 귀하게 쓰이는 한국 전통의 민간요법 약재료이다. 벌집은 무균상태이며 예부터 숨은 보물이라 하여 산삼보다 더 좋은 귀한 영양식품으로서 효능으로는 중풍, 기관지천식, 기관지염, 당뇨병, 간기능 개선, 유방암(염), 각종 신장염, 뱃속 염증, 종창, 통증, 기관지염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전해 내려오고 있다.

또한 <본초강목>에는 풍을 물리치고 독을 없앤다, 종기를 없애고 통증을 멎게 한다고 하였다. 요즘에는 화장품이나 치약에도 사용하는 귀중한 천연 보물이다.

노봉방 활용법

노봉방 채취 및 법제법
1. 깨끗이 씻고 충분히 찐 다음에 작은 덩이로 썰어서 말린다.
2. 약간 누르스름하게 볶아서 사용한다.
3. 벌집을 부수어 항아리에 넣고 염분이 있는 진흙으로 봉한 후 약성이 남게 태우고 꺼내어 화독을 없앤다.
4. 불에 오랫동안 끓인 것이 좋다.
5. 잘게 부수어 술에 하룻밤 담갔다가 불에 구워서 쓴다.

노봉방 복용법
1. 하루 3~6그램을 물로 달여서 복용한다.
2. 약성이 남도록 태워 즉 볶아서 가루 내어 복용한다.
3. 외용 시 노봉방을 가루 내어 개어서 바르거나 달인 물로 환부에 약기운을 쐬거나 씻는다.

배합 및 주의사항
1. 기혈이 허약한 사람은 신중히 복용해야 한다.
2. 말린 생강, 단삼, 황금, 작약, 모려(굴껍질)와 함께 사용하면 약성이 약해진다.
3, 병이 기혈허에 속하고 외사가 없는 사람과 악창이 곪은 후 원기가 쇠약해진 사람은 모두가 복용해서는 안 된다.

노봉방을 복용할 때 적당량을 먹는 것이 안전하다. 노봉방의 독성은 노봉방 속에 들어 있는 정유성분이다. 독성이 강하여 과량 복용 시 급성 신장염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오래 달여 먹거나 볶아서 정유를 날려 보내고 먹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월간암(癌) 2010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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