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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이야기 - 올해는 기적을 만들어 나가십시오
고정혁 기자 입력 2010년 12월 27일 15:54분878,997 읽음

2009년 12월호 <백두대간을 넘어, 암을 넘어>, 2007년 4월호 <킬로만자로를 딛고 서다>
송봉준님의 새해 메세지
어느덧 위암 수술한지도 오 년이 되어가고 있네요. 남들은 오년이면 완치니 뭐니 하면서 다 나았으니 좋겠다고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그동안 보고 듣고 겪고 보니 이놈의 암이라는 게 그리 쉽지 않더군요. 저도 처음에는 오년만 지나면 안심하고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마음은 더 바빠지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많은 암환우들을 만나고 또 떠나보냈습니다. 사람 만나고 어울리기를 좋아하다보니 환우들 모임에도 많이 나가고는 했는데 이제는 떠나는 일에 대해 많이 겪어서 그런지 아니면 언젠가는 내게도 다가올 일이라 여기며 자연스러워진 것인지 아무튼 무감각해진 것 같습니다.

저의 하루 일과는 단순합니다. 일어나 아침을 먹고 헬스장으로 가서 운동을 하고 그 다음에는 산에 등산을 가거나, 암벽을 타기도 하고, 새처럼 자유롭고 싶어 마음 따라 전국을 쏘다니기도 하고, 때로는 외국을 나가기도 하며 그렇게 야인처럼 세상과 동떨어져 산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주변을 다 정리하고 스트레스 받는 모든 것을 멀리하고 내 자신의 마음대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쩌면 지독한 이기심일지는 몰라도 내가 없으면 이 세상도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마음대로 산다고 실컷 놀기나 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쏟은 눈물과 땀방울은 얼마인지…. 외로움과 두려움은 암환자면 누구나 이해하지만 결국 혼자 견디고 삭히고 뛰어넘어야 할 것들이지요.

2010년 새해를 맞아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마음은 늘 한결같다 여기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몸이, 생각이 조금씩 풀려가고 나태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사랑하는 환우 여러분!
이 세상에는 어떤 기적이나 비방, 비법은 없습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비방이고 비법입니다. 모두들 저보고 기적이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전 오늘 여기까지 오기 위해 누구보다 많이 울었고 많이 움직였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어찌 쉽게 여기까지 왔겠습니까. 기적은 가만히 앉아서 기도만 한다고, 원하기만 한다고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잘 먹고 먹은 만큼 움직여야 합니다. 운동이 동반되지 않는 투병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환우의 투병을 보면서 깨닫고 또 다시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것이 바로 운동입니다. 스트레스를 멀리하고 항상 긍정의 힘, 자신의 힘을 굳게 믿어야 합니다. 스스로의 힘을 길러야 합니다. 이 병은 의사, 아니 그 누구도 고쳐주지 못합니다. 다만, 사람들로부터 정보와 방법과 힘을 기르는 법을 얻는 것이지요.
제일 중요한 것! 먹어서 소화시키고 운동하고 마음을 비우는 것은 오직 나 자신만이 해야 하고, 나 자신만이 할 수 있습니다.

올 2010년은 이 글을 읽는 모든 환우들이 남들이 말하는 기적을 만들어 나가는 한해가 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월간암(癌) 201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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