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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 이야기] 김경희의 간병기 ⑫ 최종회 - 기적은 다 함께 만들어 가는 것
고정혁 기자 입력 2009년 06월 19일 14:30분883,765 읽음

김경희(44)|미용업. 야생화사진.
남편(48)|혀암. 식도상피내암. 위상피내암. 간암. 간내담도암. 비장비대증. 간섬유종. 간세포암.

이 글은 2년 동안 암에 걸린 남편과 함께 생명의 길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기록들입니다. 간병기를 쓴다고 하나 아내입장에서 쓰다 보면 이야기가 자꾸 곁가지로 빠지지나 않을까 겁이 납니다. 병은 늘 예고가 있었는데 그냥 지나쳐버린 내 무지까지 들추어내야 하기에 힘든 날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또 다른 나와 같은 사람, 우리 부부처럼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좋겠습니다.

하루하루 숨 가쁘게 흐르고 2년이 다 되어갈 즈음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신청을 해보자고 하여 일 년 만에 병원을 찾았습니다. 겉으로는 더없이 건강해 보이는 남편이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연금 대상자가 되는 확인을 하니 대상자는 된다고 합니다. 이제 검사를 해오라고 하네요. CT, MRI, 혈액 검사 등을 모두 다시 해서 제출해야 한다니 어떻게 합니까. 병원을 찾아 예약하고 검사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사이 또 해가 바뀌어 2008년이 되었습니다. 1월 초에 검사 결과가 나와 공단에 신청했는데 이전 복수가 차 병원을 갔을 당시의 자료가 있어 제출했더니 그때부터 소급적용이 되어 생각보다 많은 돈이 나왔습니다. 남편은 기분이 좋아 그동안 수고했다면서 제게 보너스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담당 의사 선생님이 남편을 보고는 색전술을 하지 않으면 한 달도 넘기기 어렵다는 청천병력 같은 소리를 했지요. 남편의 얼굴은 잿빛으로 바뀌었고 의사 선생님은 계속해서 말을 했지요. 이전에 색전을 하지 않아 간은 굳을 대로 굳었고 암은 더 커지고 비장은 비장대로 늘어났다며 더는 비장이 커질 자리도 없다고 했습니다. 문맥 상태도 안 좋다고 그동안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었느냐고 묻습니다. 우리는 사실대로 이야기했습니다. 엉겅퀴와 민들레, 고들빼기, 녹즙을 먹었고 효소를 담가서 먹었다고. 그랬더니 전부 간에 나쁜 독초를 먹었다면서 큰일 났다고 했지요.

의사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밖에서 의논하겠다고 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남편은 어쩔 줄 몰라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고 저는 남편을 붙잡고 다시 한 번 흔들리지 못하게 다짐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해 온 모든 게 허사는 아니다. 어쩌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의사 선생님이 억지를 쓰는 것은 아니냐? 지금 의사 선생님이 하라고 시킨 대로 했으면 당신은 지금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 않으냐? 그렇지만, 지금 당신은 살아있고 현재도 이렇게 내 앞에 있지 않으냐.

남편은 마음을 가다듬고 의무기록 사본을 떼어보고 난 뒤에 결정하자고 합니다. 저는 사실이면 또 어쩔 테냐고 물었습니다. 남편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그래. 까짓것 한 번 더 참아 보자.”라고 합니다.

우리는 의사 선생님께 색전술을 할 용기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간호사실로 가서 어떻게 할 것인지 알려주고 가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간호사실로 갔지만 거기서도 별로 좋지 않은 말을 듣고 나왔습니다. 다시는 지금 의사 선생님이 담당하지 않을 것이며, 다시 오게 되면 신참 의사 선생님 앞으로 배정될 것이라는 말까지 하더군요.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의무기록 사본을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와서 영어 선생님을 찾아가서 사전을 뒤져가며 하나하나 풀어 보았습니다. 간 기능은 아주 좋아졌고 폐 기능은 정상. 간암 두 개는 적어졌고 두 개는 사라짐. 간내 담도에는 암이 보이지 않음. 부풀었던 비장은 정상에 가까움. 문맥 상태 좋으나 담즙 약간 부족함. 신장 기능 조금 약함. 암 수치는 정상. 간 수치는 안정기에 접어든 20~25.

모든 해석을 끝내고 나니 남편은 안심하며 앞으로 한 달 지내보면서 의사 선생님 말이 맞는지 지켜보자고 합니다. 저는 웃으면서 보란 듯이 20년은 더 살 터이니 잊어버리자고 했습니다.
앞으로의 식단을 준비하고 더 조심하며 생활하자는 말을 하고 남편은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렸습니다. 남편은 남편의 자리에서, 저는 제 자리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이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서로 믿고 격려하는 마음의 동아줄을 튼튼히 다져왔습니다. 친정 부모님의 절대적인 지원도 힘이 컸습니다. 암환자들과 도움을 준 지인들과의 만남에 감사합니다. 문종환씨의 조언, 암환자지원센터의 자문 이엽 선생님과 이보님, 쮸맘님, 소담 어르신 등 곁에서 지켜보고 아껴주셨던 분들을 기억합니다. 그네님의 자문, 울진 나무꾼님의 지원, 홍연님의 소리 없는 응원과 박수, 다음 카페 <암과 싸우는 사람들>의 회원님의 격려도 남편을 일으키는 힘이 되었습니다.

구하기 어렵고 찾기 어려운 것들을 도와준 산야초 카페지기 김경주씨, <가고파라> 산장 주인아저씨의 도움, 같은 아픔을 지녔던 옆방 아주머니 두 분, 남편 친구들의 돈독한 우정. 시댁 거제도에서 만난 알로에 키우는 할아버지. 십 년 된 아보레센스를 선뜻 내어주신 분. 동생들과 사촌 형님. 시어머니의 사랑과 극진한 보살핌에 감사드립니다.

지난 3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로 긴장하며 뛰어다녔습니다. 잠잘 시간이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바빴지요. 그 가운데에서 얻은 것은 말로 헤아릴 수 없이 컸습니다.

잠시 도시로 돌아오면 어김없이 암 수치는 수직으로 상승하고 배는 산처럼 올라왔지만, 산속으로 돌아가 자연의 품에 안기면 암은 소리 없이 잠을 자더군요. 암도 내 안의 세포였지요. 내 안에 있어 불편하고 아프게 하고 힘들게 하지만 늘 따뜻하게 해주면 소리가 없지요.

남편은 암환자라는 것을 떨쳐버리고 조금은 털털하게 생활하며 마음속에 뭉쳐두는 것은 다 던져 버리고 집착도 버려야 했습니다. 우리는 설암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병이 낫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다만, 사는 기간을 조금씩만 더 늘리고 싶었습니다. 육 개월이 지나 일 년이 되기까지 복수와 다섯 번 씨름해야 했습니다.
복수가 왔을 때는 병원을 찾았고 의사 선생님이 꼭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을 거부한 적은 많았지만, 그분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였고, 간호사나 의사와도 상의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함께 의논하고 남편의 결정을 기다렸습니다. 서로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기계나 의료장비에 의지하지 않고 자연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모든 약은 결국 자연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기에 남편에게 도움이 되는 약의 이름을 알게 되면 저는 원료는 무엇인지를 찾아 그 풀을 썼습니다. 들판의 하찮은 풀 한 포기가 남편을 살릴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태양의 기운, 바람과 땅의 힘을 믿었습니다. 늘 냉증과 싸움을 해야 했기에 녹즙 역시 양지쪽에서 자라는 풀을 많이 썼습니다. 남편이 쓰는 모든 약은 제 손으로 직접 만들었습니다. 효소 한 병도 사지 않았습니다. 그 정성 때문일까요? 환자에게는 절대적인 믿음이 생기더군요. 효소 항아리가 늘어나는 만큼 사는 시간도 늘어나는 것 같았지요. 반대로 두려움은 줄어들더군요.

덕분에, 그 모든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남편의 믿음과 신뢰를 지킬 수 있었지요. 우린 조심스레 웃지만 한구석은 아직도 아립니다. 하지만, <암=죽음>이라는 공식은 틀린 공식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남편은 지금 숲 해설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음은 투병하면서 하나, 둘 얻은 원칙입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으나 남편에게 도움이 되었기에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 금욕은 필수.
■ 아침에 꼭 물을 마신다.
■ 프로폴리스 한 방울+밤꿀 한 숟가락을 먹는다.
■ 복수가 있고 난 뒤 복분자 엑기스 한 숟가락+아보레센스 두 잎 갈아 먹는다.
■ 음식을 먹고 난 뒤에 효소를 먹는다.
■ 견과류는 생으로, 콩은 반만 볶아 먹는다.
■ 간세포 활성을 위해서 녹즙을 마신다. (엉겅퀴는 산에서 겨울이 오기 전까지 채취)
■ 얼굴이 노래지면 녹즙 만들 때 민들레를 더 넣는다.
■ 변이 잘 안 나올 때 알로에를 쓴다.
■ 청국장은 집에서 만들어 생청국장으로 먹는다.
■ 효소를 만들 때 꿀을 사용한다.
■ 제철에 나는 것을 중심으로 먹는다.
■ 된장은 생으로, 간은 조선간장으로 한다.
■ 음식 조리할 때 소금은 가능한 한 피한다. (죽염포함)
■ 녹즙거리는 산에서 채취하고 제철에 나는 것으로 한다.
■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을 다 갖춘다 해도 마음의 화를 다스리지 못하면 모두 헛일입니다.

월간암(癌) 200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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