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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효과가 있는가?
고정혁 기자 입력 2008년 12월 23일 21:07분879,962 읽음

낙관적인지 비관적인지는 선천적인 영향도 크지만 성장한 환경이 어떠했는가도 큰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낙관적인 사람이라면 가정의 분위기상 낙관적인 성격이 몸에 밴다. 하지만 부모가 비관적이거나 항상 수심에 차 있고 끙끙 앓는 사람이라면 그 영향을 받은 아이들도 사물을 비관적으로 보게 되기 쉽다.
환경면에서 좀 더 말하자면, 어른이 된 후 자신이 하고 있는 일도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일이 잘 안 되는 환경에서는 아무래도 비관적이 되기 쉽다. 반대로 직장의 환경이 밝고 업적도 나날이 향상하고 있다면 낙관적이 되기 쉬울 것이다.
나의 아버지는 화를 잘 내는 성격이었다. 어릴 때 아버지가 화를 내면 무척이나 무서웠다는 기억이 난다. 나 자신도 40대까지는 화를 잘 내는 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은 퍽 온화해졌다.
내 성격이 바뀌게 된 계기는, 면역학 연구를 시작하면서 화를 내면 교감신경이 긴장해서 임파구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분노가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안 이후에 나는 의식적으로 성격을 고치려고 무던히도 노력했다.
실제로 나는 최근 2, 3년 사이에 거의 화를 내지 않았다. 예전에 나는 활기에 넘쳤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성급했다. 다른 사람이 태평하게 일하고 있는 것조차 그냥 보아 넘기지 못하고 화를 내곤 했다. 그러면 나름의 활력이 되어 업무에 도움이 될 때도 있었지만, 그것이 계속되다 보니 주위에 난처해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나 자신의 자율신경도 한쪽으로 치우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주위 사람에게 화를 내기보다는 설득을 하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하며 차츰 성격을 고쳐나갔다. 어느 정도는 의식적으로 성격을 바꾸려 한 면도 있지만, 내 성격은 비교적 특별한 노력 없이 서서히 바뀌었다.
내가 지금 이 책을 쓰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낙담, 분노, 후회가 면역력을 떨어뜨려 건강에 좋지 않다’라는 정보를 많은 사람에게 알려 의식적으로라도 그런 성격을 고칠 수 있도록 돕고 싶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하는 내용을 벽에 써 붙인다. 이는 의식적인 행동이다. 그렇게 벽에 붙여놓으면 항상 무의식적으로 그 글귀가 눈에 띄게 마련이다. 그러면 그런 마음가짐이 자연히 몸에 배게 된다. ‘말을 되뇌어 자신을 바꿀 수 있다’라든가, ‘계속 생각하면 실현된다’와 같은 주제의 책이 요즘 잘 팔리고 있는데, 이 역시 의식을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의 세계에 스며들게 하는 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암을 정말로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암은 반드시 낫는다’라고 써서 벽에 붙여놓는 게 좋다. ‘그런 게 정말로 효과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말했듯이 붙여놓으면 자기도 모르게 자꾸 쳐다보게 된다. 그러면 ‘암은 반드시 낫는다’는 생각이 무의식에까지 침투하여 생각뿐만 아니라 행동 전체가 그 방향으로 가게 된다.
성공의 법칙과 같은 책을 보면 “ㅇㅇ가 되고 싶다”고 써서 아침저녁 소리 내어 말하기를 권하고 있다. 그것은 소리 내어 말을 함으로써 의식뿐만 아니라 무의식의 영역에까지 영향을 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반드시 낫는다”는 희망을 자신의 내부에 침투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방법을 꼭 한번 시도했으면 한다.
단, 이때 ‘암이 낫지 않으면 어쩌지?’ 또는 ‘이런 방법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라는 의심이나 비관적인 생각을 조금이라도 해서는 안 된다. 예로부터 “병은 기분으로부터”라는 속담(일본의 속담)이 전해지고 있는데, 최근 면역력에 관한 내 연구에서도 실제로 인간의 마음가짐이 면역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즉 마음가짐이 병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판명되었다.
병은 반드시 낫는다고 스스로 믿는 것, 그리고 그것을 무의식의 영역에까지 침투시키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나는 책이나 잡지 등을 읽다가 좋은 말이라는 생각이 드는 문구가 나오면 거기에 빨간 줄을 그어놓는다. 그러면 나중에 다시 볼 때에도 그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그러다 보면 차츰 내면으로도 그 말이 침투해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이 어느 틈엔가 나를 지탱해주기도 한다. 병에 걸렸을 때 자신을 격려하는 말을 스스로 소리 내어 말하면 힘이 난다. 여러분도 이 방법을 한번 써보라고 권하고 싶다.

『암 면역력』중에서
지은이 아보 도오루는 니기타대학 대학원 의학부교수이며 세계가 주목하는 면역학자이다.

월간암(癌) 2008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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