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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세균, 유전자를 전달하여 경쟁자의 무기를 무력화시켜
구효정(cancerline@daum.net) 기자 입력 2024년 12월 26일 06:46분1,079 읽음
인간 장내 미생물군에서 박테리아는 빠르게 진화하며 서로 간에 유전 요소를 교환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장내에서 활동이 왕성한 박테리아 분류군인 바테로이데스(Bacteroidales)는 수백 개의 유전 요소를 주고받으며, 이를 통해 생존에 유리한 장내 환경을 구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DNA 이동이 박테리아나 인간 숙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시카고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장내에서 흔히 발견되는 Bacteroides fragilis라는 박테리아는 이동성 유전 요소를 통해 자신을 방어할 무기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유전 요소를 획득하면 기존에 갖고 있던 강력한 무기가 비활성화되는 대신, 새로운 무기가 장착되어 DNA를 제공한 세균에 대해서는 저항성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무기는 박테리아가 장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만의 틈새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의 시니어 저자인 로리 콤스톡 박사는 시카고 대학의 마이크로바이올로지 교수이자 Duchossois Family Institute의 일원으로, 10년 넘게 Bacteroidales의 다양한 적대적 메커니즘과 DNA 전달 방식을 연구해왔다. 그녀는 “이들은 DNA를 교환하며 매우 빠르게 진화한다. 일부 B. fragilis 균주가 무기를 발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그 원인이 대형 이동성 유전 요소의 획득 때문이라는 것을 확인했을 때 흥미로운 발견임을 알았다”고 밝혔다.

독에 적신 창과 같은 장치, T6SS
이 연구는 Science 저널에 "인간 장내 공생체의 적대적 무기를 변화시키는 흔한 이동성 유전 요소"라는 제목으로 10월 24일 게재되었다. 박테로이데스목(Bacteroidales)의 여러 종은 독소를 생성해 주변 박테리아를 죽인다. 일부 독소는 세포 외부로 퍼져 근처의 민감한 균주를 죽이는 반면, 일종의 나노 기계인 제6형 분비 시스템(T6SS)은 독소를 내부에 장착한 채 날카롭게 발사해 이웃 세포에 직접 주입한다. 이는 독에 적신 창과도 같다.

박테로이데스목(Bacteroidales)의 T6SS는 세 가지 유전자 구조(유전자 건축 1, 2, 3)로 구분되며, 이 중 유전자 건축 3(GA3)은 B. fragilis에만 존재하며 다른 박테로이데스목(Bacteroidales) 종을 죽이는 데 특히 효과적이다. 유전자 건축 1과 2는 대형 이동성 유전 요소인 통합 접합 요소(ICE)에 의해 암호화되어 있으며,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장내에서 박테로이데스목(Bacteroidales) 종 간에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그러나 GA1과 GA2 T6SS는 GA3만큼의 치명적인 독성을 발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장내 경쟁 실험
콤스톡 연구팀은 자연적으로 GA3 T6SS와 GA1 ICE를 가진 B. fragilis 균주를 연구했다. 두 ICE를 가진 균주는 GA3 무기를 더 이상 발사할 수 없어 다른 박테로이데스목(Bacteroidales) 균을 죽이지 못했다. 연구팀은 GA1 ICE를 단독으로 가진 B. fragilis 균주에 GA1 ICE를 추가해 새로운 "전이 접합체"를 생성하고,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했다.

연구팀은 GA1 ICE의 특정 부분을 삭제해 GA3 무기를 차단하는 부분을 찾아냈다. 그 결과, GA1 T6SS의 막 복합체를 암호화하는 부분이 GA3 T6SS 발사를 차단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연구팀은 포유류 장내에서 균주 간 경쟁을 조사하기 위해 무균(gnotobiotic) 생쥐에 야생형 B. fragilis와 전이 접합체를 같은 양으로 투여했다. 실험 결과, 전이 접합체는 빠르게 야생형 균주를 압도하며 장내에서 우위를 점했다. GA1 T6SS가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밝혀지며, 이는 GA1 T6SS의 첫 강력한 적대적 효과에 대한 실증적 사례가 되었다.

콤스톡 박사는 “GA1을 가진 균주가 장내에서 공격적일 것이라 예상하지 않았고, 원래 GA3 균주가 우세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결과는 반대였다”고 설명했다.

방어 태세로의 전환
가장 뜻밖의 발견은 GA3 T6SS가 생쥐의 장내에서 전혀 생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이후 GA1 ICE에 포함된 유전자가 GA3 T6SS의 전사를 억제하는 전사 억제제를 암호화하고 있으며, 이는 GA1 T6SS의 생산을 더 원활하게 만든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유전 요소의 전이는 장내 미생물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GA1 ICE를 가진 박테로이데스목(Bacteroidales) 균주는 B. fragilis의 GA3 T6SS에 의해 제거될 수 있으나, 만약 이들이 GA1 ICE를 B. fragilis로 전달하면 GA3 무기를 발사하지 않는 새로운 균주가 형성되어 기존 균주를 압도할 수 있게 된다. 이 새로운 균주는 또한 GA1 T6SS를 사용해 장내 환경을 방어하며, 다른 박테로이데스목(Bacteroidales) 균주의 침입을 막는 역할을 한다.

콤스톡 박사는 박테로이데스목(Bacteroidales)의 다양한 전사 억제제 군을 더 연구할 계획이다. 그녀는 “이 전사 억제제는 특정 리간드와 결합할 때 비활성화된다.”라며, 장내에서 이들의 활성화 여부를 조절하는 리간드를 밝혀내는 것이 연구 목표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또한 GA1 ICE가 생쥐 장내에서 빠르게 전이되어 전이 접합체가 장내 미생물군의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음을 보여주며, 이는 박테리아의 합성 컨소시엄을 만드는 연구자들에게 유전적 전이 효과를 고려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참조:
Madeline L. Sheahan, Katia Flores, Michael J. Coyne, Leonor García-Bayona, Maria Chatzidaki-Livanis, Andrea Q. Holst, Rita C. Smith, Anitha Sundararajan, Blanca Barquera, Laurie E. Comstock. A ubiquitous mobile genetic element changes the antagonistic weaponry of a human gut symbiont. Science, 2024; 386 (6720): 414 DOI: 10.1126/science.adj9504
월간암(癌) 2024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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