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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마약이 뭔데
구효정(cancerline@daum.net) 기자 입력 2024년 11월 21일 17:18분204 읽음
글: 김경인 박사
성균관대학교 행동신경약리학 박사, 세계 최고 실험동물기업 The Jack-son laboratory 와 UT Southwestern Medical Center에서 마약연구, 현재 생명공학 연구원 머스큘로이드 대표


3년을 넘게 팬데믹으로 고생한 전 세계. 우리가 너무도 잘 알듯이 팬데믹이 생긴 이유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입니다. 전염성은 엄청났습니다. 몇 달 만에 전 세계에 퍼졌으니까요. 바이러스는 그렇습니다.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아주 쉽게 전염이 됩니다. 전염성을 생각하면 마약도 뒤지지 않습니다. 마약상의 손을 떠난 마약은 순식간에 사람들 사이에 퍼져 나갑니다.

이 사람이 저 사람을 유혹하고, 저 사람이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형태로, 마약상의 영업능력보다도 훨씬 빠르게 마약 투여자가 일반인을 끌어들입니다. 너무나도 쉽게 퍼지는 이유는 그 엄청난 중독성에 있습니다. 단 한 번만 하게 하면 누구든지 중독자로 만들 수 있으니까요. 한 번 열린 마약의 세계는 막아도 스스로 찾아오는 열혈 충성고객의 길을 만듭니다. 오지 말라고 해도 오고, 마약상이 사라져도 방법을 찾아내서 마약을 구합니다. 그러면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옆 사람에게 전달합니다. 그렇게 자처해서 스스로 마약의 노예가 되고 또 전파합니다.

바이러스는 한 번 생기면 거의 없어지지 않습니다. 돌연변이가 자꾸 생기면서 백신과 치료제를 무력화하면서 살아남죠. 마약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번 생긴 마약은 거의 사라지지 않습니다. 자꾸 새로운 형태의 변종 마약이 생겨나서 규제 중인 법망의 사이로 유통이 되고, 사람들을 신종 마약에 중독되게 합니다. 법과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손을 대게 만들죠.

신종 마약이 생겨나는 속도 또한 마약의 규제보다도 빠릅니다. 이것은 바이러스가 돌연변이가 되는 속도보다도 빠릅니다. 마약 투약자들은 새로운 마약에 손을 쉽게 대고, 쉽게 옮겨 갑니다. 그 속에 어떤 마약이 들어있는지도 모르면서 말이죠. 따라서 마약은 바이러스입니다. 이 바이러스는 인간의 뇌를 망가뜨려서 기억력, 판단력, 감정조절이 안 되게 합니다. 뇌전증, 파킨슨, 알츠하이머 등의 정신질환을 만듭니다. 한 번 감염되면 숙주가 죽어야 끝이 납니다. 아주 치명적인 바이러스입니다. 바이러스가 몸에서 빠져나가면, 숙주는 사라진 바이러스를 채우기 위해서 바이러스를 스스로 몸에 집어넣습니다.

그 어떤 바이러스도 인간을 이렇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오직 마약만이 연가시처럼 인간의 뇌를 조종하여 마약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게 하고, 몸속에 마약을 채워 넣게 만듭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마약을 궁금해하고, 한 번 해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에이즈 바이러스가 궁금해서 감염되어 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마약은 당신의 뇌를 조종하고, 정신질환을 만드는 바이러스입니다.

그렇다면 이 바이러스 같은 마약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마약(narcotics)이란 용어는 무감각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narkotikos’에서 유래된 것으로 수면 및 혼미를 일으켜 동통을 완화하는 물질을 말하며, 한자로도 痲藥은 마비를 시키는 약물을 의미합니다. 사실 악마의 약이 아닌 마취약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마약을 그 성질에 비유하여 악마의 약으로 부릅니다. 그동안 ‘마약’이라는 용어가 좁은 의미의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대마를 총괄하는 의미로 혼용됐으나 최근에는 이들을 총칭하는 표현으로 ‘마약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대한민국 검찰에서 정의합니다. 마약은 인체에 중독성과 유해성이 매우 강한 물질로, 사용자의 건강과 생활을 파괴하고, 사회의 안전과 질서를 위협합니다. 마약은 종류에 따라서 각각 다른 효과와 부작용을 가집니다. 마약류는 양귀비, 아편, 코카인 등 전통적인 마약을 말하며, 향정신성의약품은 환각제와 각성제, 진정제 등으로 세분됩니다. 대마류는 대마초, 대마수지, 대마오일 등이 있습니다. 마약류에 대한 정리는 아래 표에 있습니다. 이 표를 보고 마약을 골라서 하라는 의미가 아니고, 세상에 많은 종류의 마약이 있으며 알고 피하라는 의미에서 정리해서 보여드립니다. 이외에도 수많은 신종 마약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에 의한 분류

마약류 중에는 의학적으로 현재 사용되고 있는 것들이 여럿 있습니다. 사실 마약은 의존성, 중독성만 없앨 수 있으면 굉장히 좋은 진통제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는 마약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하여 관리가 되고 있고, 이 마약류는 의료진에 의하여 주로 마취나 진통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법률적 분류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하여 아래와 같이 정의되어 있습니다.

① 오남용 우려가 심하고 의료용으로 쓰지 않으며 심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키는 약물(물질)
- 디메톡시브로모암페타민, 부포테닌, 디에틸트립타민 등 98종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3)
② 오남용 우려가 심하고 매우 제한적 의료용으로 사용하며 심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키는 약물(물질)
- 암페타민, 메스암페타민, 메틸페니데이트, 케타민 등 43종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4)
③ ①과 ②보다 오남용 우려가 적고 의료용으로 사용하며 심하지 않은 신체적 의존성, 심한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키는 약물(물질)
- 알로바르비탈, 바르비탈, 펜타조신 등 61종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5)
④ ③보다 오남용 우려가 적고 의료용으로 사용하며 더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킬 우려가 적은 약물(물질)
- 알프라졸람, 졸피뎀, 프로포폴 등 70종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6)

하지만 이 또한 불법적으로 오남용되고 있는 사례가 종종 뉴스를 통하여 보도되고 있어서 마약류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마약류가 의존성과 중독성이 없다면 좋은 진통제가 될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많은 연구가 진행하고 있고, 많은 기전과 효능, 부작용 등에 대한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저 또한 20여 년을 마약과 의존성, 그리고 그 기전을 연구했습니다. 의존성에 대한 실마리도 찾고 코카인의 기전을 찾아 세계적인 논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지만, 그것은 수많은 기전 중의 하나일 뿐이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고, 중독의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뇌와 신체의 복잡한 방어기전을 마약이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그 치료 방법도 거의 전혀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마약을 하게 되면 치료가 안 되고, 마약을 끊을 수도 없는 것입니다. 마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시작하지 않는 것입니다.
월간암(癌) 2024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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