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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은 뇌에 어떤 변화를 만들까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4년 09월 23일 15:39분488 읽음
글: 김경인 박사
성균관대학교 행동신경약리학 박사, 세계 최고 실험동물 기업 The Jackson Laboratory와 UT Southwestern Medical Center에서 마약 연구, 현재 생명공학 연구원, 머스큘로이드 대표


마약은 중독을 일으키고 중독에 의해서 뇌신경이 더 망가지고 비가역적으로 돌이킬 수 없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렇다면 마약이 뇌에서 어떤 작용을 하기에 그런 비극적인 결과가 초래되는가가 궁금해집니다. 이번에는 조금 깊게 들어가서 마약이 뇌신경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약은 도파민의 양을 평소의 수십 배에서 그 이상 한꺼번에 분비한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로 인하여 비정상적인 행동과 환각이 생기고, 뇌신경이 망가지면서 바로 중독이 된다고 했습니다. 도파민은 뇌에서 타이로신이라는 아미노산에 수산기(OH)가 붙어서 도파가 됩니다. 도파는 도파민의 이전 단계 물질인 전구체이고 도파에서 카르복실기(COOH)가 떨어져 나가면 도파민이 됩니다. 도파민은 복부 피개영역(VTA)에서 합성되어 도파민 뉴런을 통해서 중격의지핵(NAc)에서 분비가 되어 대뇌피질, 편도체, 해마 등에 전달되어 운동, 동기, 학습, 기억, 감정, 보상을 조절합니다. 마약을 하면 기분이 묘해지고 흥분하거나, 쳐지거나, 각성이 되거나, 아이디어가 솟구치거나, 공부가 잘된다고 느끼거나, 안정감을 느끼는 이유는 도파민의 이러한 기능 때문입니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과 에피네프린이 분비되어 뇌혈관을 수축시키고, 심장박동을 증가시키며, 위와 장 기능 및 생식기능을 약화합니다. 도파민에 수산기가 붙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노어에피네프린이 되고 노어에피네프린에 메틸기(CH3)가 붙으면 에피네프린이 되어 두통, 심혈관질환, 소화불량, 설사, 변비, 생리불순, 발기부전 등을 유발합니다. 따라서 마약을 하면 순간 도파민이 과량 분비되어 이러한 증상이 회복되는 듯이 느껴지고, 약기운 떨어지면 그와 같은 복합적인 부작용을 느끼는 것입니다. 게다가 보상을 주던 약물이 사라지면서 다시 보상받으려고 마약에 대한 갈망이 생기게 됩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성취하였을 때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보람을 느끼고 동기화가 되는 보상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마약을 하게 되면 삶에서의 동기는 마약에 의한 보상을 얻기 위한 행동에만 집중하게 되어 결국 마약의 노예가 됩니다. 에피네프린은 신장의 부신수질에서도 분비가 되어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여 심장과 혈당, 체온, 삼투압, 체내 pH 등을 조절합니다. 마약은 몸에 극심한 응급 스트레스 상황을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이 상황이 끝나면 먹지도 못하고, 잠도 못 자며, 무한 설사 또는 극한의 변비를 비롯한 오한, 피부 건조, 무기력, 우울, 불안, 환시, 환청, 환촉 등 심한 금단증상이 오게 됩니다. 한마디로 마약은 정신질환의 종합 선물 세트입니다.

파킨슨병은 도파민과 아세틸콜린의 불균형 때문에 발생하는 몸의 떨림입니다. 초기에는 수전증 정도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온몸이 떨리고 균형을 못 잡고 결국 한 걸음도 걷지 못하게 되고 사망하게 되는 퇴행성 질환입니다. 도파민은 그와 반대작용을 하는 아세틸콜린과 균형을 이루면서 분비가 되어져야 하는데, 도파민의 분비가 상대적으로 적어지면 파킨슨병이 발생합니다. 마약을 하면 도파민이 순간 엄청나게 분비되었다가 약발 떨어지면 도파민이 거의 나오지 않게 되고 도파민이 나오더라도 도파민을 받는 수용체가 망가져서 도파민을 받아서 신호전달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마약 투여자는 결국 파킨슨병에 걸리게 됩니다.

알츠하이머 역시 도파민과 아세틸콜린이 한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도파민을 생성하는 뇌신경이 망가지면 새로운 기억을 생성하는 기능이 소실될 수 있습니다. 아세틸콜린 분비가 적어지면 알츠하이머를 가속할 수 있습니다. 효과가 한정적이긴 하지만 현재 알츠하이머를 늦추는 약물로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가 쓰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마약에 의해서 파괴된 도파민 뉴런이 기억력 감퇴의 원인이 되어서 결국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단 한 번의 마약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마약 환자의 말년은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입니다.

마약을 하면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했고 도파민은 타이로신이라고 하는 아미노산에서 만들어진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마약 대신 타이로신을 많이 섭취하면 도파민의 합성에 도움이 될 겁니다. 물론 그 양은 아주 미미하겠지만요. 그래도 마약 대신에 타이로신이 많이 든 음식을 섭취해서 행복한 기분을 만들어봅시다. 타이로신을 많이 함유한 식품에는 육류, 생선류, 견과류, 치즈, 달걀, 아보카도, 바나나 등이 있으니 맛있는 음식 많이 드시고 행복하세요.

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아갑니다. 잘 산다는 것은 행복하게 산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잘 살고 싶고, 돈을 많이 벌어서 잘 살고 싶고, 이성을 만나서 행복하고 싶은 마음이 많죠. 마약 중독자들은 그 행복을 마약에서 찾습니다. 아무리 일체개고라고, 우리 삶이 고통의 연속이라는 불교의 가르침을 따르더라도, 잠시의 극도의 느낌을 위해서 나머지 삶을 우울과 불안과 공포와 고통 속에서 살 필요는 없습니다. 순간의 쾌감은 행복이 아니니까요. 행복하기 위해서 시작한 마약이 지금까지 일상에서의 고통과 괴로움에는 비할 수 없는 고통과 우울과 두려움을 줍니다.

마약은 당신이 평생 느낄 행복을 한순간에 응축해서 줍니다. 그 순간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죠. 하지만 약발 다되고 나면, 평생의 고통과 두려움, 내생의 절망과 괴로움까지 모두 끌고 와서 불행해집니다. 즐거워지자고 시작한 마약, 유대감 때문에 시작한 마약, 행복해지고 싶어서 시작한 마약. 모두 잘못된 선택입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판 대가는 죽을 수도 없는 불행한 삶입니다. 행복하고 싶으면 행복을 얻기 위해 노력하세요. 나에게 좋은 것을 주고, 좋은 생각을 하고, 행복한 말을 하고, 즐거운 행동을 하세요. 주변 사람들에게 예쁜 말을 하고, 칭찬과 격려를 하고, 힘을 주세요. 행복을 얘기하면 행복이 옵니다. 마약은 악마의 약물입니다. 악마를 불러오고, 나를 악마의 개로 만드는 약물이라서 마약입니다. 행복을 악마로부터 찾다니요. 마약은 시작부터 잘못입니다. 마약을 빼고 행복을 찾으세요.
월간암(癌) 202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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