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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가족을 생각해야 할 때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4년 08월 23일 13:06분577 읽음
글: 김경인 박사
성균관대학교 행동신경약리학 박사, 세계 최고 실험동물 기업 The Jackson Laboratory와 UT Southwestern Medical Center에서 마약 연구, 현재 생명공학 연구원 <머스큘로이드>대표


이제 우리는 마약이 우리의 뇌신경을 지치게 하고 망가뜨려서 뇌 기능을 제대로 못 하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마약에 의해서 망가진 뇌는 판단력, 의지력, 감정조절뿐만 아니라 가족도 잊게 만듭니다. 이 세상에서 나 이외에 가장 소중한 존재가 누구일까요? 네, 가족입니다. 나를 사랑해 주고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가족. 함께 식사하고, 함께 생활하고, 좋은 것 나쁜 것 모두 함께하는 것이 가족입니다. 그런데 마약에 의해서 망가진 뇌는 가족에 대한 이러한 느낌을 더는 느끼지 못하게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마약과 가족이라는 주제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망가진 뇌세포에서는 우리에게 활력을 주는 도파민도 안 나오고, 안정과 편안함을 주는 세로토닌도 안 나오고, 황홀감을 주는 노어에피네프린도 더는 나오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랑하는 부모님과 형제자매는 물론이고, 내 분신과 같은 자식을 봐도 사랑을 느끼지 못합니다. 마약에서 얻은 순간의 쾌락이 나의 감정과 사랑과 가족을 모두 빼앗아 간 것입니다. 마약이 신경전달물질을 멈추고 감정도 멈추고 사랑도 잊게 한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서 손을 잡고 함께 있어도 사랑을 느끼지 못합니다. 사랑의 감정이 무엇이었는지도 생각이 안 납니다. 이 사람을, 이 아이를 사랑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사랑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조만간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조차 없어지고 마약만 찾게 됩니다. 마약을 하면 마약만이 가족이고, 마약만이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고,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혼자라서 마약이라도 사랑해야겠다고요? 그건 사랑이 아니라 종속입니다. 마약에 종속되어 마약이 인생이 됩니다. 지금 느끼는 힘들고 우울한 느낌도 당신이 제대로 살아있어서 느끼는 감정입니다. 좋은 감정도 나쁜 감정도 내가 스스로 느끼는 것입니다. 마약은 내 감정을 모두 가져갑니다. 마약은 당신을 통나무로 만듭니다.

그렇다면 중독자 가족이 바라보는 마약 중독자는 어떨까요? 마약을 하게 되면, 마약만 생각하고, 마약의 노예가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마약은 우리 감정과 기억과 판단을 조절하는 뇌 부위를 파괴하여 마약 투약자는 참을성이 없어지고, 성격이 괴팍해지고,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지며, 사리 분별 및 상황 파악이 제대로 안 됩니다. 한마디로 일상생활이 안 된다는 얘기죠. 약발 떨어지면 금단증상에 춥고 덥고 떨리고 두렵고 우울하고 불안하고 마약만 생각나게 됩니다. 금단증상이 나타나면 몸을 비틀고, 흔들고, 어찌할 바를 몰라 합니다. 불면증은 기본이고요. 돈이 있으면 바로 마약을 사러 길거리로 나갈 것이고, 돈이 없으면 친구, 지인, 가족에게 어떤 핑계를 대서든 돈을 빌리려 할 것입니다. 이러한 모습을 당신의 부모님이 지켜보십니다.

감정조절이 안 되고, 괴팍해진 성격으로 부모님께 소리 지르고, 위협하고, 돈을 갈취합니다. 다소 얌전한 성격일 경우에는 마약을 하고 정신 놓은 상태에서 엄마에게 발음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고, 엄마가 당신을 달래도, 나무라도 당신은 그냥 히죽히죽 웃기만 합니다. 약발 떨어지면 후회하고,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도 않고, 밥도 먹을 수 없어서 몸은 점점 말라갑니다. 그렇게 이불 덮고 누워서 떨고 있는 모습을 보며, 당신의 자식이 와서 안아줍니다. 당신의 부모님이, 아들이, 딸이 당신을 안아주어도 당신 머릿속에는 마약 생각뿐이 없습니다. 무감각한 당신에게 상처 입은 아이는 당신을 두려워하게 됩니다. 당신의 가족은 집안에 당장 치료가 필요한 중증 정신질환자와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도 언제 어떻게 해를 가할지 모를 시한폭탄을 안고 살게 됩니다. 말해도, 욕을 해도, 때려도 말을 듣지 않습니다. 후회하고, 울고불고하면서 마약 한 번만 더 하게 해달라고 애원합니다. 마약을 하면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도 지옥에 살게 됩니다. 당신을 붙잡아 둘 수도, 포기할 수도 없어서 엄마가 아빠가 직접 당신을 경찰에 신고해서 감옥에 보냅니다. 그게 내 자식 목숨이라도 살리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마약에는 부모도, 자식도, 사랑도 없습니다. 마약에는 오직 마약만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어떨까요? 지난해에 서울 강남에서 마약이 든 음료를 청소년들에게 나누어준 사건에 모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마약상들의 대상이 성인, 청소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입니다. 2017년부터 5년간 청소년 마약류 사범이 4배가 넘게 증가했는데, 지난해에는 1,500명에 이를 정도로 크게 늘었고, 그 증가율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전체 마약류 사범 중에 청소년 비중 또한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마약 환자가 최소 1만 명 이상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다이어트약이라고 하면서, 친구와 어울리기 위해서, 약을 나누어 먹고, 이렇게 저렇게 투약합니다. 청소년들에게 마약의 실체를 알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마약상들은 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할까요? 그전에, 술과 담배를 언제 시작하는지를 보면 마약에 대한 연령이 낮아지는 것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술과 담배는 중독성 물질입니다. 청소년 시기에 중독성 물질에 노출이 되면 그 의존성은 성인보다 훨씬 심해집니다. 청소년의 뇌는 아직 활발히 발달하고 있어서 발달 단계에서의 간섭은 잘못된 뇌신경들의 연결과 치유 불가능의 뇌신경 장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나이가 어릴수록 술, 담배를 하는 평생의 기간이 길어지겠죠. 이건 술, 담배회사에 충성고객 확보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미 술, 담배를 하는 사람에게 술, 담배를 광고하는 것으로는 고객을 늘릴 수 없습니다. 이미 있는 파이를 나누어 먹는 것이기 때문이죠. 서로 새 제품으로 고객 빼앗아 오기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고객은 어디에 있을까요? 네, 아직 술, 담배를 접하지 않은 사람들에 있습니다. 새로운 고객이 많아질수록 회사는 더 많은 돈을 법니다. 회사가 새로운 고객에게 집중하는 이유입니다. 마약상이라고 다를 것 없습니다. 마약 밀매 조직이 점조직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의 사업 수단은 굉장히 비상합니다. 그들이 합법적인 회사들의 영업방식을 따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죠. 청소년들은 아주 순수하고, 훌륭한 먹잇감입니다. 마약을 10대부터 시작하면 더 분별 안 되게 마약을 하고, 더 오랫동안 고객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마약을 공급하려는 것입니다.

거기에, 마약은 제조, 유통, 판매, 투약뿐만 아니라 단순 소지만으로도 처벌받게 되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받은 음료를 들고 있다가 경찰이 그 음료를 검사해 보고, 그 속에 마약이 들어있으면, 마약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에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준 것을 먹었는데 그 속에 마약이 들어있으면, 마약 투약 혐의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마약상들도 이것을 알기 때문에 무료로 나눠주고는 마약 투약 또는 소지 등으로 처벌받는다고 협박해서 돈을 뜯어내거나 마약을 계속하게 할 속셈입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내 의지가 아니게 마약을 하게 되거나 소지하게 된다고 해서 처벌을 받지 않으니, 이런 경우, 바로 경찰에 신고하시면, 경찰이 도와줄 겁니다. 마약은 인생에 단 한 번의 기회밖에 없습니다. 만약 마약을 실수로 접하게 되었다면, 청소년, 부모님 할 것 없이 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도움을 받으세요. 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받으세요. 마약을 하는 청소년이 있다면, 지금 바로 병원에 가세요. 당신은 지금 아픈 겁니다.
월간암(癌) 2024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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