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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나고 싶은 유혹, 마약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4년 07월 22일 10:08분720 읽음
글: 김경인 박사
성균관대학교 행동신경약리학 박사, 세계 최고 실험동물 기업 The Jackson Laboratory와 UT Southwestern Medical Center에서 마약 연구, 현재 생명공학 연구원, 머스큘로이드 대표


지난 호에 마약은 그 횟수와 상관없이 단 한 번 만에 뇌에 각인이 되어서 바로 중독이 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이 우리나라에만 100명 중 한 명이고, 이 중독자들이 바라는 단 한 가지가 바로 마약을 모르던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마약에 손을 대는 순간 마약의 노예가 되고, 마약상의 개가 된다고 했습니다. 이번 호에는 마약을 몰라서 호기심만 가득한 평범한 사람들이 마약을 시작하지 않도록 그 중대한 찰나에 어떻게 하면 마약에 손을 대지 않을 수 있는지 그 방법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마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아주 미량이나 약한 마약으로 하면 중독도 안 되고 건강에도 덜 나쁘지 않을까? 이건 중독 안 돼. 담배보다도 중독성이 약해서 해도 돼. 괜찮아. 이 정도도 못하는 겁쟁이! 이거 안 하면 친구 아님! 이 정도는 해야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음……그럼, 나도 한번 해봐야겠다. 이렇게 시작하셨나요? 그래서 친구와의 의리도 지키고, 서로를 위해주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계시는가요? 100명 중의 한 명인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마약은 의리나 사회성을 지켜주는 물질이 아닙니다. 이미 탐닉 속에 빠진 사람들끼리 무슨 의리와 좋은 관계를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도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약한 마약이라는 건 없습니다. 마약은 농도, 강도, 정도를 떠나서 모두 한 번 하면 돌아올 수 없습니다. 보통 술이나 담배를 처음 배울 때 이런 식으로 배웁니다. 술 한 잔은 괜찮아. 담배 한 모금만 빨아봐. 그게 주정뱅이와 골초의 관문이 되죠. 마약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마를 보통 마약의 관문이라고 합니다. Robert S. Gable의 논문에 의하면, 대마의 중독성은 술, 담배보다 훨씬 낮고, 위험성도 적은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그래서 대마는 해도 되고, 법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마에 중독성이 없다고 했나요? 아닙니다. 중독성이 낮은 것이지 없는 것이 아닙니다. 낮은 중독성에 부담 없이 시작하면 쉽게 반복하게 되고, 습관화됩니다.

뇌는 이 습관성에 의존성의 패치를 달고 내성이라는 부스터를 장착하게 됩니다. 같은 양의 대마로는 성에 안 차게 되죠. 양은 늘어나고, 금세 늘어난 양에도 만족 못 하게 됩니다. 결국 더 강력한 약물을 찾게 되고, 이렇게 다른 마약으로 옮겨갑니다. 자, 이제 당신은 진정한 마약중독자가 되었습니다. 당신은 SNS를 뒤지면서 손안에 감춰지는 크기의 마약을 사기 위해 길거리로 나갈 겁니다. 처음에는 그걸 사 와서 조용히 집이나 숙소에서 할 것이고, 조만간 사자마자 바로 길에서 하게 될 것입니다. 처음에는 돈을 벌면서, 공부하면서 마약을 하다가, 금세 마약을 위해서 돈을 벌게 됩니다. 이제 마약만이 친구이고, 마약만이 가족이고, 마약만이 세상입니다. 당신은 눈빛도 변했고, 몰골도 변했습니다. 당신의 IQ는 50이 됐습니다. 이제 차라리 마약을 하다가 죽고 싶어집니다. 운 좋으면 원하는 대로 마약을 고농도로 투약해서 환각 속에서 본인이 죽는지도 모른 채 죽게 되고, 운 나쁘면 금단증상을 못 이기고 rr극단적 선택을 하게 됩니다. 미량이라서, 약한 거라서 괜찮다고요?



마약은 재미있는 장난이 아닙니다. 친구들끼리, 지인들끼리 술 마시면서 한 번 해보고, 담배 대신 혹은 담배에 묻혀서 한 번 피워보는 것으로 의협심이나 어떤 자신감을 자랑하거나 연대를 강화하는 목적으로 같이 하는 수단이 아닙니다. 마약은 한 번 하는 순간 중독됩니다. 마약을 한 번 했다고 해서 얼굴이 바짝 마르고, 눈이 퀭해지고, 이가 빠지고, 피부가 괴사하고, 사람들이 마약을 했다고 알아보는 거 아닙니다. 하지만 한 번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그 길이 열립니다. 장난으로 한 번, 마약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서 호기심에 한 번, 친구와 어울려야 해서 한 번…. 계기와 상관없이 마약을 받아들인 순간 다시는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합니다. 장난으로 인생의 전부를 걸 필요가 있을까요? 호기심에 사람의 삶을 포기할 가치가 있을까요? 친구 소중합니다. 하지만 친구는 좋은 것을 권하지, 나쁜 것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나에게 해가 되는 것을 주면서 이거 안 하면 친구 아니라고 하면 그냥 친구가 되지 마십시오. 나쁜 것을 권하는 사람은 친구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마약과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마약과 한 번 맺은 관계는 내가 죽어야 끝이 납니다. 수명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고, 그보다 극단적 선택을 택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살아있는 동안 온몸이 죽을 정도로 아프고, 땅이 꺼져 지하에 빠져들듯이 우울하며, 당장이라도 숨통이 끊어질 것 같이 불안합니다. 그 장난 한 번에, 호기심 한 번에, 친구라는 이름 때문에 더는 사람이 아닌 삶을 살게 됩니다. 끊으면 된다고요? 담배도 못 끊으면서, 술도 못 끊으면서, 커피도 못 끊으면서 마약을 끊겠다고 생각하고 계시는군요. 마약의 금단증상은 상상 이상입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고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 생활이 어렵고 삶이 힘들어서 마약이라도 해야 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약에 손을 대면 지금의 괴로움이 더없는 행복이었다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걸 알게 되면 이미 늦었습니다. 오늘 밤 첫 마약 예약된 분들에게 말씀드립니다. 그 파티의 끝은 극단적 선택입니다.

마약뿐만이 아니라 중독자들은 중독물질을 본인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작은 내가 중독자인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독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마약을 줄이거나 중단할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오늘도 마약을 몸속에 집어넣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지금은 내가 이걸 즐기고 싶어서 하는 것이고, 이번만 하면 마약하고 싶은 생각은 더 없으리라 생각하면서 마약을 하고, 나중에는 마약을 해도 별다른 즐거움을 못 느끼는 걸 알고 있으면서 계속합니다. 마약을 하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먹고, 몇 주를 몇 달을 몇 년을 단약을 하지만, 단 한 번의 자극으로 탐닉에 다시 빠집니다. 그 자극은 스트레스, 누군가와의 관계, 마약을 함께 했던 사람, 마약을 했던 장소, 마약을 했던 분위기, 마약을 했던 시간대, 주사기, 숟가락, 라이터 등 마약을 할 때 쓰던 물건, 소금, 설탕, 밀가루 등 마약과 비슷한 물건을 봤을 때, 냄새, 앉아있기, 서 있기, 손 움직이기, 아무것도 안 하기 등 아주 사소한 것이 다 마약을 다시 하게 하는 자극일 수 있습니다. 마약으로 인해서 망가진 뇌는 당신의 참을성을 조절하지 못합니다. 단 한 번으로 각인된 마약에 대한 기억은 죽어가는 순간까지 남아있게 됩니다. 마약의 유혹을 참으면서 생기는, 지금 당신이 상상할 수 없는 초조함과 불안, 온몸에 느껴지는 통증을 감내하는 것은 망가진 뇌로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 내용에 왠지 도전 의식이 생기시나요? 당신의 의지력을 시험해 보고 싶다면, 그 강한 의지력을 최초의 유혹을 거부하는 데 쓰세요. 마약 무경험을 지키는 데 의지력을 쓰세요. 그래야 승자가 됩니다.

마약은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마약 끊었다고 하면서 마약 시작하게 한 사람 비난하고 모든 것이 용서된 듯이 말하는 사람들 제발 그러지 마세요. 마약이 마치 끊으면 그만이고 이제 일상생활 잘하고 있는 양 웃으면서 말하지 마세요. 마약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나도 마약하고 끊으면 그만이겠지 하고는 마약을 쉽게 생각하게 됩니다. 마약은 장난이 아닙니다. 난 마약에서 빠져나왔고 마약으로부터 자유로워. 마약은 다신 안 해. 마약 그거 안 하면 그만이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마약 환자는 세상에 없습니다. 마약은 한 번 시작으로 인생 끝날 때까지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됩니다. 마약에서 손 떼고, 열심히 참고 있는 것에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자신하지 마세요. 다음 세상으로 갈 때까지 끝까지 참으세요. 단약하는 분들에게는 미안하고 안타까운 얘기지만, 마약은 시작만 있지 끝이 없습니다. 단약 중인 분들이 더 잘 아실 겁니다. 앞서 마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말씀드리겠다고 했죠? 마약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죽음입니다. 단호하게 말씀드리지만, 마약은 시작하면 마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죽음밖에 없습니다. 마약 제발 쉽게 말하지 마세요.

참고문헌
1. Gable RS. Comparison of acute lethal toxicity of commonly abused psychoactive substances. Addiction. 2004 Jun;99(6):686-96. doi: 10.1111/j.1360-0443.2004.00744.x. PMID: 15139867.
2. 그림 - 위키피디아 발췌
월간암(癌) 2024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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