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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푸, 칼 대지 않고 수술 합니다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4년 03월 27일 16:34분2,735 읽음
글 : 김태희 (서울하이케어의원 원장)
하이푸란
하이푸(HIFU, High intensity focused ultrasound)는 고강도초음파집속술의 영어 약자로 만든 용어로 강한 초음파를 한 초점에 모아서 만든 에너지로 종양을 파괴하는 기술을 말한다. 마치 햇빛을 돋보기로 모아 종이를 태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하이푸 초점에는 65-100도의 열을 발생시킬 수 있으며 약 1x3mm의 작은 초점으로 정밀하게 병변을 조준하며 이 초점을 자유롭게 움직여 원하는 부위를 괴사시킬 수 있다. 절개 및 출혈, 전신마취 없이 시술 가능하므로 기력이 쇠한 말기암 환자에게도 시술할 수 있다. 전이 되거나 혈관 침범이 있어 수술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수술 대안으로 적용해 볼 수 있다. 방사선과 달리 정상세포에 대한 해가 없기 때문에 에너지 총량 및 시술 횟수에 제한이 없다.


하이푸는 1990년 대 이후 전립선 암을 시작으로 간암 및 췌장암 등에 적용하기 시작 했으며 2000년대 이르러는 암뿐만 아니라 자궁근종 및 신경 질환, 통증 치료 등 다양한 분야로 치료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8년 간암을 시작으로 2012년 자궁근종 및 자궁선근증에 보건복지부 허가를 받아 15년 이상의 임상 결과를 축적하고 있다. 자궁근종이 연간 발생 환자 수가 50만 명이라 자궁근종을 대상으로 하는 하이푸 센터들이 최근 우후죽순으로 늘어났지만 2008년부터 지금까지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하이푸도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

하이푸 기대 효과
하이푸 기대 효과로는 우선 암세포를 직접괴사 시킨다. 하이푸 초점에 생긴 강한 열에너지와 진동 에너지로 암세포를 직접 파괴 시킨다. 그리고 부가적으로 항암 효과를 증가 시킬 수 있다. 보통 암 덩어리 내부는 정상적인 혈류가 잘 흐르지 않아 혈관을 따라 퍼지는 항암제가 잘 들어가지 않는다. 만일 하이푸로 이 종괴를 깨뜨리면 항암제가 종양내부로 잘 흘러 들어가게 해준다. 그래서 항암제 단독 치료보다 하이푸와 병행 했을 때 반응률 및 생존률을 높일 수 있다.

흥미로운 효과는 항암 면역 반응 유도다. 하이푸 뿐만 아니라 온도를 이용한 종양 괴시시술들은 항암 면역을 발생하는 부가 효과가 있다. 우리 몸에는 세포 분열 과정 중 암세포가 생기는 것이 자연스러우며 이런 세포들을 면역 세포가 찾아서 파괴한다. 그런데 암 환자의 몸에서는 암세포들이 면역 세포를 속이거나 도망치는 기술을 습득해 무한 증식하게 된다. 하이푸를 통해 암세포를 파괴하면 암세포 안에 있는 단백질이 노출되어 숨어 있는 항원을 노출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면 면역 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항체를 만들게 되는데 운이 좋은 경우에는 강한 전신 면역 반응을 일으켜 치료하지 않은 부위의 종양도 같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하이푸의 임상 적용
통증 치료
암 환자 치료에는 암에 대한 직접 치료 외에 여러 합병증 관리도 중요한데 그중 가장 환자들을 괴롭히는 증세는 암성 통증이다. 기본적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통해 관리하지만 효과가 충분하지 않거나 마약으로 인한 부작용 때문에 관리가 힘든 경우가 많다. 하이푸를 통해 암이 침범한 복벽이나 신경을 치료하면 통증이 만족스러울 만큼 줄어들 수 있다. 췌장암의 경우 후복막 신경 침범을 통한 통증이 특징적이고 관리가 어려워 이에 대한 하이푸 임상 논문이 많다. 여러 센터들의 논문들을 살펴보면 70 ~ 90%의 확률로 통증이 만족스러울 만큼 완화되는데 매우 높은 확률이어서 고무적이었다. 만일 암성 통증이 문제 된다면 하이푸도 적극적으로 고려해보면 좋을 것 같다.

하이푸와 간동맥화학색전술 병행 치료
원발성 간암의 경우 약 20%의 경우만 수술 가능하며 그 외는 다양한 치료들을 시도하는데, 일반적인 항암과 방사선이 별 효과가 없기 때문에 장기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치료들이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 수술을 못하는 경우 가장 많이 하는 치료가 간동맥화학색전술인데 간암으로 가는 혈류를 차단해 암을 굶겨 죽이는 치료법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장기 생존율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에 하이푸 초창기 때부터 간동맥화학색전술과 하이푸를 병행하는 치료를 많이 시도 했고 많은 논문이 나왔는데 간동맥화학색전술 단독 치료에 비해 하이푸와 병행하였을 때 종양 축소율과 생존율이 더 높았다. 국내 가톨릭대학병원에서 시행한 임상 실험에서도 위와 같은 결과를 보였다.

하이푸와 항암 병행 치료
전이암의 경우 수술을 못 하고 주로 항암만으로 치료하는데 이런 경우 장기 생존을 기대하기가 어려워 항암과 병행할 수 있는 치료를 모색해 보는데 고주파용해술과 같은 국소 치료는 긴 바늘을 찔러 넣어야 해서 장이나 혈관들이 가리고 있는 경우 치료할 수 없어 제한이 많았지만, 하이푸는 그럴 필요가 없어 보다 적용 범위가 넓다. 하이푸로 암을 괴사시키면 직접 암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에 암 종양으로 인한 부담을 덜어준다. 그리고 위에서 설명했듯이 항암 효과를 높이고 항암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어 항암만 하기보다 하이푸와 항암을 병행하는 것이 암에 대한 반응률을 높이고 생존 기간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이푸는 초음파라는 산모에게도 사용하는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원을 이용하기 때문에 항암 및 방사선 치료에서 보이는 정상세포 손상 및 면역 기능 저하 없이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치료든지 부작용이 없는 치료는 없고 하이푸의 경우도 피부 화상 및 경미한 발열, 통증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시술 경험이 많은 의사와 상의해 시술 여부 및 치료 시 기대 효과를 충분히 상의한 후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참조:
의료기술재평가보고서, 2019 간암의 초음파유도 고강도초음파집속술의 안전성 및 유효성 재평가, 한국보건의료연구원. Long term outcome of high intensity focused ultrasound in advanced pancreatic cancer, vol40, number7, october 2011, Pancreas.
월간암(癌) 2024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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