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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학, 위기에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며 나아가는 삼성서울병원 교수 조익준
구효정(cancerline@daum.net) 기자 입력 2024년 03월 04일 18:31분190 읽음
전 세계를 4년간 괴롭혔던 코비드19의 유행은 현대에 감염성 질환의 위험성이 얼마나 크고, 우리가 어떠한 노력을 해야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지 알려준 계기가 되었다. 코비드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초기에 우리나라는 신속하고 현명한 대처로 전 세계의 부러움을 받았었다. 이런 배경에는 2015년 유행했던 감염성 질환 메르스의 경험이 크게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조익준 교수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응급실 최일선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보호장비 관련 혁신적인 연구를 한 장본인이다. 조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박사를 수여받았고,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응급의학과 전공의, 전임의 생활을 한 후 2005년 삼성서울병원에 합류하였다. 40대 초반에 최연소 과장을 역임했고, 해외연수 복귀 후 2018년부터는 응급진료센터장을 맡은 바 있다.

“2015년은 메르스 사태를 겪은 해로 국내 의료기관 및 응급실의 감염성 질환에 대한 대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해이기도 합니다.” 조 교수는 당시의 사태에 대해 회상한다. 국내 첫 발병한 메르스 환자를 진단했던 응급실이 삼성서울 병원이었고, 이로 인해 주목과 함께 메르스 국내 유행의 시발점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또한, 국내 대다수 응급실은 전국적으로 마비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상황 속에서도 조 교수의 관심은 상황수습이라는 수동적 대응이 아닌 응급실 내에서의 상황에 대해 유의 관찰하고 전염병 노출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였다.

“당시 우리 응급실 의료진들은 스스로 본인들을 보호해가면서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는 개념이 뚜렷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환자를 치료하면서 3명의 의료진이 응급실에서 감염되었고 이 사건은 우리가 중요한 점을 놓치고 있었다는 자각을 하게 되었지요.”라고 조 교수는 그의 2015년 영문 응급의학회지에 발표한 개인보호장비에 대한 연구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와 동료들이 당시에 발표한 연구는 의료진이 감염성 질환을 보면서 착용하는 개인보호장비를 벗는 과정에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스스로 감염 위험에 노출시킨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 탈의 과정 중 평균 65건의 오염 사건이 발생했으며, 이는 참가자 당 평균 2.2건의 오염 사건으로 나타났다. 가장 취약한 과정은 호흡기 제거(79.3%), 신발 커버 제거(65.5%) 및 후드 제거(41.3%)로 밝혀졌다. 이를 통해 의료진들이 개인보호장비를 벗는 과정에서 스스로 또는 주변을 오염시키며 감염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검증한 중요한 연구결과였다.

메르스라는 전염병 사태를 겪으며 이를 토대로 진행한 연구는 5년 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확산 시 큰 관심을 받게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바로 직전에 미국 임상전염성질환이라는 잡지에 발표한 의료인의 개인보호장구 탈착 전략이라는 제목의 연구에서는 보호장구 탈착 시의 위험성을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대처를 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창 유행할 시기에 영국의 유명한 의학잡지인 BMJ(British Medical Journal)에 발간된 의료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개인보호장구 및 시설의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의 논문에서도 조 교수의 2015년 연구 내용을 인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어려운 경험을 하나의 안 좋았던 기억으로만 가지고 있지 않고,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감염성 질환에 대한 대비에 일조를 한 조 교수의 시초연구는 그가 담고 있는 응급의학 분야에서 바라보면 생소한 연구분야이다. 하지만 그의 이런 새로운 시각과 발상의 전환,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은 전염성 질환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도입하고자 하는 그의 열정은 대부분의 의과대학교수들이 교수 입문 초기에 정한 본인의 분야를 끝까지 고집하는 일반적인 환경에서 보면 이단아 같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주저 없이 뛰어들어 그 분야를 시작하고 발전시켜 나아가는 그의 개척자 적인 행보는 다양한 환자를 봐야 하는 응급의학에 적절한 성향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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