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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의 사회적 비용이 암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비슷한 수준
구효정(cancerline@daum.net) 기자 입력 2024년 02월 27일 16:22분252 읽음
2003년부터 매년 9월 10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 자살 예방 협회(IASP)가 제정한 '세계 자살 예방의 날’(World Suicide Prevention Day)이다.

전 후 2세대에 걸쳐 한국 경제는 세계 10위권으로 고속 성장했다. 게다가 최근엔 K팝과 한류가 세계인의 관심을 받는 문화 현상이 되었다. 경제 사회 문화 관광 등 한국의 성공이 정점에 도달한 것처럼 보이는 이 시점에 국제 사회는 한국의 자살률과 출생률에 상당히 관심이 높다.

한국은 짧은 기간 놀라운 성공을 거둔 것이 사실이지만 또한 자살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출생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는 사실도 함께 언급한다. 산업화는 성공했으나 사회문화 성적에 상당히 궁금해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부러워하며 한편으로는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의 절망적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자살이라는 면에서 충격적 재난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난 20년 중에 단 두 해를 제외하고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했다. 하루에 36명, 매년 1만 3000명 이상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지난 3년간 한국은 코로나19로 잃은 국민보다 자살로 더 많은 국민을 잃었다. 한국 여성의 자살률은 OECD 평균의 3배에 이르며, 자살은 10~30대의 사망원인 중 1위다. 단지 소중한 생명을 잃고 있을 뿐 아니라 경제적 관점에서도 자살로 인해 연간 수십조의 손실이 발생한다. 최근 경제학 연구에 따르면 자살로 인한 한국의 사회적 비용은 암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비슷한 수준이라 한다. 자살률 예방 비용이나 암 진료의 사회적 비용을 단순 수치로 평가한다는 것은 무리이나 우리의 관심으로 자살률도 낮추고 암 진료비도 낮추어야 하는건 분명하다.

1990년대 한국의 두 배였던 일본의 자살률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자전적 소설 “노르웨이 숲”도 당시 자살, 죽음, 삶의 방황을 화두로 다루며 이슈화되었고 일찍 산업화를 이루었던 일본의 어두운 문제였다. 일본은 예방 차원의 예산을 한국의 거의 20배 가까운 투자를 했고 10년 만에 자살률을 30%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한국의 두 배였던 일본의 자살률은 이제 한국 자살률의 3분의 2수준으로 낮아졌다.

이제 한국도 자살 예방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자살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 자살이 '극단적인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실패'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런 인식 전환은 '사회적 실패'를 '사회적 승리'로 바꾸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것은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며 집중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혈압이나 고지혈증 관리하듯 정신질환도 무겁고 힘든 질환으로만 여기지 말고 우리 주변의 일상이며 일부라고 생각하고 자살이라는 치명적 전염병에 맞서기 위해 함께 손을 잡고 노력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1996년부터 2005년까지 추진한 '암 정복 10개년계획'에 이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제2기 암 정복 10개년 계획'을 진행했다. 매년 증가하는 암 발병률을 낮추고 국가에서 관리하기 위한 정책이다. 이러한 지원정책과 조기진단, 약물이나 의료기술 등의 발전으로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1993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06년에서 2010년까지 65.5%였던 생존율이, 10년 뒤인 2015년부터 2019년까지 70.7%로 나타났다. 암 환자 10명 중 7명은 5년 이상 생존한다는 이야기다. 이는 국제적으로도 미국, 영국, 일본 등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암 상병 진료비 통계'에 따르면 2019년에 의료기관에 이 제공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지불 비용인 '요양 급여비용'은 약 7조 4,829억 원이다. 그중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하는 금액은 약 6조 6,667억 원이다. 그리고 2019년 기준, 건강보험공단의 급여 중 암과 관련한 '신생물'을 원인으로 하는 진료비 지출은 전체의 13.1%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에는 7.7%였던 것과 비교하면 암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점점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월간암(癌) 2024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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