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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기] 절망에서 남편이 건네 준 희망의 특급열차표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3년 03월 27일 17:08분3,514 읽음

글: 강명윤 (53세 1970년생, 흉막중피종 유방암)
나는 평택 사람이다. 평택에서 태어나 학교에 다녔고 3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였다. 아마도 남은 삶도 이곳에서 보낼 듯하다. 나의 삶을 뒤돌아보면 평온과 행복으로 가득했다.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웠으며 큰 욕심이 없다면 내가 원하는 것은 언제든 이룰 수 있었다. 병을 진단받기 이전은 말 그대로 행복 그 자체였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암과 투병하는 중이고 나의 일상은 모두 암에 맞춰져 있다. 과거의 행복은 멀어지고 고난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모든 암 환자가 그렇겠지만 암에서 벗어나 다시 이전의 시간으로 돌아가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게 삶의 목표인 것처럼 나도 그런 꿈을 꾸며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다행히 지금은 시련을 넘어 희망의 길 위에 서 있는 느낌이고 처음 암을 진단받았을 때보다 마음은 더욱 강해졌고 몸도 건강을 향해 방향을 바꾸었다. 지금부터 짧게나마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2022년 2월 16일, 그날을 잊을 수 없다. 직장 건강검진을 하려고 동네 병원을 방문했다. 매년 하는 건강검진이므로 직장생활 일부분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감정 없이 병원을 방문하여 기계처럼 검진하였다. 무슨 일이 생길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으며 심각한 질병이 나의 몸속에 자리 잡고 있을 줄은 더더욱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가슴 X-ray를 검토하던 담당 의료진은 심각한 얼굴로 나를 붙잡고 조직검사를 하자고 이야기한다. 순간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조직검사 진행 여부를 고민했다. 나는 내심으로 별것 아니겠거니 생각이 들었고 조직검사를 할 바에는 큰 병원으로 가야겠다 싶어서 동탄신도시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예약했다.

며칠 후 그곳에서 흉막에 악성중피종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흉막중피종이 뭐지? 암은 아니네’ 이런 생각을 했는데 담당 의료진은 심각한 표정으로 수술을 권유한다. 그제야 나는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고, ‘흉막중피종’이라는 병은 1년에 100여 명 정도가 걸리는 매우 희귀한 병으로 암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CT를 보니 암은 흉막에 다발성으로 보였으며 슬프게도 이 병은 기수와 상관없이 예후가 매우 좋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병을 인지하는 순간 분노와 울분에 휩싸여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집에 와서는 끊임없이 눈물이 쏟아졌고 어찌할 바를 모른 채로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내심으로 희망을 품으려 노력했다. 현대 과학이 얼마나 발전했는데 이런 병을 못 고치겠어. 우주로 인공위성을 쏘고 달나라에도 다녀오는 세상인데 악성중피종이 뭔지는 몰라도 내가 진단받은 병을 고칠 수 있을 거야!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수술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 병원을 방문했다. 그리고 수술할 바에는 서울에서 해야겠다 싶어 서울 강남에 있는 제일 큰 병원을 방문했다. 그곳 의료진은 나에게 수술의 방법과 예후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데, 직접적으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내가 느끼기에 그것은 죽음과 같은 것이었다. 희망보다는 절망에 휩싸이게 되었고, 수술해도 다 낫지 않는다면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나의 몸을 그들에게 맡기고 싶지 않았다. 결국 나는 수술을 하지 않기도 결정했다. 수술을 통해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담당 의료진은 나에게 아무런 희망과 신뢰를 주지 못했고, 심지어 올해를 넘길지 의문이라는 말까지 하면서 절망스러운 마음에 기름을 부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다른 방법을 찾는 게 현명하다 싶어 이런 결정을 내렸다.

그런 결정은 나를 다른 병원으로 인도하였다. 역시 강남에 있는 대형 병원이었는데 그곳 의료진도 이전 병원과 다르지 않았고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병원 치료는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그즈음 남편의 권유로 교회에 나가 종교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교회에서 추천해 주는 병원이 세브란스 병원이었다. 하나님의 뜻일지도 모른다는 약한 희망을 품고서 신촌으로 향했다. 그 병원의 의료진은 뭔가 다른 느낌이었다. 나에게 절망보다는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꾸준히 치료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말에 나는 그곳의 치료 방법을 선택하였다. 그곳 의료진은 나의 수술 거부감이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항암치료부터 시작했다. ‘알림타’라는 항암제를 낮은 강도로 시작하였다. 지금도 3주에 한 번 병원을 방문하여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방암이 발견되었다.

설상가상이라고 할까?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흉막중피종 외에 별도로 오른쪽 가슴에 유방암이 발견된 것이다. 의료진은 당장 수술을 진행하자고 했으나 당시 나의 몸과 마음은 수술을 견딜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발견된 유방암은 다행히도 그리 크지 않았으며 시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당시 병원 치료와 별도로 한의학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나는 마음속으로 현대의학적 치료보다는 한의학 치료에 더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래서 유방암 수술을 뒤로 미루고 항암치료와 함께 한의학적 치료를 병행했다.

남편은 내가 진단받은 후 암에 관하여 많은 공부를 했던 모양이다. 우선 규칙적인 생활과 음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의 권유대로 나는 일과를 정해 놓고 생활한다. 음식은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바꾸었으며 그렇게 좋아했던 군것질을 일절 끊었다. 오랫동안 해오던 에어로빅이나 헬스 같은 운동은 그만두었고 대신 등산으로 운동 종목을 바꿨다. 또 마음의 안정과 변화를 위해서 종교를 권하기에 가까운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독실한 기독교인이 되었다. 우울한 기분이 들 때면 안정을 찾기 위해 기도와 찬양을 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는 의미를 알게 되었으며 내려놓는 삶으로 변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남편이 함께하며 나를 위해 모든 계획을 만들고 실천한다. 행여 내가 게으름을 피우면 잔소리로 나를 이끌고 있다.

처음 진단받은 작년 봄부터 여름까지 하루도 울지 않은 날이 없었으며 한순간도 절망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런 나의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도 충격을 받았겠지만, 다행히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시련을 극복할지 고민하고 계획하였다. 만약 남편도 나와 같이 슬퍼하고 절망했다면 우리는 둘이서 끝없는 절망에 빠져들어 헤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남편은 중심을 잡고 나를 붙잡고 있었다. 그는 끊임없이 나에게 용기를 주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치료보다 더 소중한 삶의 의미를 알려준다. 과거에는 그저 나의 화풀이 대상이었으며 집에서는 내가 왕처럼 모든 것을 마음대로 했지만, 이제는 반대로 그가 왕이 되었고 나는 그의 손을 붙잡고 삶을 이어간다.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니 암과 지내는 일상이 고맙게 느껴진다. 그렇게 1년 남짓 투병 생활을 지내보니 이제는 처음보다 많이 진정되었다. 그에 따라 몸도 많이 좋아졌다.

그런 남편은 치료 계획을 세우며 병원에서 받는 항암치료 외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리고 작년 5월경 나를 서울에 있는 봉명당 한의원으로 이끌었다. 그는 매우 꼼꼼하고 까다로운 성격이기 때문에 무언가 쉽사리 결정하지 않으며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결정한 후 나를 이끌고 왔겠지만, 한의원에서 암 환자에게 어떤 치료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에 나는 쉽게 수용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곳 원장님과 상담을 하고 난 후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봉명당 한의원의 지상은 원장은 지금까지 만나본 의료진 중에서 가장 가슴에 와닿는 내용의 이야기를 진실하게 들려주었다.

쏠투비운모가루는 봉명당 한의원 원장님이 처방한 약이다. 그리고 그 약은 나의 치료 계획에 추가되었고 원장님의 처방에 따라 정해진 시간과 상황에 따라서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몸은 변화가 일어났다. 가장 큰 변화는 통증이 줄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병원에서 치료받는 항암제 부작용이 있었는데 그것도 서서히 줄기 시작했다. 특히 입맛이 없고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서 기운이 없었는데 항암제 부작용이 줄면서 음식 섭취가 수월해졌고 그에 따라 삶의 질이 한결 높아졌다. 등산을 병행하면서 체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보다 자신감이 생겼으며 왠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희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대학병원 의사들은 기계적으로 처방하고 대화를 나눈다. 환자의 입장을 배려하거나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지상은 원장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항상 고민하고 그에 따른 처방을 한다. 음식과 운동, 하루의 일상을 어떻게 보내야 하며 마음 상태를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 등등 세세하게 그가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나를 살핀다. 나를 연구한다. 나를 절망에서 희망으로 시련에서 행복으로 이끌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남편은 아마도 쏠투비운모가루에 관하여 공부하다 봉명당 한의원을 알게 된 듯하다. 부작용 없는 약이며 GMP인증을 받았다는 사실에 신뢰가 생겼다. 무엇보다 내가 가입한 보험으로 치료비가 나왔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작년 5월부터 복용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받은 검사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담당 의료진도 의아할 정도였다. 흉막에 다발로 생겼던 암은 없어지거나 크기가 작아졌으며 오른쪽 가슴에 생겼던 유방암은 흔적만 남은 채 사라졌다. 그러나 담당 의료진은 흔적이라도 제거해야 재발하지 않는다고 의견을 제시하는 바람에 유방암 수술을 진행했다. 작년 11월의 일이었다. 최근 검사는 3월 11일에 했다. CT 사진은 놀라울 정도로 암이 작아지거나 사라진 상태다. 처음 진단받을 당시 의사들은 올해를 넘기기 힘들지 모른다는 절망을 나에게 주었지만, 그 올해는 작년이 되었고 새롭게 시작된 한해는 봄꽃이 만발하고 있다. 최근 검사를 보아도 희망을 품을 만큼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암이라는 병 때문에 좌절했으며 시련을 맞았지만 나는 다시 행복한 일상으로 서서히 돌아가고 있다. 아침마다 맞이하는 하루는 소중하며 삶의 의미를 되새긴다. 나와 같은 처지에 계신 분들도 부디 좌절하지 않고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으로 생활한다면 지금 걷고 있는 길이 시련에서 희망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길을 이끌어 주는 사람을 만난다면 더 없는 행운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월간암(癌) 2023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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