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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가 유발하는 빈혈에 도움되는 한약들
임정예 기자 입력 2022년 03월 30일 17:30분7,650 읽음
일본의사들이 많이 처방하고 있는 혈구감소 완화 한약들과 근거 2

글: 장성환 | 파인힐병원 한방원장


암환우들은 항암 중 많은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다. 이는 항암제가 암세포뿐만 아니라 빨리 분열하는 정상세포까지 공격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항암제 부작용을 최대한 줄여주고 항암 효능을 높이는 치료가 필요하게 되는데 이를 ‘암 보조요법(Supportive Care in Cancer)’이라고 부른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National Cancer Institute)에서는 암 보조요법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암 환자가 치료를 받을 때 발생하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줄여주고, 또한 심신적, 사회적, 정신적 문제에 조기 대응하여 각 치료가 그 효과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의료행위를 가르킨다.”

만약 항암제 부작용 관리가 충분하지 않게 되는 경우에는 환자의 삶의 질 저하뿐만 아니라 항암제 용량을 줄이거나, 휴약하거나 심지어 항암제를 중단하거나 다른 항암제로 바꾸게 되어 충분한 항암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2010년 일본 전국의 암치료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 9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한약 사용경험은 92.4%였으며 이들이 경험한 암치료 영역에서 한약의 유효성에 높은 기대효과(level 3+4=70.4%)로 보고된 것이 ‘항암제 부작용 개선효과’이다. 이는 한약이 항암제 부작용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해 주는 보조적 치료 효과가 우수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항암제 부작용 중에 골수손상으로 인한 백혈구 감소, 호중구 감소, 적혈구 감소, 헤모글로빈(혈색소) 감소, 혈소판 감소 등이 있다. 지난 시간의 “항암제가 유발하는 백혈구, 호중구 감소증에 도움되는 한약들”에 이어 이번 시간에는 적혈구 감소, 헤모글로빈(혈색소) 감소, 즉 빈혈의 한약치료에 대해 다루어 보고자 한다.

▪ 빈혈이란?
혈액 내에는 적혈구가 가장 많다. 적혈구는 산소를 온몸의 세포에 공급하고 노폐물인 이산화탄소를 폐로 수송하여 호흡을 통해 제거한다. 적혈구에는 적색의 호흡 색소인 헤모글로빈이 포함되어 있다. 헤모글로빈은 산소와 결합하고 분리되는데 혈액이 인체 조직의 대사에 필요한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조직의 저산소증을 초래하는 경우를 “빈혈”이라고 부른다. 즉 빈혈은 적혈구 내의 혈색소(헤모글로빈)를 기준으로 진단하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혈색소(Hb) 농도가 남자 성인의 경우 13g/dL, 여자 성인의 경우 12g/dL 미만인 경우를 빈혈로 정의하였다.

▪ 암환자 빈혈의 원인
빈혈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적혈구의 생산이 감소되거나 파괴가 증가하고 출혈로 적혈구 자체가 상실되는 경우와 적혈구의 생산을 위한 재료들인 철, 비타민 B12, 엽산의 결핍으로 발생하는 경우, 적혈구의 파괴가 증가하는 경우 등이 있다. 암 환자에 가장 흔한 빈혈의 원인은 만성 질환에서의 빈혈, 골수 전이, 항암치료 부작용 혹은 출혈 등이다.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 후에는 정도 차이는 있으나 골수생성 억제로 빈혈의 발생 빈도가 증가한다.

항암제 중에는 시스플라틴, 카보플라틴과 같은 백금계와 도세탁셀, 파클리탁셀과 같은 탁산계, 독소루비신과 같은 안트라사이클린계 항암제가 적혈구감소와 빈혈을 잘 유발하는 항암제로 알려져 있다. 백금계 항암제를 사용하면 신세뇨관이 손상되어 적혈구 생성인자(erythropoietin, EPO) 생산이 감소되므로 빈혈이 흔하게 온다.

항암화학요법에 의해 적혈구감소, 빈혈이 오는 경우는 사용하는 약제나 요법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치료 시작 후 1~2주 후부터 서서히 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적혈구 수명이 120일로 약제 영향을 즉시 바로 받지 않기 때문이다.
방사선 요법의 경우 척추와 골반이 포함되는 부위에 방사선 치료를 하는 경우 빈혈의 빈도가 높게 된다.

▪ 암환자 빈혈의 발생 빈도
빈혈은 종양의 종류와 병기에 따라 다르나 고형암 중 빈혈과 가장 많이 연관되는 암은 폐암, 위장관암, 난소암으로 보고되고 있다.

대규모 코호트에 대한 관찰 연구에 따르면 모든 유형의 치료를 시작하기 전 암 환자의 20~30%, 항암 요법 중 60~70%에서 낮은 혈색소 수치가 보고되었다. 실제로 항암화학요법은 새로운 빈혈을 유발하고 종양에 의해 유발된 빈혈을 드러낼 수 있다.

빈혈은 진행암에 잘 발견되고 있는데 항암 화학요법을 받지 않는 환자에서 암 관련 빈혈의 유병률과 중증도는 질병의 단계와 상관관계가 있으며, 진행된 질병 환자의 60~80%에서 나타난다. 비교적 빈혈이 흔한 대장암의 경우 조기 대장암은 40% 환자에서, 진행된 대장암은 80%의 환자에서 빈혈이 발견된다. 암 환자 빈혈의 기저에 있는 다양한 기전을 고려할 때, 이는 질병 진행 중에 거의 일정한 문제이다.

▪ 빈혈은 암환자에게 몇 가지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빈혈 상태는 중증도에 비례하여 호흡곤란, 피로, 현기증, 식욕부진, 집중력 부족, 우울한 기분과 같은 일련의 증상을 유발하며 이러한 증상은 수행, 일상 기능 및 삶의 질(QOL)을 손상시킨다. 추가적인 결과로 항암 치료에 대한 순응도는 빈혈로 인한 수행 능력 저하로 인해 손상될 수 있다. 

암에서 빈혈과 생존율 감소 사이의 연관성은 명확하게 확립되어 있다. 
여러 관찰 연구에서 질병 진행, 항암화학 요법/방사선 요법에 대한 반응, 생존 및 사망 위험에 대한 빈혈의 부정적인 영향이 보고되었으며, 이는 초기 암 단계에서 발생하는 빈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 빈혈은 암 미세환경의 저산소증을 증가시킬 수 있다.
빈혈은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더 공격적인 형태의 암의 결과일 수 있지만 종양과 관련이 없는 추가 기전이 빈혈 환자의 예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빈혈은 방사선 요법 및 화학 요법에 대한 내성, 종양 성장, 조직 침습, 전이, 불량한 결과와 관련된 상태인 종양 미세 환경의 저산소증을 증가시킬 수 있다.

따라서 빈혈은 암환자의 생존율 향상 뿐만 아니라 치료율 향상을 위하여 교정해야 할 중요한 보조적 치료 대상이 된다.

▪ 빈혈의 표준치료
암환자 빈혈의 원인은 일반환자의 빈혈과 달리 다양한 각도에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위장관 출혈 등으로 혈청 철이 부족한 철분결핍의 경우 철분제를 복용하거나 주사치료 할 수도 있고 엽산이나 비타민 B12가 부족하면 이들을 보충해 주어야 한다. 암환자 빈혈의 경우 주된 증상이 있거나 수치가 많이 떨어진 경우 수혈을 하기도 하지만 가장 흔하게 항암치료 중에 생기는 빈혈의 경우에는 적혈구 촉진제(EPO: Erythropoietin)를 피하주사로 맞는 것이 보험에 인정되어 있다.

▪ 빈혈의 보조적 한약치료
한약 중에서 빈혈에 효능 및 효과가 기재되어 있는 것이 많은데 대표적으로 십전대보탕, 보중익기탕, 사물탕, 귀비탕, 가미귀비탕, 인삼양영탕, 당귀작약산 등이 있다.

암환자의 수술 전 자가수혈법에 있어 철분제나 적혈구 생산을 자극하는 당단백질호르몬인 에리스로포이에틴(EPO)제제에 십전대보탕을 병용하면 저장혈로 인한 적혈구 수와 적혈구용적률(Hct: hematocrit) 값의 감소폭이 효과적으로 줄어드는 것이 무작위대조군임상시험(RCT)2)으로 증명되었다.

항암중 빈혈 회복효능에 대해 기타지마 마사키 등이 폐암 환자 10례를 대상으로 1주기 때에는 십전대보탕을 투여하지 않고, 2주기 때부터 백금계 항암제인 카보플라틴 투여 전일부터 십전대보탕 엑기스를 1일 7.5g으로 21일간 투여하고, 카보플라틴 골수억제에 대하여 검토를 시행하였다. 그 결과, 혈색소인 헤모글로빈(Hb)의 카보플라틴 투여 전 수치와 투여 후 최저치의 차에서 1주기 때에는 평균 3.1g/dL 감소하였으나, 2주기 때에는 평균 1.4g/dL만 감소되어 헤모글로빈 감소가 유의하게 억제되었다.

골수 보호 목적으로 자주 사용되고 있는 당귀보혈탕은 실험연구에서 항암제(사이클로포스파미드)로 유발된 빈혈에 혈색소 회복에 우수한 효과를 나타냈으며 적혈구 수, 적혈구 용적률(Hct), 혈소판 수 등의 항목에도 우수한 회복 효과를 나타내었다.

보혈(補血)하는 대표적 한약으로 알려진 사물탕의 경우 실험연구에서 항암제로 유발된 혈구감소에 적혈구 상승을 높이고 헤모글로빈의 양을 증가시키며 백혈구 감소증과 혈소판 감소증에도 회복작용이 보고되었다. 특히 사물탕에 함유된 숙지황이 헤모글로빈을 다량으로 생성시켜주는 주된 한약제로 알려져 있다.

항암 중 암환자의 피로 완화와 NK세포 부활 등 면역력 회복, 호중구 감소증 완화 효능이 잘 알려진 보중익기탕은 실험연구에서 대장암에 의해 유발된 적혈구 수치 감소 예방과 수치 증가에 모두 유의성이 있어 빈혈 예방 및 치료에 효능이 보고되었다. 이외에도 대장암에 의해 유발된 식욕부진 예방과 치료, 체중감소 치료, 근육량 감소에 효과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방사선성 직장염으로 인한 출혈 등 출혈이 명확한 경우에는 궁귀교애탕을 사용할 수 있다.

▪ 빈혈에 한약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유 | 골수보호 + α(알파)
십전대보탕, 인삼양영탕, 보중익기탕 등의 한약은 항암 화학요법으로 유발된 빈혈을 회복하는 효과가 있으며 호중구 감소증 또는 혈소판 감소증을 함께 회복해 주는 기능이 있다.
십전대보탕, 귀비탕 등은 항암제에 의해 억제된 암을 공격하는 림프구인 T세포와 NK세포를 회복시켜주고 당귀보혈탕은 T세포를 회복시켜 주는 기능이 있다. 즉 면역력을 함께 부활해 주는 것이다.

또한 이들 한약들은 암환자의 피로를 회복시켜주는 보약의 기능이 있어 항암제를 잘 견디게 해주는 기능이 기본으로 있다. 실제 여러 임상연구에서도 항암 중에 이들 한약을 복용한 군이 복용하지 않은 군에 비해 생존기간 향상이 보고되어 있다.

모토오 요시하루 카나자와 의대 종양내과학 주임교수는 암치료 영역에서 한약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항암제의 부작용을 완화하는 암 보조요법으로서 한약은 신체 방어의 역할을 맡습니다. 즉 표준 치료를 완수시킨다는 것 자체가 한약을 사용하는 목적입니다.”

참고문헌
1) Clelia Madeddu, etc. Experimental Drugs for Chemotherapy- and Cancer-Related Anemia. Journal of Experimental Pharmacology. 2021;13: 593-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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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강순아 등. 당귀보혈탕과 erythropoietin이 cyclophosphamide로 유도된 흰쥐의 빈혈에 미치는 영향 비교 연구. 대한동의생리학회지. 2006;20(1):31-36
5) 임석린. 사물탕과 사물탕 구성약물이 혈구감소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대전대학교 한의학논문집. 1999;8(1):837-851.
6) 홍은희. 대장암 유발 동물모델에서의 조혈기능 및 체중감소 등에 미치는 보중익기탕의 효과. 경희대학교. 2014
7) 모토오 요시하루(일본 종양내과 전문의). 한약 암치료. 청홍. 2020, p 16, 107-110
월간암(癌) 2022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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