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기사
테라노스 사건을 통해 보는 자본가와 환자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2년 02월 18일 12:23분1,307 읽음
여기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있다. 엘리자베스 홈즈는 미국의 잘 나가는 대학 중의 하나인 스탠포드 대학교에 다녔다. 그녀는 2003년에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19세의 어린 나이로 작은 회사를 하나 차리는데 그 회사의 이름은 테라노스이다. 치료(therapy)와 진단(diagnose)을 뜻하는 두 개의 단어를 합성하여 테라노스(theranos)라고 지었다.

얼마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회사이다. 엘리자베스 홈즈는 열정적이었고 뛰어난 외모와 두뇌를 가진 촉망받는 젊은이였다. 미국의 명문대학교를 중퇴하였지만, 화학을 전공하였으며 자신의 지식과 능력으로 아픈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작은 스타트업 회사를 차린 것이다.

이 회사는 창업 후 미국의 가장 유명한 정치인들로 이사진을 만들고 국무부 장관이나 국방 장관 혹은 대형 언론사의 회장과 같은 사람들에게서 투자를 받고 그들을 이사진으로 만든 후 사업을 키운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피 한 방울로 250여 가지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것으로 홍보한 ‘에디슨’이라는 제품이며 만약 이 제품이 사실이었다면 미국의 대기업 집단에 들 수 있을 만큼 획기적이었을 것이다.

현재까지 혈액으로 진단할 수 있는 병의 종류는 10여 가지에 불과하며 그것도 한 방울이 아닌 많은 양의 혈액이 필요하다. 각각의 병에 대한 진단을 위해서는 다양한 기계를 통해서 검사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테라노스사에서 개발한 에디슨은 혈액 한 방울로 250가지 이상의 병을 진단할 수 있었다고 홍보했다. 그리고 미국의 유명 병원 등지에 테라노스 진단센터를 설립하고 전방위적인 마케팅을 통해 회사는 승승장구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의료계에 혁신이 될 수 있었던 이 제품은 실제로는 속임수였다.

에디슨이라는 진단 기계는 존재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혈액 샘플을 채취하면 기존의 혈액 검사 기계에서 몇 가지 병을 진단 후 환자에게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회사의 CEO인 엘리자베스 홈스만 이렇게 비밀스러운 정보를 알고 있었으며 회사의 수많은 직원들조차 그것이 사기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회사는 점점 더 성장했다.

엘리자베스 홈즈는 미국 유수의 잡지에 표지 모델로 등장했으며 덕분에 자본가들로부터 우리 돈 10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받았고 후에는 스티브 잡스를 능가하는 젊은 여성 사업가라는 호칭을 얻기에 이른다. 인류를 구하고 덕분에 돈을 벌 수 있다면 좋겠지만 가장 중요한 곳에 속임수가 있었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중요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졌다.

존 캐리루는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탐사보도 전문 기자이다. 어느 날 존 캐리루는 엘리자베스 홈즈와 그녀의 회사를 다루고 있는 기사를 보면서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직접 엘리자베스 홈즈를 만나 인터뷰를 했는데 홈즈는 캐리루의 중요한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할뿐더러 아주 추상적인 대답으로 일관했다.

에디슨이라는 기계가 어떻게 작동하길래 다른 기계와 달리 그렇게 많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홈즈는 화학반응을 보고 회사의 직원들이 질병을 진단한다고 대답하는데 대부분의 진단 장비가 작동하는 방식과 같으며 다른 점이 하나도 없었다. 또한 다른 질문에서는 정확한 답보다는 모호하고 추상적인 대화로 일관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그 후 테라노스에서 일하고 있는 전·현직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인터뷰를 요청하게 되었고 급기야 내부고발이 이어지면서 에디슨이라는 기계는 존재하지도 않으며 그동안 환자와 의료진 그리고 투자자들을 기만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엘리자베스 홈즈이 사기 행각은 탐사보도 기자의 보도로 막을 내리게 되었으며 법의 심판을 받았다. 스티브 잡스를 흉내를 내며 넥스트 스티브 잡스로 불렸던 한 여성의 사기 행각은 끈질긴 기자의 취재와 내부에서 일했던 전·현직 직원들의 용기 어린 고발로 결국 들통 났다. 회사에 매출이 없어도 혹은 적자에 시달림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받아 억만장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자본주의라지만 가짜 기술이나 있지도 않은 기술 그리고 미래에 그러한 기술이 생길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회사 가치가 천정부지로 솟는다면 잘못된 자본주의가 아닐까.

3년 동안 1심 재판이 진행됐고 총 11개의 혐의에 대해서 기소가 이루어졌는데 그중에서 4개의 혐의에 대해서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만 31세의 나이에 우리 돈 5조 원 정도의 자산을 보유하였으며 테라노스라는 회사는 기업가치가 우리 돈 10조 원을 넘었지만, 순식간에 기업가치는 0이 되었고 그녀는 범죄자가 되었다. 당시 홈즈는 뻔뻔하게도 “우리는 언젠가 그 많은 질병을 검사할 기술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고 말해서 많은 사람의 화를 돋웠다.

그녀가 기소된 혐의는 총 11개이며 투자자와 환자에 대한 사기에 대한 부분이다. 하지만 투자자를 속인 죄는 대부분 유죄 판결이 났지만 환자를 속인 부분에 대해서 모두 무죄가 되었으며 유죄 판결이 난 죄목은 단 한 개도 없다. 환자는 치료를 위해서 검사를 진행하는데 이때 검사 결과가 부정확하다면 잘못된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의료진이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의료진은 자신들이 신뢰하는 진단 기계에서 나온 검사 결과였으니 부정하지 않고 치료 프로토콜을 만들기 마련이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엉터리 검사 때문에 잘못된 치료가 진행된다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테라노스 사건을 담당했던 재판부는 환자 사기 공모와 부정확한 검사 결과를 받은 환자와 관련된 2건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선고를 내렸다.

그녀는 아직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아마도 곧 감옥에 가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할 듯하다. 아쉬운 점은 언제나 아픈 환자는 범죄의 표적이 되어 피해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이나 제약사 등의 거대한 기업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잘못된 검사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많은데도 그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의료사고가 일어나면 환자는 언제나 법 앞에서 약자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법을 바꾸면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도 의료현장에서는 억울한 환자들이 생기고 있다. 의료진보다는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하루빨리 자리잡기를 기대해본다.
월간암(癌) 인터넷뉴스
추천 컨텐츠
    - 월간암 광고문의
    sarang@cancerli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