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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침,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2년 01월 28일 14:56분12,135 읽음


벌침의 효능, 봉독 속의 펩타이드 멜라닌과 아파민
벌침은 벌의 침을 환부에 쏘는 치료법으로 봉침이라는 이름으로 한의학에서 오래전부터 통증이나 염증 치료에 사용해 왔다. 벌의 침을 치료에 사용하는 이유는 침의 고유한 치료 효과에 더해 벌침 성분이 인체에 작용하는 반응 때문이다.

벌침에는 몇 가지 독소가 함유되어 있다. 작은 아미노산이 섞여 있는 물질을 펩타이드(peptide)라고 하며 종류도 다양하다. 벌침은 펩타이드 성분이 주를 이루는데 멜라틴, 아파민 등이다. 또한 도파민이나 히스타민, 세로토닌과 같은 여러 종류의 아민(amine)도 포함한다. 이런 성분은 인체에 약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반대로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한 각자의 체질에 따라서 반응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벌에 쏘였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 사람마다 각양각색이므로 벌침은 사람에게 위험한 독소이다.

벌의 침은 여러 종류의 독이 모여 있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그래서 독 칵테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통증을 유발하고 부종을 일으키거나 혈관을 파괴하며 제일 중요한 것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실제로 벌에 쏘였을 때 벌침 자체에 있는 독은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의 양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알레르기 반응이 생겨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사망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전신에 두드러기가 생기고 벌에 쏘인 부위가 빨갛게 부어오른다. 이 정도면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호전되기도 하는데 알레르기가 심해지면서 기도가 붓고 호흡 곤란이 생기게 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아나팔락시스 쇼크로 알려진 급성 알레르기 반응은 극소량의 독성 성분을 가진 물질로 급박한 상황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보통 인체의 면역 반응이 원인이다. 한 번 벌에 쏘인 사람은 면역체계에서 벌침에 대한 항체를 갖는데 다음번 다시 벌에 쏘이면 이 항체가 즉각적으로 반응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따라서 한 번 벌에 쏘인 사람은 다시 벌에 쏘였을 때 아나팔락시스 쇼크가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의학에서 벌침요법을 사용하는 경우는 통증과 염증을 다스리기 위해서이다. 과학이 발달하기 이전부터 사용해 오던 방법이었지만 최근 봉침요법에 대한 과학적 기전이 연구되어 통증과 염증에 반응하는 이유가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을 이용한 치료법이므로 아나팔락시스 쇼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시술을 받는 환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2018년 한의원에서 봉침 시술을 받던 젊은 사람이 급성 쇼크로 생명을 잃게 되는 사고가 있었고 이 사건을 계기로 봉침요법이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보통 아나팔락시스 쇼크와 같이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아드레날린 약물로 위급한 상황을 지연시키거나 모면할 수 있다. 시술했던 한의원에서는 이러한 약물을 구비하지 않은 채 봉침요법을 시도했으며 결국 한의사는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되는 것으로 재판은 마무리되었다. 극소수의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사고여서 대비를 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벌침에 함유된 여러 성분을 연구한 자료를 찾으면 놀라운 효능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봉독 속 멜라틴 유방암세포에 강력 반응, 아파민 p53 아포토시스 유도
얼마 전 호주의 과학자들이 벌침에 포함된 독소 중의 하나인 멜라틴이 유방암 세포에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연구 발표를 한 자료가 있다. 정상적인 유방세포와 암세포를 대상으로 진행된 실험에서 중요한 효과를 발견했으며 유방암이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허투(HER2) 양성 세포 그리고 삼중음성 유방암세포에 강력한 작용을 한다는 연구이다. 더구나 이 연구에 따르면 정상세포는 거의 해치지 않고 암세포만 골라서 100% 사멸시켰다는 실험자료이다.

펩티드 성분 중의 하나인 멜라틴이 암세포에 반응한다는 것이며 이는 천연에서 추출한 재료뿐만 아니라 합성으로 만든 멜라틴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아직 실험실의 연구 수준으로 상용화가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아 보인다. 이 논문에서 멜라틴의 양과 농도에 따라서 각기 다른 반응이 생겼으며 이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보인다.

멜라틴 외에도 아파민(Apamin)에 대한 연구자료도 눈여겨볼 만한데 이 연구를 살펴보면 아파민은 p53이라는 암억제 단백질을 활성화하는데 이 P53은 세포의 생성과 소멸에 관여하여 암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포는 생성과 소멸 주기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아포토시스라고 한다. 암세포는 소멸 주기가 없어서 무한 생성하는 특성이 있다. 즉 암세포는 생성만 하고 소멸하지 않기 때문에 기하급수적으로 종양이 커지는데 벌침의 아파민은 이런 세포에 작용하여 아포토시스를 유도한다.

그 외에도 신생혈관 억제와 같은 암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론적으로 봉침요법은 통증과 염증을 억제하고 항암 작용을 한다. 문제는 각각의 체질이나 인체의 특성에 따라서 큰 위험이 생길 수 있으며 벌 자체의 침을 이용한다면 위생적으로도 문제가 생긴다는 점이다. 유익한 요법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만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예전에 집에서 벌을 키워 스스로 처치하는 암환자를 만난 적이 있다. 주로 암과 투병하면서 통증이 있을 때 그 부위에 봉침을 놓는다고 했다. 봉침요법의 여러 장점을 체험하기 위하여 직접 벌을 키우고 벌의 침을 뽑아 자신에게 처치하였는데 이런 방법은 전문가의 도움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정식으로 시판된 벌침 관련 약품들도 다수 있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알러지 물질을 정제하여 제거하고 희석하여 안전하게 앰플로 만들어진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시행할 수 있으므로 주변에 관련 의료기관을 찾아보는 게 좋다.

봉침요법은 오래전부터 당시의 의료인들이 사용해 온 치료법이다. 히포크라테스 시대나 코란에서도 언급되어 있는데 민간요법의 하나로 치부하여 과소평가하는 경우도 있지만, 과학의 범주에서 아직 더 많이 연구할 가치가 있다. 지금까지의 자료만으로도 훌륭한 치료 도구라는 점이 밝혀졌으며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신비함 속에 존재하던 벌침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조금씩 과학의 테두리로 들어오고 있다.
월간암(癌) 2022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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