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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에게 보약이 중요한 이유
임정예 기자 입력 2021년 11월 29일 14:27분9,605 읽음
글: 장성환 | 한의학 박사 파인힐병원 한방원장

임상에서 암 환우들을 상담할 때 많이 듣고 있는 잘못된 상식들 가운데 하나가 “한약, 특히 보약을 먹으면 암이 커진대요.”이다. 한약 보약이 암 성장을 자극한다는 의미인데 과연 그럴까?

암 환자의 면역저하와 염증환경
암 환자는 암 자체에서 전이와 침윤을 유발하고 염증에 대한 면역반응과 관련된 사이토카인과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요법, 항호르몬요법과 같은 암 치료에 의해 피로, 전신 권태감, 무기력, 식욕부진, 소화불량, 설사, 불면, 쉽게 감염, 발열, 골수 억제, 구내염 등 다양한 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를 크게 2가지로 묶어 설명한다면 “면역저하”와 “염증환경”이 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인체의 반응은 인체의 면역과 내분비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게 되어 인체의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경우 한약을 사용하여 면역저하와 염증환경을 개선하여 인체의 생체 리듬 실조를 개선하면 많은 증상이 동시에 개선될 수 있다.

암환자에게 보약이란?
보약(補藥)이란 몸이 약하거나 균형 잡힌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 암과 같은 소모성 질환이나 노화에 의해 체력이 저하된 경우에 몸의 기능 회복을 도울 수 있는 약을 말한다. 큰 병을 앓고 난 후나 악성 종양, 암치료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있거나 쉽게 감염이 되어 항생제를 자주 사용하게 되는 경우 등, 체력이 소모된 상태를 개선하는 작용이 큰 것이 보약이다.

특히 암관련 피로는 항암화학요법, 골수이식이나 방사선치료를 받는 환자의 70% 이상이 느낄 정도로 가장 흔한 부작용이며, 진행성 암환자의 75% 이상이 현저한 피로감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암환자의 고통이 가장 큰 증상 중 하나이다. 이러한 암성 피로에 가장 유용성을 발휘하는 것이 보약이라 할 수 있다.

암환자의 대표적인 3대 보약 : 보중익기탕, 십전대보탕, 인삼양영탕

보약 중 보중익기탕, 십전대보탕, 인삼양영탕은 “3대 보약”이라 불리며, 특히 암 환자의 기력과 체력을 회복시키는 작용이 강한 매우 중요한 한약이다. 이들 보약은 암성피로를 회복시키는데 특히 일본의 암치료 전문의들이 자주 처방하고 있는 한약이기도 하다.

보중익기탕의 경우 병후나 수술 후 체력저하 시 또는 감염 시 면역개선작용, 발암상태의 생체방어수복작용 등이 보고되어 있다. 실제 3, 4기 암환자에게 보중익기탕을 투여했을 때 IL-4, Th1/Th2 비의 개선, 자연살해(NK)세포 활성화 상승이 개선되는 등 암환자의 면역능이 개선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보중익기탕은 대장암의 간전이 억제효과가 확인되었고 이는 자연살해세포의 활성화를 매개로 하여 항종양효과를 발휘한다고 보여지고 있다.

십전대보탕의 경우 실험연구에서 대식세포, 세포독성 T세포(CTL), 자연살해(NK)세포의 부활화작용이 있다는 근거가 확인되었고 이를 통해 종양축소효과, 암 전이와 발암억제효과도 있다고 보고되어 있다. 특히 대식세포를 매개로 대장암의 간 전이를 억제하고 십전대보탕의 투여량이 많을수록 현저히 전이 결절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또한 사람을 대상으로한 임상연구에서 여러 항암화학요법의 부작용을 완화하고 효능을 높여준다는 근거가 보고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야마다의 암 수술 후 환자 94명을 대상으로 젤로다 등 5-FU 경구 보조 항암화학요법제 투여에 십전대보탕을 함께 복용하는 것과 하지 않은 경우에 대한 연구(RCT)를 보면 전체 증례 및 1기와 2기 증례의 5년 생존율이 항암만 진행한 경우보다 십전대보탕을 병용한 경우의 생존율이 유의하게 높았다고 보고되었다.

인삼양영탕의 경우 체력저하, 식욕부진, 근육통을 완화하며 실험연구에서 대식세포, 자연살해 세포의 부활을 보이며 폐선암세포 또는 백혈병세포에 농도의존적으로 세포증식을 억제하고 항종양작용이 있었으며, 대장암의 경우 폐전이를 억제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골수보호 작용을 하는 보약
보중익기탕, 십전대보탕, 인삼양영탕 등 한약 보약들은 항암화학요법에 따른 골수억제 예방효과가 있고, 백혈구, 호중구가 감소되었을 때 이들을 높여주는 과립구 집락자극인자(G-CSF) 제제의 투여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다수의 보고가 있다.

아베는 수술 후 젤로다 등 플루오르 피라미딘계 경구 항암제를 이용한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한 위암, 대장암, 췌장암, 유방암, 갑상선암 등 총 30명을 대상으로 한 보중익기탕 투여 증례집적연구에서 식욕부진 등의 부작용 전반 개선도를 83.3%로 보고하였고, 보중익기탕 투여 후에 혈색소량과 헤마토크리트 수치의 유의한 상승을 보였다고 보고하였다.

스기마치는 위암 1기~4기 환자 4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플루오르 피라미딘계 경구 항암제를 이용한 항암화학요법에 인삼양영탕을 병용하였을 때 적혈구수와 혈소판수 감소억제효과를 보였다고 보고하였다.

폐암 환자 10례를 대상으로 백금계 항암인 카보플라틴에 십전대보탕을 투여하지 않은 경우와 투여한 경우를 비교한 임상연구에서 십전대보탕을 투여한 경우 빈혈과 관련된 혈색소(헤모글로빈)의 감소가 유의하게 억제되었고 백혈구 및 적혈구, 혈소판의 감소가 유의하게 억제되었다고 보고되었다.

암환자에게 보약이 중요한 이유
항암화학요법을 첫 번째 치료받은 339명의 고령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기 사망(6개월 이내)이 되는 예측 인자는 ‘남자, 진행된 병기, 낮은 영양상태, 낮은 운동능력’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영양상태와 운동능력이 암환자의 생존에 영향을 준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한약 보약은 암환자의 영양상태와 운동능력을 향상하는데 특히 강점을 가지고 있다.

호시노 에츠오 등 일본의 암치료 전문의사들은 현대의 표준치료와 한약 보약의 의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서양의학적 현대의학 치료는 암이나 병원 미생물과 같은 병의 근원을 직접적으로 강력하게 공격하나, 동시에 부작용이나 후유증을 발생시켜 환자에게 장애를 일으킨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는 생명력에 해당하는 기력, 체력이 저하되어 건강하지 못한 상태가 된다. 한편 한약치료 시 사용하는 보약은 소화흡수기능을 개선하여 영양상태를 회복시키고, 면역계를 부활시켜 간접적으로 암이나 병원체 등 병의 근원을 체내에서 제거한다. 이 경우 환자의 생명력이 향상되어, 건강해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실제 치료에서는 양쪽을 적절히 조합하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며,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해야 한다.
보약을 투여하여 면역력이 향상되면 대부분 환자의 삶의 질이 향상되며, 질 높은 연명이 가능해지고 때로는 암의 진행이 완만해지며, 암과 장기간 공존할 수 있는 환자가 증가하게 되고, 드물게 치유되는 환자도 관찰할 수 있다.”

이는 일본 암치료 전문의의 92.4%가 한약을 처방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는 글이라 생각이 된다.

근거 있는 한약이 암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fact)이 올바르게 암환우들에 전달되기 기원해 본다.

참조
⚫ 기타지마 마시키 등 암치료 전문의 27명. 동서의학이 함께 만드는 새로운 암치료. 신흥메드싸이언스. 2014. p28-29, 86-89
⚫ 김노경 등. 암진료 가이드. 일조각. 2005. p81
⚫ 대한암한의학회 교재편찬위원회. 한의통합종양학. 군자출판사. 2013. P204
⚫ 모토오 요시하루(카나자와 의대 종양내과학 주임교수). 한약 암치료. 청홍. 2020. p107-117
⚫ Soubeyran P, etc. J Clin Oncol. 2012 May 20;30(15):1829-34


월간암(癌) 202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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