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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원하는 니코틴, 인체 치사량은 어느 정도인가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1년 09월 29일 16:35분6,184 읽음
저분자 지용성 화합물, 뇌관문 통화하여 뇌를 중독시켜
우리 인체에서 ‘나’를 저장하고 있는 곳이 있다면 바로 ‘뇌’이다. 뇌는 나 그 자체이며 모든 장기가 사라져도 뇌만 살릴 수 있다면 나는 살아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체는 가장 중요한 뇌를 지키기 위해서 많은 보호 장치를 가지고 있다.

가장 단단한 뼈가 뇌 전체를 감싸고 있으며 뼈 안쪽으로는 뇌수가 자리하여 한 겹 더 물리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은 혈액을 통해서 온 몸으로 운반되지만 뇌는 아무 물질이나 받아들이지 않고 뇌관문이라는 특별한 보호 장치를 통과해야만 한다. 한마디로 우리 몸 모든 부위, 모든 세포는 뇌를 움직이고 보호하기 위한 보조 장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뇌관문은 뇌세포의 모든 곳에 촘촘히 자리하여 해롭게 여겨지는 아주 작은 물질이라도 걸러내어 뇌에 도달하지 못하게 막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뇌관문은 모든 물질을 막지 못하며 뇌관문 세포를 통과하여 뇌 속으로 침입하는 물질들이 존재한다. 이런 물질은 저분자로 기름에 잘 녹는 지용성 화합물이 많은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독성 물질인 알코올이나 니코틴 등이 바로 이런 지용성 분자로 이루어진 화합물이다.

그래서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면 곧바로 뇌에 전달되어 어지럼증을 느끼는 등의 반응을 한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중독성 물질들, 예를 들어 담배나 술 그리고 마약과 같은 물질은 지용성으로 우리가 섭취를 하면 바로 뇌에 도달하여 작용하고 중독성을 일으킨다. 그리고 지용성을 조절함으로써 중독의 정도가 만들어진다. 즉, 중독성이 강한 물질일수록 지용성이 높으며 또 어떤 물질이냐에 따라서 중독성의 정도가 정해지기도 한다. 특히 니코틴은 중독성이 강할 뿐더러 독성 또한 매우 위험한 물질이다.

지금은 마약으로 정해져서 법으로 금지된 대부분의 식물들이 과거에는 흔히 약초로 사용되던 물질이다. 대마초가 그렇고 코카잎이 그렇다. 담배도 마찬가지로 아메리카 원주민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영약으로 여겨지던 식물이었다.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였으며 감기 같은 증상이 있을 때에도 약으로 사용하였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방문한 후 유럽으로 전파되면서 기호품이 되었고 그 후 유럽인들에 의해서 전 세계로 전파되었다. 우리나라에 담배가 전파된 것은 임진왜란 때이다. 담배의 폐해를 몰랐던 오래 전에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기도 하였지만 담배의 폐해가 널리 알려진 현재에 와서는 모든 지역이 금연구역이라고 할 정도로 흡연가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담배는 가지과 식물이며 니코틴 성분을 다량 포함하고 있다. 식물에 포함된 성분들은 대부분 알칼로이드로서 나름의 약성을 가지고 있다. 니코틴 알칼로이드는 옅은 노란색을 띠고 있는데 인체에 섭취되면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을 흥분시키고 초조할 때는 진정제의 작용을 한다.

우리는 담배를 태워 연기로 간접 흡수를 하지만 담뱃잎을 먹으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다. 니코틴 알칼로이드는 소량으로도 인체에 치명적인 위험이 된다. 지금으로부터 200여 년 전인 19세기 말에 한 과학자가 담뱃잎에서 니코틴을 추출해 고양이 다리에 상처를 내고 그 부위에 추출한 니코틴 용액 두 방울을 떨어뜨렸더니 고양이는 경련을 일으키며 죽었다는 실험 내용이 기록으로 남아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니코틴 용액을 범죄에 사용해서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이제 니코틴은 단순한 기호식품의 수준을 넘어서 범죄의 도구로까지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성인 남성 니코틴 치사량 담배 한 갑 복용, 어린이는 두 개비 구강 섭취
니코틴은 아주 쉽게 중독이 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접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일단 중독이 되면 몸에는 많은 변화가 생긴다. 신경계와 근육계에 작용하는 독성 물질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복잡한 변화가 생긴다. 또 연기를 흡입하기 때문에 호흡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준다. 자율신경에도 문제가 생겨 인체가 항상 유지하고 있어야 되는 내부 환경도 변화가 생긴다.

구체적 증상으로는 호흡곤란, 시청각 장애, 정신착란, 근육마비, 고혈압이나 저혈압, 현기증 등이 발생하며 중독 증상이 심하게 진행되면 실신하거나 경련을 일으킨다.

성인 남자의 경우 니코틴 치사량은 20밀리그램 정도인데 이는 20개비에 해당하는 양이다. 즉, 한 갑이 치사량이라는 말이다. 담배를 태워 연기를 흡입하는 간접 섭취가 아니라 직접 입으로 섭취했을 때의 치사량이다. 어린이의 경우에는 두 개비 정도의 담배를 먹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가끔 유아기의 어린이들이 담배를 입으로 섭취해서 사고가 발생하는데 흡연자이며 집에 어린이가 있다면 담배는 어린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는 게 어린이의 안전을 위해서 바람직하다.

니코틴의 독성을 이용하여 산업에 이용하기도 하는데 그 중 하나가 농약이다. 담배를 증류하고 황산으로 농축하면 황산니코틴이 되는데 이 물질은 식물에게는 아무런 해를 주지 않지만 동물에게는 강한 독성을 준다. 이러한 성질을 이용하여 농업용 살충제로 이용한다.

그러나 황산니코틴을 농약으로 사용한 밭이나 논에서 작업하는 사람이라면 중독성이 생길 수 있으므로 노출이 최소화된 복장으로 작업해야 안전하다. 담배 밭에서 일하는 작업자 또한 복장에 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담배의 또 다른 독성물질이 있는데 타르라는 유해물질이다. 이 물질은 발암성을 가지고 있어 암을 유발한다. 뿐만 아니라 폐의 점막에 흡수되어 폐와 인후기관에 막대한 부담을 준다. 또 담배를 태울 때 생기는 일산화탄소가 몸에 흡수되면서 혈액의 산소부족을 일으킨다. 혈액에 산소 농도가 낮아지면 혈액 순환에 문제가 생기며 그에 따른 순환기 장애가 생긴다.

우리가 니코틴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써는 담배 밖에 없다. 농약으로 사용되는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으며 폐를 통해서 곧바로 뇌에 접근할 수 있는 물질이다. 중독성은 지금까지 알려진 많은 물질 중에 가장 으뜸이라고 할 수 있으며 범죄에도 사용되는 도구이다.

중독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좀 더 맑은 정신과 몸 상태를 가지고 일상을 지낼 수 있을 텐데 아직도 많은 흡연자들이 스스로의 소중한 생명을 담배와 함께 태우고 있다. 소량으로 생명에 위협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흡연자라면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내어 금연을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월간암(癌) 2021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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