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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특집기사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한 첫 단계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1년 08월 23일 18:00분5,501 읽음
위암 수술을 하고 극복 중인 환자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초기였기 때문에 담당의사도 큰 걱정 하지 말고 즐겁게 지내며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조언을 했는데 당사자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매우 불안정한 모습이었습니다. 많은 암환자가 암과 투병하면서 초기에 겪는 증상입니다.
어떤 사람은 시간이 지나고 몸이 회복되어 치료가 완료됨에 따라서 이러한 심리적 불안이 점점 줄어들어 일상을 유지하는 데 큰 불편이 없이 지낼 수 있지만 간혹 어떤 사람은 점점 더 깊은 불안 속으로 빠져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암 때문이 아니라 이런 심리적인 증상 때문에 일상생활을 하는데 큰 장애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여 심리적인 면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투병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암환자들은 심리적 충격 때문에 우울증이 찾아오곤 합니다. 밤에 잠을 잘 못 이루고, 식욕이 떨어져 입맛이 없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몸무게가 줄어들고 기운이 없으며 삶의 의욕도 줄어듭니다. 이런 증상이 암 때문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심리적인 우울감에서 비롯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심리상태를 관찰하여 현재의 위치를 파악한 후에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어야 합니다.
기분은 언제든지 그리고 순간적으로 변합니다. 아침에는 괜찮다가도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 올 무렵이면 감정의 변화가 생기기도 하고 또 계절을 타기도 합니다. 살면서 일어난 충격적인 일이 12월 달에 일어났다면 매년마다 그 시기에는 과거에 일어났던 기억이 떠올라 아픈 감정이 더욱 솟구칩니다. 암환자라면 치료 과정에서 변화가 생기기도 하고, 알고 지내던 암친구의 안 좋은 소식에 감정에 기복이 생기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감정과 정신적인 움직임을 제대로 인식하고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여기에 최근의 팬데믹은 우울감을 갖고 있는 암환자에게는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내게 하며 이는 통계자료에서도 명백하게 나타납니다. 심평원 자료를 보면 2019년도에는 대략 80만 명 정도의 환자가 우울증 치료를 위해서 병원을 방문하였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도에는 전년도에 비해서 30% 정도 많은 사람이 집계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정신적인 문제 때문에 병원 방문을 꺼려하는 우리 국민의 정서상 실제 우울증을 겪는 환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엇이든 병이 되었을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되는데 정신적인 문제가 병으로 인정받고 그로 인한 치료를 받는 일이 우리 정서에는 그리 달갑지 않지만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민간 시설도 많이 있으므로 필요하다면 어디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이 중요합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정신적 질환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은 오래 전부터 예견되어 온 일입니다. 1990년대에는 우울증으로 인한 유병률이 전체 질병 가운데 4위였지만 현재는 2위로 올라섰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의 40%정도는 평생 한 번 이상 겪는 질병이 되었으며 이에 따른 사회적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시간이 더 지난다면 정신적으로 생기는 질환이 암이나 혈관질환과 같은 일반적인 지병을 넘어설 수 있으며 이는 우리 사회의 큰 혼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슬픈 감정이 깊어지는 것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또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은 변하기 때문에 딱히 병이라고 진단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개인의 기질에 따라서 시간이 흘러 저절로 극복되는 경우가 있는 반면에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의료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는 편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전문가를 찾으려는 결심이 먼저 준비되어야 하며, 어느 정도는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암이라는 병은 진단으로 눈에 보이지만 마음은 눈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오직 자신만이 현재의 상태를 판단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심리적 치료를 위한 약물을 복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약물의 복용은 언제나 깊은 고민을 해야 되며 신경과에서 처방하는 약물이 내가 갖고 있는 심리적 문제를 모두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약물의 복용은 언제나 최종적이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한 번 복용을 시작하면 오랜 기간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는 현대 사회를 살면서 많은 약물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낮에는 활동을 위해 커피나 에너지 드링크와 같은 고카페인 음료를 섭취하며 저녁에는 피곤하니 맥주나 소주 같은 술을 섭취합니다. 카페인은 각성제로, 알코올은 진정제로 작용하는데 각성과 이완을 오가며 우리 몸과 정신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결국에는 가지고 있던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게 됩니다.
어느 순간 무기력해지고 그와 함께 우울증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이런 약물들의 중독성은 심각하지만 처방하는 약물도 어느 정도 중독성과 부작용을 가지고 있으므로 심리치료를 위한 약물 복용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자신의 현 상태를 확인하는 설문으로 나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아래에는 우울증 심리확인을 위한 표준적인 설문입니다. 아침과 저녁의 상태가 다르므로 시간을 두고 아래의 설문을 읽고 답변을 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상태를 파악하고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고민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우울증 자가 진단 설문
1. 침울하고 슬픈 기분이 들며 어떤 생각이나 일에서 벗어날 수 없다.
2. 이전에 즐기던 일이나 취미에 흥미를 잃었다.
3. 다른 사람과 만나는 일을 피한다.
4. 주변이 어지러워져 쓰레기가 여기저기 쌓여 있음에도 치우려 하지 않는다.
5. 집중력과 기억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게 느껴진다.
6. 미래에 대한 희망이 전혀 없다.
7. 입맛 없이 지낸 시간이 오래 되었고 그래서 몸무게가 기준보다 크게 줄었다.
8. 신경이 아주 예민해져 있거나 아니면 반대로 무뎌져서 무감각해졌다.
9. 잠들기 어렵고 수면시간이 크게 줄었거나 늘어났다.
10. 삶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며 가끔 극단적 생각을 한다.
위의 설문 중에서 3개 이상에 ‘예’라는 답이 나오면 현재 상태는 우울한 쪽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7개 이상이면 즉시 전문가를 찾아야 될 정도로 심각하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심각한 상황이 되었을 때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수도 있지만 혼자 극복하는 것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우울증 극복의 첫 단계는 자신의 상태를 인식하고 현재의 위치를 찾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도움이 필요한지 아니면 조금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수 있는지 등을 관찰합니다. 중요한 점은 시간을 두고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인생의 시간은 아주 길며 우리의 하루는 깃털처럼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전속력으로 질주할 수 없습니다. 서서히 자신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한걸음씩 전진할 수 있는 지혜를 만드는 방법을 찾는 일이 중요합니다.
우울증은 우리의 정신과 마음에 생기는 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기에 발견하여 치료를 진행하면 큰 문제없이 지나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방치하고 모른 척 외면한다면 아주 커다란 위험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암과 마찬가지로 이 병의 발병 원인도 정확하게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없는 특징이 있습니다. 불행한 사고나 사별 아니면 위에 언급한 것처럼 암과 같은 중증 질환 발병이 한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실직이나 실연과 같은 삶의 아픔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아니면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지듯이 아무런 원인 없이 발병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원인이 무엇이든 나의 감정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고 끝없는 나락에 떨어지는 기분이 들어 하루도 버틸 수 없다면 불행한 시간이 계속해서 지속될 것입니다. 이것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고통 속에서 안타까운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가 지속되고 무언가 잘못된 느낌이 들었다면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노력을 시도하시기를 바랍니다.월간암(癌) 2021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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