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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근원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1년 03월 02일 10:44분3,967 읽음
유명 스포츠 선수의 과거 학교폭력이 불거지면서 우리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철없던 시절의 행동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현재진행형입니다. 피해를 입은 분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마음속에 남은 상처가 제대로 치유되지 않았으며 트라우마로 남아 영향을 끼칩니다. 가해자 또한 한창 유명세를 떨치고 있을 때 이런 일이 불거지면서 한순간에 벼랑 끝으로 몰렸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불행한 모습을 보이는데 폭력의 속성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폭력은 모두를 불행한 길로 인도합니다.

사람이 갖고 있는 감정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보통 희노애락(喜怒愛樂), 이렇게 4가지 범주로 사람의 기본적인 감정을 정의합니다. 이중 우리를 폭력으로 이끄는 감정은 노(怒)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람이 기쁠 때도 폭력적이라면 아마도 정신감정 후 병원 입원을 고민해야 할 듯합니다. 감정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심지어는 조종하기도 하는데 감정과 다른 행동을 한다면 아주 위험한 수준의 행동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감정과 행동이 일치했을 때 정신세계는 정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분노했을 때, 감정보다는 이성이 먼저 발동하므로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습니다. 감정을 이성으로 통제하지 못한다면 큰 사고가 생길 수도 있으며, 더구나 분노라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다면 삶은 불행 쪽으로 방향을 정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많은 사람들이 같은 세상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중에 불행한 시간을 지내고 있는 사람을 보면 대부분 폭력에 노출된 경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성숙하지 않은 시기에 지속적으로 학대를 받고 자라면 어른이 되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가정에서 되풀이하여 학대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다시 피해자가 되는 식으로 시간을 두고 반복해서 불행한 일이 일어나는 경우를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꽃을 가꾸듯 우리의 삶도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지난 시간을 돌이킬 수는 없지만 삶을 가꾸어 지난 상처를 극복하고 치유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야 합니다. 무심코 연못으로 돌을 던졌는데 그 속에 있는 개구리는 돌에 맞아서 큰 상처를 입습니다. 돌을 던진 사람은 기억을 못하지만 돌에 맞은 개구리는 평생토록 맞은 기억 속에서 상처를 안고 살 수 있습니다.

이런 사건이 터졌을 때 스스로의 삶을 보살피고 가꾸어 나가지 못한다면 상처는 더욱 깊어지고 결국에는 큰 병이 될 수 있습니다. 한 번 뿐인 삶을 분노와 아픔 속에서 보낼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상태의 마음가짐은 몸에도 큰 병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것처럼 스트레스가 암을 발병하는 원인 중 하나라면 폭력의 경험으로 생긴 마음의 상처는 암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상처가 마음에 남아 매일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하여 어쩔 수 없이 살아왔는데 시간이 지나 트라우마를 벗어날 즈음에 암이 발병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과거의 사건이 현재를 살지 못할 지경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매들 들고 야단을 칠 때 교육을 위하여 매를 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화풀이를 위한 것인지 명확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훈육차원에서 벌을 받고 야단을 맞는 것이라면 학생은 잘못된 점을 시정하면 되지만 폭행의 정도가 지나치면 반발심이 생기고 피해자가 되어 분노를 느낍니다. 훈육이 정도를 넘어 폭행이 되고 폭력이 되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줍니다.

사실 폭력은 인간관계에서만 나타나지 않습니다. 국가와 사회가 구성원에게 행하는 폭력 그리고 시스템이 가하는 폭력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과거에는 인권보다는 국가 유지가 더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억압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무분별한 탄압이 이루어졌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도 지구상에는 정치적 억압을 통해서 정권을 유지하는 나라들이 많습니다. 최근 미얀마에서는 군사 쿠데타가 발생했으며 쿠데타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외신을 접하면서 과거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불행해지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지금 이순간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된다면 과거의 시간과 주변을 둘러보면서 무엇이 나에게 폭력을 가했는지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갖고 그것들로부터 멀어지는 작업을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과거에 트라우마가 있었다면 그것을 바라보는 연습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이순간이 중요합니다. 나를 괴롭히는 어떤 것들이 있다면 멀리 두고서 관찰하는 작업을 진행하면 좋습니다. 내가 무언가를 바라보며 그것이 주는 의미를 알아채는 것부터 아픔을 극복하는 작업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다면 내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나 행동을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폭력의 결과는 언제나 불행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언제나 그것으로부터 멀어지는 연습을 끊임없이 해야 합니다.

월간암(癌) 2021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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