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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에세이놀라운 사랑의 힘으로 이겨낸 불행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1년 02월 01일 13:12분3,924 읽음
-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 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처럼 가슴 아픈 일은 없을 것입니다. 차라리 대신 아파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옮겨 받고 싶지만 그 또한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놀라운 사랑의 힘으로 불행을 이겨내는 이들이 있습니다. 얼마 전 만난 한 가족에게서 바로 그 사랑의 힘을 보게 되었습니다.
지방에 살고 있는 한 가족인데 딸은 영국에서 유학 중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중견 기업의 대표입니다. 작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후 더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의사의 말에 아버지와 딸은 불안한 마음으로 서울에서 제일 큰 병원을 찾습니다. 딸의 정밀검사가 진행되고 아버지만 의사에게 결과를 듣게 됩니다.
“뇌종양입니다. 길면 6개월입니다.”
아버지는 운전을 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눈물은 계속 나고 정신은 혼미해져서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집으로 가지 못하고 호텔에서 아버지는 생각합니다. ‘의사는 그렇게 밖에 얘기할 수 없나!’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다른 대학병원을 방문해 다시 검사를 받았지만 결과는 같았습니다. 아버지는 슬픔과 분노에 휩싸이지만 딸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리고 결심합니다.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딸을 살리겠다고. 그리고 그날부터 딸을 살려야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공부를 시작합니다.
국내 의료진은 수술을 하자는데 수술 후에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말에 독일로 갔습니다. 아버지의 생각은 단 하나였습니다. ‘병이 생겼고 피할 수 없게 되었지만 살려야겠다. 하지만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살려야겠다.’
뇌종양 수술은 매우 민감해서 수술 후에 기억을 잃거나 몸에 마비가 올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아예 생기지는 않으면 좋겠지만 최대한 피해가 덜 가는 방향으로 치료를 받게 하고 싶었습니다. 3년 반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결과적으로 치료 후유증이 조금 남았지만 건강을 회복하여 웃음을 찾았습니다. 아버지는 딸을 사랑한 만큼 분노와 슬픔이 가득했지만 또한 분노와 슬픔이 활활 타올라 딸을 살리는 치유의 불꽃이 되었습니다.
누구도 불행을 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순간 닥쳐오는 사고나 질병으로부터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정신을 차리고 무엇부터 시작할지 고민하고 티끌만큼 남아 있는 용기를 북돋우며 끊임없이 공부하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길을 찾았습니다. 아직 투병은 진행 중이지만 딸은 점점 건강해지고 있으며 서서히 밝은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처음 딸아이의 상태를 의사에게서 듣던 그때의 충격도 서서히 사라져 흔적만 남았습니다. 아픈 만큼 분노하지만 그 만큼의 용기와 의욕이 생깁니다. 앞으로 모두 잘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긍정은 결국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시간은 저절로 흐르고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불행은 불현듯 지난 과거가 되어 있었습니다.
불치의 병이라고 여기던 것을 치료하다 보면 많은 변화가 생깁니다. 스스로에 대해서 더욱 애정을 갖게 되며 가족 관계는 이전보다 더욱 돈독해집니다. 긍정적인 결과가 생겼을 때 뿐만 아니라 상황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른다 해도 더욱 강인한 면모를 발휘해서 위기를 극복합니다.
불굴의 의지로 불행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감동적이고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전염은 바이러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의 성공 스토리도 전염이 됩니다. 우리는 모두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한 아버지의 딸을 향한 지치지 않는 사랑의 힘은 지금 투병하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커다란 용기를 줄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극심한 고통 속에 있다 해도 포기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스스로를 북돋우며 힘든 시간을 이겨내면 불현듯 불행은 먼 과거에 있게 될지 모를 일입니다.월간암(癌) 2021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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