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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로미어의 단축 - 암을 막아준다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1년 01월 29일 12:57분5,616 읽음
텔로미어의 단축, 암에 대항하는 인체 방어망 중 하나
시간이 갈수록 텔로미어(telomere)라는 염색체의 말단은 길이가 짧아진다. 그런 과정은 오래전부터 노화의 바람직하지 못한 부작용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의 연구에서는 실제로 텔로미어가 짧으면 좋은 것을 밝혀냈다.

록펠러 대학교의 티티아 데 랑게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텔로미어는 유전물질을 보호한다. 세포가 분열하면 텔로미어의 DNA가 짧아지고, 비축된 텔로미어가 소진되면 결국은 세포분열이 멈춰버린다.”

랑게의 실험실에서 얻은 최근의 연구 결과는 텔로미어가 세포분열을 삭감하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텔로미어의 단축이 인간에게 있어서 암을 막아주는 데 도움이 된다는 최초의 증거를 제시한다. 그 연구 결과는 특별한 암 병력이 있는 가계들의 돌연변이들을 분석해서 얻어졌고, 텔로미어와 암의 연관성에 대해 수십 년 동안 풀리지 않은 의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준다.

난자와 정충을 생산하는 줄기세포를 포함한 줄기세포들에서는 텔로미어가 염색체의 끝에 텔로미어 DNA를 추가하는 효소인 텔로머레이스에 의해 보존된다. 그러나 인간의 보통 세포들에는 텔로머레이스가 없고 따라서 그런 세포의 텔로미어는 쇠퇴해서 사라져버린다. 텔로미어를 단축시키는 바로 이 프로그램이 인간의 보통 세포의 분열 횟수를 약 50회로 제한한다.

텔로미어의 단축이 암에 대항하는 인체 방어망의 일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수십 년 전에 처음 제기되었다. 과학자들은 초기 단계 종양 세포들은 일단 50번 분열을 하면 텔로미어 비축량이 소진되어 더 이상의 암 성장은 저지될 것으로 짐작했다. 어떻게 해서든지 텔로머레이스를 활성화하는 암들만 그런 장벽을 돌파할 수가 있을 것이다.

임상적인 관찰이 그런 가설을 옹호해준다. 데 랑게는 임상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암은 대부분이 흔히 돌연변이를 통해 텔로머레이스를 재활성화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동물실험은 텔로미어 단축이 실제로 암을 막아줄 수 있는 것을 입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텔로미어의 종양 억제 시스템에 대한 증거는 지난 20년 동안 파악하기 어려웠고 인간에게 그런 것이 존재하는지가 논쟁거리였다.

텔로미어의 종양 억제 유전자 경로는 만약 우리가 적절한 길이의 텔로미어를 갖고 태어났을 때만 작동할 수 있다. 즉 만약 텔로미어가 너무 길면 텔로미어 비축량이 소진되지 않아 때를 맞춰 암 성장을 저지할 수가 없을 것이다. 더 긴 텔로미어는 암세포들에게 추가적인 분열을 하도록 할 것이고 그 과정에 텔로머레이스를 활성화하는 돌연변이를 포함해서 유전자 부호에 돌연변이가 끼어들 수가 있다.

긴 텔로미어를 갖고 태어나면 암에 걸릴 위험 더 커
수십 년 동안 데 랑게의 실험실은 텔로미어가 조절되는 복잡한 과정을 연구했다. 그녀의 연구원들은 배양한 인간 세포에서 텔로미어의 길이를 제한할 수 있는 일련의 단백질을 확인했다. 그중에는 TIN2라는 단백질이 포함된다. TIN2가 억제되면 텔로머레이스가 제멋대로 작동하고 텔로미어의 길이를 지나치게 늘려버린다. 그러나 TIN2가 출생 시의 텔로미어 길이도 조절하는지는 모른다.

텔로미어 종양 억제 유전자에 대한 이런 교착 상태는 네덜란드의 라드바우드 대학교 의료센터가 암에 걸리기 쉬운 몇몇 가계에 대해 데 랑게에게 도움을 구하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의사들은 이들 가계가 텔로미어의 길이를 통제하는 수단이 되는 TIN2 단백질을 부호화하는 유전자인 TINF2에 돌연변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이 때 의사들은 데 랑게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데 랑게의 실험실의 박사후 연구원인 이사벨 슈무츠는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기술을 이용해서 문제의 네덜란드 가계들에서 나타나는 것과 정확하게 동일한 돌연변이를 가진 세포들을 만들어내어 돌연변이가 된 그 세포들을 검사해보았다. 그녀는 돌연변이가 된 세포들이 완전하게 작동하는 텔로미어를 갖고 있고 유전체 불안정이 없는 것을 발견했다. 그 세포들은 실질적으로 정상적인 건강한 세포들이었다.

그러나 그들 세포에는 잘못된 것이 1개 있었다. 텔로미어가 너무 길어진 것이라고 데 랑게는 말했다. 유사하게도 환자들의 텔로미어도 이상하게 길었다. 이들 환자는 99번째 백분위 수보다 훨씬 더 긴 텔로미어를 갖고 있다고 데 랑게는 설명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데이터는 만약 당신이 긴 텔로미어를 갖고 태어난다면 암에 걸릴 위험이 더 큰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들 가계에서 텔로미어 종양 억제 유전자 경로의 상실이 어떻게 유방암, 대장암, 흑색종, 갑상선암을 유발하게 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이들 암은 보통 텔로미어의 단축으로 저지가 된다. 이들 가계에 나타나는 암의 다양성은 텔로미어 종양 억제 유전자 경로의 위력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기초 과학이 의학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바꾸어버리는 힘이 있는 것을 보여준다. 텔로미어가 어떻게 조절되는지는 근본적인 문제라고 데 랑게는 말했다. 우리는 근본적인 문제를 연구함으로서 마침내 인간 질병의 기원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고 데 랑게는 부언했다.

참조:
I. Schmutz et al., "TINF2 is a haploinsufficient tumor suppressor that limits telomere length" eLife, 2020; 9 DOI: 10.7554/eLife.61235
월간암(癌) 2021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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