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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증이 면역체계를 손상시킨다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0년 12월 09일 09:26분5,039 읽음
만성 시차, 종양의 미세환경 바꿔 면역 방어 방해
방금 파리에 도착했다고 상상해보라. 당신 몸은 한밤중으로 생각할 것이다. 밤은 일반적으로 당신의 세포가 DNA를 교정하고 에너지를 조직해서 저장하고 여타 필수적인 잡다한 일을 수행하는 건강을 회복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한밤이 아니라 해가 중천에 떠 있고 당신은 깨어있다면? 분자 차원에서 당신의 세포들은 새로운 환경 조건을 따라잡기 위해 고생하고 있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교대 근무와 타임존(시간대)을 가로질러 빈번히 비행하는 실험 모델은 암 위험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혀졌다. 하지만 24시간 주기의 교란이 분자단계에서 암 성장을 억제하는 인체의 능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제 방금 발표된 연구가 만성적인 시차가 종양 세포를 둘러싼 미세환경을 바꾸어 종양 성장에 더 유리하도록 만들고 또 인체의 자연적인 면역 방어를 방해한다는 것도 밝혀냈다.

버지니아 공과대학 프랠린 생의학 연구소의 조교수로 교신저자인 칼라 핑키엘스타인과 아르헨티나의 킬메스 국립 대학교 교수인 디에고 골롬베크가 주도한 이번 연구는 24시간 주기의 교란이 건강과 안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과학 분야에 보탬이 된다.

버지니아 공과대학의 생물학 부교수 겸 프랠린 생의학 연구소의 분자 진단학 실험실 책임자인 핑키엘스타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얻은 핵심적인 교훈은 어떤 사람이 증식성 질환, 이 경우에는 흑색종을 갖고 있다면 교대 근무를 하거나 정기적으로 타임존을 바꾸는 것은 종양 성장에 대한 면역체계의 반응을 억제해서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또 환경과 생체시계가 어긋날 때는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생기고 그런 상황에 어떤 사람이 노출되었을 때 왜 어떤 종양이 번성하게 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주는 데도 도움이 된다.”

시차를 겪은 생쥐 실험 집단, 대조군보다 종양 크기 3배 더 커
인체의 모든 세포는 자체적인 분자시계, 즉 세포의 성장과 분열과 노화의 속도를 결정하는 일련의 유전자와 단백질과 신호 화학물질을 갖고 있다. 암 세포들에서는 이 시계들이 흔히 변해서 종양이 마음대로 빠르게 증식하도록 그 속도를 정하게 해버린다. 인체의 시계를 총괄하는 중추 생체시계는 뇌에 있으며, 햇빛과 동조해서 신호를 보내 인체 전반에 분포하는 말초 생체시계들이 동시성을 갖도록 한다.

낮과 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빛과 어둠의 불규칙적인 간격으로 혼란해지면 우리의 생체 시계들과 환경이 어긋나버린다. 그것이 이번 연구가 보여주듯이 세포 단계에 미묘하지만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만성적인 시차가 암 세포를 둘러싼 미세환경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흑색종 세포를 주입한 2개 집단의 생쥐들을 연구했다. 첫 번째 집단은 정상적인 24l시간 주기 일정 - 12시간의 빛과 12시간의 어둠 -을 지키도록 했다. 두 번째 집단의 빛과 어둠에 노출되는 시간은 이틀마다 6시간씩 바꾸었다. 이는 매주 21개 타임존을 이동하는 것에 해당한다. 한 달 뒤에 연구진은 시차를 겪은 집단은 종양의 크기가 대조군보다 약 3배나 더 큰 것을 관찰했다.

연구진은 또 종양을 둘러싼 미세환경과 면역세포를 생산하는 비장과 간에서 채취한 표본들도 조사해보았다. 그들은 면역체계가 종양에 반응하는 방법에 독특한 차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시차를 겪은 집단에서는 대식세포라는 면역세포의 상이한 유형들의 수준이 종양 성장을 더 쉽게 만드는 쪽으로 반전해버렸다. 그와 유사하게 사이토카인을 포함한 면역세포들과 분자들의 리듬도 교란되었다. 종양들이 인접한 장기인 비장이나 간으로 퍼지지는 않았지만 연구진은 이 2개 장기에 있는 면역체계의 24시간 주기의 변화가 통제를 벗어나버린 것을 관찰했다.

골롬베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24시간 주기의 동시성 이탈이 종양 성장과 면역 리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서 시간 생물학을 연구하는 2가지 다른 접근 방법을 결합했고 우리는 연결고리를 하나 발견했다. 빠른 종양 성장을 억제하려면 면역세포들의 최적의 리듬과 체액성 면역 인자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4시간 주기의 리듬이 만성적으로 교란되면 그런 리듬이 손상되거나 전도되거나 혹은 완전히 사라져버리게 된다. 이것이 동시성이 사라진 집단에서 종양이 상당히 더 큰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가 있다.”

핑키엘스타인과 골롬베크는 암 상황에서 면역 유전자들과 세포 주기 유전자들이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를 계속해서 연구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참조:
M. L. Aiello et al., "Circadian disruption promotes tumor-immune microenvironment remodeling favoring tumor cell proliferation" Sci Adv. 2020 Oct 14;6(42):eaaz4530. doi: 10.1126/sciadv.aaz4530.


월간암(癌) 202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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