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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지 않을 선택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0년 11월 05일 16:46분3,393 읽음
우리나라에서 암환자가 되는 과정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평범하게 일상을 지내다가 직장이나 건강보험공단에서 보내 온 정기검진 통지서를 받고서 지정 병원으로 향합니다. 각 연령에 따라서 정해진 검사를 진행하는데 위내시경이나 대장 내시경 등을 받습니다. 이 때 문제가 되는 사람은 정밀 검사를 실시합니다. 운이 좋으면 아무 일 없이 끝나지만 그렇지 않다면 조금 더 특별한 검사를 받게 됩니다. MRI나 CT검사와 같은 장비를 통해서 의심 되는 장기를 검사한 후에 최종적으로 조직검사를 통해 암이라는 판정을 받습니다.

그러나 아직 암환자가 된 것은 아닙니다. 병원에 입원을 하고 평상시에 입던 옷을 벗고 병원복으로 갈아입는 순간 혼란스러워집니다. 그리고 암에 대해서 많이 들어봤지만 막상 자신에게 닥친 암이라는 병에 대해서 어떤 마음의 준비도 없었으며 대책도 없었기 때문에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치료를 시작하고 수술이나 항암치료가 진행되면서 비로소 진정한 암환자가 됩니다. 이 과정이 현재의 의료 시스템이며 많은 장점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여러 면에서 미흡한 점도 있습니다.

암은 초기에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으며 중기를 넘어 말기로 갈수록 생존율이 낮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비교적 조기에 암을 진단 받아 치료가 진행되고 5년 생존율도 높고 치료 비용도 저렴합니다. 암환자가 CT사진을 촬영하는데 드는 비용이 병원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대개 2만원을 넘지 않습니다. 외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저렴한 금액입니다. 검사 비용뿐만 아니라 병원에서도 건강보험 덕분에 큰 부담 없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으며 이 비용도 개인 암보험에 들어놨다면 다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비용적인 측면에서 의료시스템은 세계에서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병원의 치료는 감당할 수준의 비용이 청구되지만 병원 밖으로 나오면 여기저기 만만치 않게 많은 비용이 듭니다. 암 치료가 병원에서 끝난 것처럼 운이 좋은 일도 없습니다. 투병이 시작되면 아주 많은 곳에서 비용이 발생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지출은 점점 더 커집니다. 가장 최악의 상황은 몸 상태가 극도로 나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치료가 끝났을 때입니다.

최근 폐암으로 투병 중인 한 개그맨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현명한 치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이 됩니다. 펜벤다졸이라는 구충제를 섭취하면서 효과를 기대했지만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불행히도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듯합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자신의 투병 생활을 전하며 이 약에 대해서 큰 효과를 보고 있고 검사 결과 각종 수치가 점점 더 좋아졌다는 말을 여러 번 전했습니다. 이분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어 많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암환자들이 비슷한 방법을 시도하며 사회적으로 큰 논쟁이 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암환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행동입니다. 특히 4기 이상의 상황이라면 기적을 바라는 마음이 간절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좋지 않은 상황으로 변해가는 듯하여 안타깝습니다.

펜벤다졸도 약품이기 때문에 용법을 넘어 섭취하면 그에 따른 문제도 생기게 마련입니다.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방법을 실천했다는 것은 제도권의 치료로는 한계에 달했기에 새로운 방법을 찾아서 시도했을 것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최근에는 일본이나 독일 등지로 나가서 암 치료를 시도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의료시스템이 좀 더 열린 자세로 힘겹게 투병하는 암환자의 현실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현명한 치료는 환자의 선택이기도 하지만 사회가 책임져야 될 부분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번 펜벤다졸 사건을 계기로 어떤 치료가 되었든 제도권 안에서 투병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리하여 모든 암환자들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월간암(癌) 202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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