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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적 암 치료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0년 11월 04일 16:25분5,545 읽음

김진목 | 부산대병원 통합의학센터 교수, 파인힐병원 병원장, 대한통합암학회 학회장, 대한민국 숨은명의 50, ‘통합암치료 로드맵’ 등 다수 저술 마르퀴스후스후(세계3대 인명사전) 등재

근래 들어 기존의 수술, 항암, 방사선 등의 현대의학적인 표준치료 외에 다양한 보완대체요법이 암 치료의 보조요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 국립보완대체의학연구소(NCCAM)에서는 대체의학에 대해 ‘다양한 범위의 치료 철학, 접근 방식, 치료법들을 포괄하는 것으로 의과대학이나 병원에서 일반적으로 교육하거나 사용하지 않고, 의료보험을 통해 수가가 지급되지 않는 치료나 진료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민간요법, 한의학, 건강기능식품, 기공, 요가, 식이요법, 심신요법 등이 모두 이 범위에 속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한의학은 이미 한의사라는 의료 직종이 존재하며,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수가가 지급되고 있는 정규 의료체계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한의학을 보완대체요법으로 분류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 또한, 최근 들어 암 치료 영역에서 한의학적인 치료 방법 또한 많은 암 환자들이 찾는 치료법이며, 실제 많은 암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한의학에서 종양은 ‘어혈’과 ‘적취’라는 병증으로 보고 치료에 임한다. 한의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어혈(瘀血)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어혈은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아 체내에 노폐물이 뭉쳐져 덩어리진 것을 뜻한다. 적취(積聚)는 쉽게 말해서 기가 맺혀서 몰려있는 것을 말한다. 한방에서 보는 종양의 개념이다.

예로부터 한의학에서는 암 치료의 치료 원칙으로 정기를 북돋아 사기(적취)를 제거하는 양정적자제(養正積自除)를 주장한다. 병이 진행하는 양상이나 환자의 상태 등 상황에 맞추어 종양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방법과 몸의 면역력을 높여 자연치유력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적절히 혼용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명나라 시대의 의사였던 이중재는 종양치료를 초기, 중기, 말기로 나누어 병기별 암의 성질에 따른 치료법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몸의 체력(정기)과 종양의 발전(사기)을 살펴서 종양을 공격하거나 체력을 북돋는 치료법을 잘 선택해서 사용해야 한다.

특히 초기 종양은 정기(체력)가 강하고 사기가 강하지 않으니 직접 공격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된다. 중기에 들어서 병이 오래될수록 점차 사기가 강해지고 정기가 점점 약해지면 공격과 몸을 보하는 것을 동시에 사용한다. 이를 ‘공보겸시(攻補兼施)’ 라고 부른다. 말기에는 병마로 오래 고생하여 사기는 깊숙이 자리잡고, 정기는 쇠잔해지기 때문에 몸의 체력을 북돋는 보법으로 치료해야 한다. 이 같은 명나라 시대의 암 치료 원리는 현대의 한방 암 치료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또한 한의학에서는 ‘백 가지 병이 어혈에서 생긴다(百病必瘀 : 백병필어)’고 했을 만큼 어혈을 중요한 병의 원인으로 보았다. 또한, 이 어혈이 오래되면 덩어리, 즉 종양이 된다고 한다. 이를 한의학 용어로 ‘구어성괴(久瘀成塊)’라고 한다. 따라서 이러한 어혈을 풀어주게 되면 적취, 즉 종양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활혈거어(活血祛瘀)’라고 하는데, 피를 잘 돌게 해서 어혈을 없앤다는 뜻이다. 이 활혈거어를 통한 어혈치료가 한의학 암치료의 기본 원리라 할 수 있다.

한의학적인 암 치료의 또 다른 독특한 시각 중 하나는 암을 만성질병적인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즉 암세포를 없애는 대신 심각해지지 않도록 꾸준히 치료ㆍ관리하면서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중국 금나라 시대 장종정이라는 의사는 종양과 함께 늙어간다는 의미로 ‘여인해로(如人偕老)’의 개념을 제시했다. 즉, 종양을 없앨 수 없다면 종양의 성장 속도를 늦추거나 전이 가능성을 줄이면서 환자가 보다 편안하고 오랫동안 살 수 있도록 치료하라는 것이다.
이는 암세포를 없애기보단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에 초점을 둔 치료법이다. 현대 양방의학에서 말하는 ‘항암치료의 효과 중 SD(Stable Disease : 질병 안정)’에 해당하며 종양의 크기를 줄이기보다는 종양이 자라지 못하게 하는 ‘Disease Control(질병 통제)’의 개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양방에서도 최근에는 암세포를 없애는 데 주력하기보다 성장을 늦추거나 크기를 축소시키는 데 목적을 둔 항암제들이 개발되어 나오는 추세다.

통합암치료 의사들은 현대의학적 치료와 더불어서 통합의학적 치료와 한의학적 치료를 병행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수술 후의 체력 증진은 물론이고 항암치료 중 면역증강과 체력회복을 위해 통합의학과 한의학적 치료법들을 병행함으로써 큰 효과를 보이며, 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대한통합암학회’를 결성하여 올해까지 4년여 활동하고 있으며, 초대 회장으로 필자가 추대되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월간암(癌) 202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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