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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장은 바이러스 지문을 갖고 있다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0년 11월 04일 16:09분4,069 읽음
개인마다 장내 바이러스 구성 달라
건강한 사람이 더 다양한 바이러스군을 보유
인간 소화계의 바이러스 개체군에 대한 포괄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최초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 개개인의 장내 바이러스 구성은 지문처럼 독특하다고 한다. 건강한 서양인의 장에 있는 바이러스를 분석한 이 연구는 또 어린 시절과 노년기 사이에 바이러스 유형의 다양성에 기복이 있는데 이는 일생을 통해 박테리아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란 것도 밝혔다.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과학자들이 개발한 장내 바이러스군 데이터베이스는 인간의 장에서 33,242개의 독특한 개체군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대부분의 바이러스가 질병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놀랄 이유는 없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바이러스에 대해 갈수록 더 많이 알게 되면서 그만큼 더 많이 바이러스를 인간의 생태계의 일부로 보게 되었다.

이는 바이러스가 질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 특히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박테리아와 싸울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약물이 될 잠재력이 있는 것을 시사한다. 장내 바이러스에 대한 더 많은 지식은 가장 위중한 코로나 19 환자 중 일부가 겪는 위장 증상을 더 잘 이해하도록 해줄 수도 있다.

연구진은 개방된 이 데이터베이스를 정기적으로 경신할 계획이다.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의 미생물학 박사후 연구원으로 이번 연구에 참여한 올리비어 자블로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장내 바이러스군이 인간에게 있어서는 어떤지를 알아보는 견고한 출발점을 마련했다. 만약 우리가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바이러스의 특징을 밝혀낼 수 있다면 우리는 그런 정보를 이용해서 약물로도 치료할 수 없는 병원균에 대한 미래의 치료법을 디자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요즘 장내 미생물군에 있는 좋은 박테리아와 나쁜 박테리아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흔하지만 장과 온몸에 있는 바이러스는 박테리아와 달리 찾아내기가 어렵다. 박테리아의 게놈에는 일종의 서명 같은 특이한 공통적인 유전자 염기서열이 있지만 바이러스의 게놈에는 그런 것이 없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의 방대한 염기서열은 많은 것이 조사되지 않고 있어서 흔히 ‘암흑물질’이라고 불린다.

서양 사람보다 그 외의 사람들이 장내 바이러스의 다양성 더 커
이번 연구를 위해 연구진은 약 10년 동안 16개국의 건강한 사람과 병든 사람 총 1,986명의 장내 바이러스를 살펴본 32건의 연구의 자료에서부터 시작했다. 바이러스의 게놈을 찾아내는 기술을 사용해서 연구진은 33,000개가 넘는 상이한 바이러스 개체군을 확인했다.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의 대학원생으로 있을 때 이번 연구를 완료한 제1 저자인 앤 그레고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들을 확인하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 알려진 바이러스들에 대해 기계 학습을 사용했다. 우리는 장에서 얼마나 많은 종류의 바이러스를 볼 수 있을지 관심을 가졌는데, 바이러스는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볼 수 있는 게놈의 종류가 몇 개인지로 바이러스 종류를 결정했다.”

1개 하위 집단의 사람들이 한두 개 바이러스 개체군을 공유하고는 있지만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인, 장내 바이러스의 핵심적 개체군은 없는 것을 시사하는 소규모 연구들이 있었고 이번 연구진의 분석은 그런 소규모 연구들의 연구 결과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한두 가지 경향은 확인했다. 건강한 서양인들의 경우 나이가 장내 바이러스의 다양성에 영향을 미쳐서 어린시절부터 성인기까지는 바이러스가 상당히 증가하고, 65세 이후에는 감소한다. 이런 양태는 한 가지는 제외하고 장내 박테리아의 다양성이 썰물과 밀물처럼 변하는 것에 대해 알려진 것과 부합한다. 한 가지 예외는 면역체계가 덜 발달된 유아의 장에는 다양한 종류의 바이러스가 번창하지만 박테리아의 종류는 소수란 것이다.

서양 국가가 아닌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서양인들보다 장내 바이러스의 다양성이 더 컸다. 그레고리는 다른 연구가 미국이나 다른 서양 국가로 이주한 비서양인은 미생물군의 다양성을 상실하는 것을 밝혀서 음식과 환경이 장내 바이러스군의 차이를 유발하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과학자들은 장에서 몇몇 식물 바이러스가 본래대로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런 박테리아가 그곳에 도달하려면 음식을 통하는 방법뿐이다.

바이러스의 다양성의 차이는 분석한 32건의 연구에 참여한 건강한 사람과 병든 사람에게서도 발견되었다.
그레고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생태 환경에 대한 일반적인 경험 법칙은 다양성이 크면 생태계가 더 건강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바이러스와 미생물의 다양성이 더 큰 것이 항상 개인이 더 건강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또 우리는 더 건강한 개인이 다양성이 더 큰 바이러스군을 갖는 경향이 있는 것을 보았고, 이는 그런 바이러스들이 잠재적으로 무언가 긍정적인 것을 하고 유익한 역할을 하는 것을 보여준다.”

거의 모든 개체군, 즉 97.7%가 박테리아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인 세균 분해 바이러스(파지)였다. 바이러스는 숙주가 없으면 구실을 못한다. 그래서 바이러스는 다른 유기체를 감염시켜 그 유기체의 특성을 이용해서 자신을 복제할 수 있게 될 때까지 환경 속에서 떠돌아다닌다. 가장 많이 연구된 바이러스들은 숙주 세포를 죽이지만,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실험실의 과학자들은 세균 분해 바이러스 형 바이러스를 갈수록 더 많이 발견했다. 세균 분해 바이러스 형 바이러스는 숙주 미생물과 공존하고 심지어는 숙주 세포들이 경쟁하고 생존하는 것을 도와주는 유전자들도 생산한다.

우리 몸의 바이러스 많고 다양할수록 더 건강할 수 있어
이 실험실의 리더로 논문의 책임 저자인 매튜 설리번은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병원균이나 슈퍼박테리아를 죽이기 위해 세균 분해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100년이나 된 아이디어인 ‘세균 분해 바이러스 요법’에 초점을 맞추었다.

설리번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균 분해 바이러스는 우리와 함께 또 우리 몸에 사는 유기체들이 상호 연결된 방대한 네트워크의 일부이고, 감염과 싸우기 위해 광범위 항생제를 사용하면 그런 항생제가 또 우리의 자연적인 미생물군을 해친다. 우리는 세균 분해 바이러스들을 이용해서 흐트러진 미생물군을 조절해서 건강한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우리의 지식과 능력을 평가하는 도구를 만들고 있다.”

그는 이어 “중요한 것은 그런 치료법이 우리 인간의 미생물군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과 식물과 (병원체와 슈퍼박테리아와 싸우기 위해 개발한) 유전자 변형 생물의 미생물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세균 분해 바이러스들은 또 기후 변화와 싸우기 위해 전 세계의 대양에서 우리가 고려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어떤 것의 토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미생물학과 토목/환경/측지 공학 담당 교수인 설리번은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 교차학제 연구 협력 프로젝트를 수립하는 것을 도왔다. 그는 최근에 오하이오 주의 새로운 미생물군 과학 센터를 설립해서 관리하고 있고 감염질환 연구소의 미생물 군집 프로그램을 공동 관리하고 있다.

자블로키는 유익하거나 유해한 장내 바이러스들의 기능에 대해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나는 이것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와 같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질병을 보고 또 바이러스 군집을 본다. 질병이 생긴 것이 바로 이 바이러스 군집 때문인가? 아니면 질병이 그런 바이러스 군집을 유발하는가? 표준화된 데이터 세트로 우리는 이와 같은 문제를 조사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몸에 있는 바이러스의 종류가 더 많고 더 다양할수록 우리 몸이 더 건강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당황스럽긴 하지만 의미심장한 것으로 여겨진다.

참조:
A. C. Gregory et al., "The Gut Virome Database Reveals Age-Dependent Patterns of Virome Diversity in the Human Gut" Cell Host Microbe. 2020 Aug 24;S1931-3128(20)30456-X.


월간암(癌) 202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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