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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고향으로 향하는 여행

이 기사는 구효정 기자가2020년09월07일 10시32분에 최종 입력하였습니다. 총 480명이 방문하여 읽었습니다.

문득 도시에서 생활하다보니 고향이라는 개념이 조금씩 희미해져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향이라는 단어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누구나 마음 깊이 간직한 어떤 장소나 사람에 대한 향수가 있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리적으로는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 될 수 있지만 더 넓은 의미로는 우리의 출발점이며 마지막 도착점을 바로 고향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의 경제화가 시작되면서 지방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상경하였습니다. 그래서 명절만 되면 귀향하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기차역과 고속도로에 끝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길게 늘어서곤 했습니다. 요즘도 마찬가지이지만 과거보다는 덜 혼잡한 모습입니다.

경부고속도로가 유일한 고속도로였던 시절에는 도로 위에서 하룻밤 새는 일이 흔했지만 지금은 여러 종류의 교통망이 생겼습니다. 덕분에 과거처럼 오랜 시간을 길에서 보내는 일이 줄었습니다.

그러나 점차 도시에서 태어나 자라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명절날 귀향을 하는 사람은 더욱 줄어들 것 같습니다. 이제 고향은 물리적으로 거리가 떨어져 있는 어린 시절 살던 동네가 아니라 마음속에 품고 있는 어떤 느낌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많은 동물들이 생명의 시작과 함께 고향을 떠납니다. 그렇게 이방인으로서 삶을 유지하다 다시 이 세상을 떠날 때가 되면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하늘을 나는 새, 바다 속의 물고기 등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 자신의 수명을 다하는 동물들의 습성은 어찌 보면 본능입니다. 특히 장어나 연어와 같은 물고기는 바다와 민물을 오가며 생활하고 자신이 태어난 곳에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합니다. 또 어떤 새들은 수만 킬로미터의 거리를 오가며 날아다니다 태어난 곳으로 돌아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젊은 시절 활기차게 보내다가 나이가 들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삶이 힘들 때마다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사실은 큰 위안이 됩니다.

그러나 고향이라는 정체성도 희미해지고 있어 앞으로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행히 아직도 ‘6시 내고향’이라는 프로그램이 30년 가까이 방송되고 있는 것을 보며 고향에 대한 향수는 아직도 변하지 않았구나 싶습니다.

고향은 어머니와 동의어입니다. 그분이 계시기에, 혹은 계셨기에 그곳은 고향이 됩니다. 명절이면 양손에 선물을 들고 서울역으로 향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그곳에 어머니가 계시기에 고생스러움을 마다하지 않고 길을 나섭니다. 삶이 긴 여행이라면 출발지는 고향이며 도착지도 바로 그곳입니다. 모비 딕의 작가 허먼 멜빌은 “인생이란 고향으로 향하는 여행”이라고 했지요.

암을 진단 받고 고향으로 내려가 투병의지를 다지며 다시 건강을 회복하는 분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자연과 가깝게 지낼 수 있는 치유의 장소로 선택한 것입니다.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타향을 떠나기 힘든 것은 대부분 경제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시골에서 무얼 해서 먹고 사나 하는 걱정에 쉽사리 터전을 옮기지 못하지만 암을 진단 받고 자신에게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합니다. 귀향도 그 중 하나의 선택입니다.

고향에 돌아오고는 마음이 편안해져서 병에 대한 근심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고들 하십니다. 가장 순수하게 맑고 아름다웠던 시절, 그 장소가 있다면 그곳에서 보내는 치유의 시간은 커다란 위로와 함께 다시금 용기를 낼 수 있도록 활력과 건강이 넘치는 일상으로 우리를 안내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