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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에세이분노 다스리기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0년 07월 06일 15:29분5,764 읽음
- 감정에 충실할 때 우리는 더 재미있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사람의 평균 수명이 80년을 넘어서 100년 가까운데 지속적으로 평온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복 받은 일도 없을 것입니다. 감정의 동물인 사람은 ‘감정의 동물’ 답게 매우 많은 종류의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행복한 인생을 보내기 위해서는 우리가 갖고 있는 수많은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면서 자신의 감정과 진실하게 대면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암환자의 심리 상태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암을 진단 받으면 제일 먼저 생기는 감정은 분노라는 말을 합니다. 충격과 공포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기는 자연스러운 심리상태입니다. 화를 내는 일이 무작정 나쁘게만 작용하지는 않습니다. 화를 낸다는 것은 스스로를 지키려는 본능적인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감정에 비해서 분노는 자신과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내가 하루 종일 웃고 있다고 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남을 공격하나 물건을 부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변 사람들이 겪어야 합니다. 최근 분노조절 장애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이 단어의 원래 이름은 '간헐적 폭발 장애'입니다. 가끔씩 화가 나는데 이를 참지 못하고 폭발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장애의 일종이기 때문에 치료가 매우 힘들다는 점이 명칭에도 나와 있습니다.
화를 내는 일 자체는 본능적이기 때문에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화가 났을 때 어떤 식으로 행동하느냐가 바로 분노조절장애의 핵심입니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가 일정 수준이 되면 못 참고 정신을 잃어버리고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조차 못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장애에 해당됩니다. 즉 화가 나는 것보다는 분노의 강도가 이러한 병증의 유무를 결정합니다.
교도소에 있는 많은 죄수들 중에 분노와 인생을 맞바꾼 사람들이 많습니다. 개중에는 아무런 감정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사이코패스라고 매우 극소수에 해당합니다. 대부분은 한 번의 분노 때문에 범죄자가 되기도 합니다. 뉴스에 나오는 수많은 범죄의 원인은 분노의 폭발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화를 조절하지 못하면 범죄자 신세가 될 수 있음을 끊임없이 알려 주고 있습니다.
화를 내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강도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화를 내는 일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화를 냈을 때의 강도가 높을 때 다른 사람의 이해 수준을 넘어서는 정도가 된다면 한 번에 삶의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암환자에게 있어 분노는 항상 같이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리적인 면에서 보면 암의 원인 중 하나가 과거의 큰 트라우마나 지속적인 스트레스일수도 있다고 합니다. 또한 암 진단 후 치료과정에서 생기는 일들 그리고 부작용과 암의 병증 때문에 생기는 여러 요인들은 통증을 만들고 분노를 일으킵니다. 결국 암과의 투병과정은 분노와의 싸움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평소 자신을 잘 컨트롤한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갑작스런 암 진단 후에 몰아치는 과정을 겪으면서 평정심을 잃기 십상입니다.
감정은 몸과 마음에 따라서 시시때때로 변합니다. 가만히 있다가도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서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합니다. 운전을 하다가 깜박이 신호도 없이 앞에 차가 끼어들면 욱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합니다. 걸어가다 누군가와 부딪혀도 화가 나고 심지어 누군가 나를 보기만 해도 화가 납니다. 결국 분노의 근원은 나에게 있으며 화가 났을 때 스스로 화가 났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통해서 깊숙한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생깁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참고 지내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감정도 현실 속에 있는 물건과 같아서 치우지 않으면 계속해서 쌓이게 됩니다. 기쁠 땐 웃고, 즐거울 때는 춤을 추며 화가 날 때는 소리를 질러야 합니다. 좋은 감정은 간직하고 나쁜 감정은 치워야 건강한 생활이 유지됩니다. 특히나 암환자라면 자신의 감정을 진실하게 대면해야 중심을 잡기가 수월해집니다.
암환자 중에서 간혹 화를 내면 좋지 못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기도 한데 이들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화도 안 내고(못 내고) 그렇게 착하게만 살았으니 암에 걸렸죠.! 화를 내면서 살아보세요!’ 우스갯소리로 욕을 먹은 만큼 오래 산다고 합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서, 나 하나만 참으면 다 좋으니까 라는 생각으로 꾹꾹 눌러 담으면 우리나라 여자들에게만 있다는 ‘화병’이 생기게 됩니다.
기쁜 감정은 친구로 삼아 가꾸고 분노는 종으로 삼아 다스리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어떤 상태에 있는지 매순간 확인하여 그에 맞는 관리를 해야 됩니다. 이것은 스님들의 참선 수행과 비슷해 보입니다. 바로 알아차림입니다.
한 심리학자는 병에 걸렸을 때 알아차림 그 자체가 치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앞을 보고 있는 눈을 뒤로 돌려 어두컴컴한 상태에 있는 자신의 속을 들여다보면서 안으로 여행하는 것입니다. 밖의 세상은 빛이 넘치고 나를 즐겁게 해주지만 안을 보고 있으면 어둠뿐입니다. 바로 그곳에 나의 감정이 들어앉아서 나를 조정하고 있습니다. 내 인생의 운전수는 따로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그 운전수에게 똑바로 운전하라고 소리치면서 올바른 명령을 내릴 차례입니다.
화를 한 번도 내지 않고 평생 착하게만 살아 온 사람은 참은 만큼 마음속에는 앙금이 쌓이게 되고 그것들이 몸에서 병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때 건강도 유지됩니다. 분노는 절망을 불러 옵니다. 우리가 그 감정을 알아차리고 제대로 운전시킬 수 있다면 희망으로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입니다.
월간암(癌) 2020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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