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칼럼
칠면조의 믿음
구효정(cancerline@daum.net) 기자 입력 2020년 05월 08일 17:19분5,423 읽음
김진목 | 부산대병원 통합의학센터 교수, 파인힐병원 병원장, 대한통합암학회 학회장, 대한민국 숨은명의 50, ‘통합암치료 로드맵’ 등 다수 저술 마르퀴스후스후(세계3대 인명사전) 등재

미국의 추수감사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요리가 칠면조 요리이다.
미국인들은 추수감사절에 가족이 모여 오븐에 구운 칠면조고기를 먹는 것이 전통이다. 이날 하루 소비되는 칠면조가 4,500만 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 인구가 3억2천만 명이니, 7명에 1마리꼴로 먹어치우는 것이다.

추수감사절(秋收感謝節, Thanksgiving Day)은 전통적인 북아메리카의 휴일로 미국의 경우 11월 넷째 목요일에, 캐나다에서는 10월 둘째 월요일에 기념한다. 추수감사절에 미국인들은 한국의 추석과 같이 가족들끼리 모여 파티를 열어 칠면조를 비롯한 여러 음식을 만들어 먹고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또한, 대부분의 학교와 직장에서는 여유롭게 휴일을 즐길 수 있게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금요일을 휴무로 하여 총 나흘 동안 쉬게 하는 경우가 많다. 추수감사절은 쇼핑시즌으로도 유명한데 Black Friday (검은 금요일)이라고 불리는 금요일에는 모든 상점이 세일을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쇼핑을 하러 간다.

추수감사절을 기념하기 위해 미국인들은 한국의 송편처럼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관습이 있는데 주요 음식으로는 칠면조와 그레이비가 얹어진 으깬 감자, 고구마, 크랜베리 소스, 옥수수, 호박파이, 그리고 제철에 나는 채소 등이 있다. 이 음식들은 실제로 초기 추수감사절 때부터 먹어오던 음식들로 미국적인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왜 칠면조일까?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는 3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1863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추수감사절을 국경일로 공표할 즈음, 미국 전역에 언제든 손쉽게 구할 수 있었을 정도로 칠면조가 널리 퍼져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엔 칠면조가 최소 1천만 마리 이상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 칠면조는 농사에 필요한 소나 매일 달걀을 공급하는 닭과 달리 순수하게 식용으로 기르는 가축이었다. 마지막으로 칠면조는 대가족도 나눠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고기가 푸짐해서 명절용 음식으로 적합했다는 점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닭의 7배 정도 크기이다. 더구나 칠면조는 겨울 준비를 위해 먹이를 잔뜩 먹어 살이 오른 가을에 가장 맛이 좋아 추수감사절 요리로 적당했다는 것이다.

칠면조는 보통 2년 정도면 다 자라서 식용으로 적합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추수감사절 수일 전에 도살되는 경우가 많으니 평균적으로 800~1,000일 정도 사육되는 셈이다. 그러면 그 기간 주인에게서 꾸준히 사료를 받아먹었을 것이다. 999일 되던 날에도 사료를 받아먹었고, 1,000일째에도 사료를 받아먹었다. 그리고 1,001일째에도 틀림없이 주인이 사료를 줄 것으로 기대했겠지만 사료는 없었고, 도살장으로 끌려간 것이다.

암에 걸렸다면 누구나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를 받는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끝나면 암 치료가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최종 검사에서 암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의사의 설명을 들으면 암이 드디어 완치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다음에는 3~6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다니며 검사를 받는데, 지난 수년간 모든 검사에서 이상이 없었기에 이번에도 이상이 없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재발 또는 전이되었다는 날벼락 같은 진단을 설명 듣게 된다. 이 일련의 과정들이 칠면조의 믿음과 별반 다른 바 없다.

암이란 몸 밖에서 암세포가 침범해 온 것이 아니라 내 몸속의 정상 세포가 어떤 원인에 의해 암이라는 잘못된 성질의 세포로 변형된 것이다. 그걸 도려내고 말리고 태웠다고 만사 해결된 거로 생각하면 너무나 큰 착각이다. 왜 암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 몸은 조물주께서 아주 정교하게 만든 최고의 걸작품이다. 아주 미미한 작용들이라도 제각각 이유가 있고, 다른 작용들과 연관이 있다. 따라서 아무리 사소한 증상일지라도 그 증상이 발생한 원인이 있을진대,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하는 암이 오게 된 것은 큰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암이 초래되는 원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즉, 스트레스이다.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면서 스트레스를 피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끊임없이 스트레스에 노출되지만, 너무 오랫동안 노출되다 보니 그것이 스트레스라고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우리의 의식은 스트레스를 자각하지 못하지만, 몸속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계속해서 과다 분비되어 신진대사를 교란하며, 결과적으로 여러 가지 질병을 초래한다. 암도 그중의 하나다.

두 번째 이유는 잘못된 식습관이다. 우리의 몸은 우리가 먹은 음식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당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 몸이 마치 슈퍼맨이나 되는 양 착각하고 있다. 아무리 나쁜 음식, 물, 공기를 넣어도 몸이 알아서 척척 잘 처리해 줄 거라 믿는다. 물론 타고 난 건강 체질이거나 젊었을 때는 신진대사가 원활해서 우리 몸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온갖 독소를 제대로 처리할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오랜 세월 거대한 독소에 시달리다 보면 제아무리 슈퍼맨 체질을 타고났다 하더라도 마침내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그다음은 운동 부족이다. 운동을 통해 신진대사가 원활해지고 몸을 덥혀 체온을 올리고 그 결과 면역을 상승시켜 준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중강도(땀이 배어 나오거나, 맥박수가 20% 이상 증가할 정도의 강도) 운동으로 매일 30분~1시간 정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벼운 운동은 큰 도움이 안 되며, 심한 운동은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마지막으로 수면 부족, 휴식 부족 등이다. 우리 몸을 괴롭히는 많은 요인으로부터 피신하여 휴식을 취하는 동안 우리 몸은 상처받은 세포를 치유하고 몸속 독소들을 밀어내기 위해 신진대사를 활성화할 수 있는데,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않는다면 그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니, 점차 몸이 나빠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앞에서 설명했듯 스트레스, 잘못된 식습관, 운동 부족, 휴식 부족 등의 원인으로 우리 몸이 버티다 버티다 한계를 견디지 못해 나타난 것이 바로 암이다. 그런데도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만 견디면 암이 완치될 거로 생각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암이 올 수밖에 없었던 우리 몸을 암이 생기지 않을 건강한 몸으로 바꾸는 것이다!

현대의학적 세 가지 치료의 중요성을 간과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이 세 가지 치료는 암 치료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치료법이다. 이것들을 배제하고 오로지 대체의학만으로 치료하려는 환우들도 더러 만나는데, 현재까지의 모든 치료법을 통틀어 암의 치료성적은 현대의학적인 치료법이 가장 뛰어나다는 사실은 명확한 사실이므로, 이를 배제한 치료는 현명한 선택이 아닐 것이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현대의학적 치료를 통해 암이 완전히 박멸되고 건강을 회복할 것이라는 어리석은 믿음을 깨우쳐 주고자 하는 것이다.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는 기본적으로 수행해야 하지만, 치료 기간 중 및 후에 반드시 몸을 바로잡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스트레스 관리, 올바른 식습관,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휴식과 수면 등을 통해 몸을 조금씩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만 현대의학적인 치료의 부작용을 경감시킬 수 있고, 완치를 앞당길 수 있다.

이 올바른 생활습관은 평생토록 유지해야 한다. 워낙 우리가 나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오랫동안 해 온 탓에 좋은 식사와 생활습관이 오히려 어색하고 불편할 것이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몸도 건강해지고 올바른 생활습관이 익숙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나쁜 식습관과 생활습관이 이제는 불편하게 될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완치의 지름길임을 강조하고 싶다.

고기도 먹고 싶고, 생선도, 패스트푸드도 먹고 싶던 입맛이 싱싱하고 풋풋한 채소와 과일을 좋아하는 식성으로 바뀌고, 운동하지 않으면 몸이 근질거리고, 올바른 자세, 적절한 휴식과 수면 등이 내 체질에 맞는 것으로 느껴지고, 무엇보다도 욕심이 없고 평화로운 마음이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아등바등 살았던 과거가 덧없던 생활이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월간암(癌) 2020년 4월호
추천 컨텐츠
    - 월간암 광고문의 -
    EMAIL: sarang@cancerline.co.kr
    HP: 010-3476-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