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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과 바이러스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0년 04월 08일 17:00분4,968 읽음
세계보건기구, 모든 암 15% 이상 감염성 병원체 원인
독일암연구센터(DKFZ)의 과학자들은 바이러스의 흔적을 찾기 위해 38가지 유형의 암 환자들로부터 채취한 2,600개가 넘는 종양 표본의 DNA를 체계적으로 조사했다. 그들은 조사한 표본의 13%에서 바이러스의 흔적을 발견했다. 그들은 또 병원체가 DNA에 발암성 돌연변이를 촉발하는데 사용하는 메커니즘도 확인했다. 이 연구는 국제암게놈컨소시엄(ICGC)이 착수한 이니셔티브인 전체 게놈에 대한 총체적인 암 분석(PCAWG)의 일부로 이루어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모든 암의 15% 이상이 직간접적으로 감염성 병원체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리용에 있는 국제 암 연구 기관(IARC)은 11개의 병원체(바이러스나 박테리아나 기생충)를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고 암은 10개 중 1개가 바이러스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총 64만 건의 암이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1가지로 발생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독일 암 연구 센터의 페터 리히터가 이끄는 게놈 연구가들로 구성된 국제적인 팀에 의해 이제 발표되었는데 어떤 바이러스가 어떤 암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정확하게 개관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들 연구진은 또 이전에는 발암과 관련지어지지 않은 바이러스나 심지어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바이러스들도 있는지 찾아보았다.

독일 암 연구 센터의 마르크 자파트카는 이렇게 설명했다. “어떤 바이러스가 암과 연관되어 있느냐는 문제는 의학에서는 아주 의미가 있다. 바이러스가 관련된 암에서는 실질적인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만약 어떤 발암성 바이러스가 확인된다면 백신으로 감염을 피하게 한다. 따라서 암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어떤 유전자 돌연변이나 DNA 돌연변이 양태가 몇몇 유형의 종양에서 역할을 수행하는지를 입증하기 위해 서로 뭉친 1,300명이 넘는 연구가들의 컨소시엄인 전체 게놈에 대한 총체적인 암 분석(PCAWG)의 일부로 이루어졌다. 메타분석을 하기 위해 이들 연구진은 38가지 유형의 암으로부터 수집한 2,600개가 넘는 종양 게놈의 염기서열 자료에 대해 포괄적인 생물정보학적 분석을 실시했다.

356명 암환자 23가지 바이러스 흔적 발견
독일 암 연구 센터의 연구진은 356명의 암 환자에게서 총 23가지 유형의 바이러스의 흔적을 발견했다. 예상했던 것처럼 종양을 유발하고 성장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바이러스들이 가장 흔했다. 즉 많은 유형의 암, 특히 림프종과 위암과 비인두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의 게놈이 조사한 암 게놈의 5.5%에서 발견되었다. 또 B형 간염(HBV) DNA가 330건의 간암 중 62건에서 발견되었다. 연구진은 자궁경부암과 두경부암에서 주로 인유두종 바이러스를 발견했는데 가장 흔한 것이 HPV16이었다.

연구진은 탐지된 바이러스 유형 중 일부는 암과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배제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분자생물학 분야에서 아데노바이러스와 배큘로바이러스가 연구 도구로 흔히 사용되기 때문에 그런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이 발견된 것은 아마도 오염되어 생겼을 것이다. 신장암에서 레트로바이러스를 발견한 것처럼, 연구진은 한두 건의 경우에서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이미 알려진 다른 바이러스들을 발견했다. 위암에서 거대세포바이러스(CMV)를 발견한 것처럼, 다른 병원체들도 그런 병원체들이 감염하는 조직 유형의 종양에서 때때로 발견되었다. 그러나 철저한 생물정보학적 분석에도 불구하고 연구진은 완전히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는 어떤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인유두종 바이러스나 엡스타인-바 바이러스와 관련이 있는 종양 중 일부에서 연구진은 보통 그런 유형의 암의 세포들이 성장하기 위해 의존하는 특징적인 드라이버 돌연변이가 (있어야 하는데도) 없는 것을 관찰했다. 즉 바이러스의 존재가 아마도 다른 요인을 통해 악성 세포의 퇴화를 부추기는 듯하다.

숙주의 게놈 속으로 바이러스가 통합되는 것이 바이러스, 특히 B형 간염 바이러스와 유두종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돌연변이로 이행해가는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인 것으로 밝혀졌다. 마르크 자파트카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는 인유두종 바이러스 DNA가 텔로머레이스 프로모터 속으로 통합되는 것을 자주 관찰했다. 즉 이 유전자 스위치가 불사(不死) 효소인 텔로머레이스의 생산을 조종하고 많은 유형의 암에서 돌연변이가 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바이러스의 통합이 이 유전자 스위치의 활성화로 진행하고 따라서 세포가 죽지 않고 영원히 살도록 할 수도 있는 것을 보여주었다.”

독일 암 연구 센터의 연구진은 바이러스에 대한 세포 방어망이 감염된 세포의 DNA의 돌연변이로 진행하는 또 다른 주요한 메커니즘인 것을 확인했다. 세포는 위험한 바이러스의 DNA를 공격하기 위해 자신의 APOBEC 단백질을 사용하지만, 이는 흔히 세포 자신의 게놈의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그 결과 자궁경부암과 두경부암은 예를 들면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에 뒤이어 발생하는 듯하다.

암 게놈 전체를 분석했을 때 우리는 RNA 조사에만 기초한 이전의 연구들보다 훨씬 많은 종양에서 바이러스의 흔적을 발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다른 바이러스들이 암과 관련이 있다는 일반적인 추측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고 연구 책임자인 페터 리히터는 연구결과를 요약해서 말했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경우에서 우리는 어떻게 병원체가 세포에 악성 돌연변이를 유발하는지에 대해 더 분명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그는 덧붙여 말했다.


참조:
M. Zapatka et al., "The Landscape of Viral Associations in Human Cancers" Nat Genet, 2020; DOI: 10.1038/s41588-019-0558-9


월간암(癌) 2020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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