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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예방에 도움이 되는 약품
임정예 기자 입력 2020년 01월 06일 20:11분9,853 읽음

김진목 | 부산대병원 통합의학센터 교수, 파인힐병원 병원장, 대한통합암학회 학회장, 대한민국 숨은명의 50, ‘통합암치료 로드맵’ 등 다수 저술 마르퀴스후스후(세계3대 인명사전) 등

다른 질병의 치료 목적으로 널리 사용되던 약제들 중 암의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끄는 약들을 소개한다.

▣ 아스피린 (해열진통제)
호주 멜버른대학 연구팀의 1,858명을 대상으로 아스피린과 대장암과의 관련성 분석 발표를 통해 발표된 새로운 효능이 이목을 끌었다. 바로, 아스피린 소량을 꾸준히 복용하게 되면 심혈관계질환과 암, 치매까지 예방할 수 있다는 발표이었다.

또한 영국 에딘버러대학 팀도 대장암 환자와 건강한 사람 5,000명을 대상으로 저단위 아스피린을 1년간 꾸준히 복용했더니 대장암 위험이 22% 줄어들었다는 발표를 했다. 특히 5년간 복용한 사람은 30%까지 감소했다고 한다.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팀은 1976년~1995년간 30~55세의 건강한 성인 122,0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44% 감소했다고 한다.

미국 질병 예방 특별위원회는 과거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과 같은 심장병 예방 효과로 인정되었던 아스피린의 가이드 라인에 최근 대장암 예방 효과를 추가하기도 했고, 국내 연구에서도 아스피린이 대장용종을 억제한다는 발표도 있었으며 이외에도 크고 작은 연구 결과들이 지속 발표되었다. 하지만 아스피린은 위 점막에 손상을 주어 위장 출혈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위장장애가 있는 사람은 위에서 녹지 않고 장에 가서 녹는 장용정을 복용해야 한다.

아스피린은 피를 묽게 하는 성질이 있어 출혈이 시작되면 피가 잘 응고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수술을 앞둔 환자는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안 된다. 75세가 넘은 당뇨병 환자도 몸속에서 출혈이 생길 위험이 크므로 복용을 피한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하루 석 잔 이상의 술을 마시는 사람도 아스피린을 장기 복용하지 말도록 권고한다.

▣ 메트폴민 (당뇨병 치료제)
스위스 바젤대학병원 크리스토프 마이어 박사 연구팀은 제2형 당뇨병약을 복용한 1,400명 여성에 대한 조사를 시행한 결과, 5년 이상 동안 메트폴민을 복용한 여성의 경우 유방암 발생 위험이 56% 감소한 것으로 알아냈다. 그러나 다른 경구형 당뇨병 치료제의 경우 유방암 위험성과 연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메트폴민의 혈당 강하작용이 유방암 위험을 낮출 수도 있지만 메트폴민이 직접적인 항암작용을 할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메트폴민은 2형 당뇨에서 기본적인 약제로 투약되고 있으며 간암, 위암 등 여러 악성 질환에서 예방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최근 일본의 한 연구에서 대장 직장 폴립을 제거하였고 당뇨가 없는 151명의 환자에서 250mg의 메트폴민을 1년 동안 투약한 결과, 위약을 투약한 환자들에서 비해서 선종 혹은 폴립이 훨씬 적었고 심한 부작용은 없었다고 보고하였다.

선종에서 악성종양으로 진행하게 되는 연관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선종과 폴립의 빈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은 결국 대장 직장암의 위험성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결론으로 연결될 수 있어서 하루 250mg의 저용량의 메트폴민 투약으로 대장 직장암의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 하지만 확실한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대상으로 장기간의 연구가 필요하다.

당뇨병 치료약인 메트폴민(metformin)이 당뇨병 환자에서 췌장암의 위험성을 60%나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엠디앤더슨 암 센터의 ’리동휘‘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의학전문지 ‘위장병학(Gastroenterology)'에 발표했다.

당뇨병은 췌장암의 위험 요인이고, 췌장암의 10%가 당뇨병에 관련하고 있다 한다. 리 교수 등이 실시한 이 연구는 1,838명의 췌장암 환자, 그 중 973명은 췌장선암의 환자를, 863명의 암이 아닌 사람(비교 그룹)과 비교했다. 췌장암 그룹에는 259명의, 비교 그룹에는 109명의 당뇨병 환자가 포함되었다.

분석 결과, 당뇨병 환자에서 메트폴민을 복용한 환자는 단독이나 다른 어떤 치료약과의 조합에서도 이 약을 복용하지 않았던 사람과 비교해 췌장암의 발병률이 62%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 피나스테라이드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헐리우드 영화배우로 유명한 안젤리나 졸리가 자신이 유방암의 위험인자인 BRCA1에 돌연변이가 있어서 예방적으로 유방절제술을 받았다고 밝히는 바람에 전 세계가 지금 BRCA 유전자에 대해 엄청난 관심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관심 속에서 임상연구에 참여했던 영국의 어떤 남성이 BRCA2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전립선검사에는 아무런 전립선암을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졸리의 영향 때문에 전립선절제술을 원하였다. 의료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원하여 받았는데, 이때 전립선암이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나와 더욱 흥미를 끌고 있다.

BRCA는 breast cancer predisposition gene(유방암 성향 유전자)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인데, BRCA1과 BRCA2가 있다. BRCA는 원래 우리 몸에 있는 정상 유전자, 즉 우리 몸의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로 우리 몸의 DNA가 고장이 났을 때 이것을 치료해주는 유전자이다. 그런데 이 유전자가 고장이 나서 이상이 있으면 암을 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암이 발생된다는 것이다. BRCA1/2 돌연변이 이상 시 보통 유방암이 약 60~80%, 난소암이 20~30% 정도로 여성들에게서 암이 발병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최근 BRCA1/2가 남성의 전립선암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알려지고 있다.

이전에 잘 연구된 결과를 보면, BRCA2 돌연변이 이상을 가지고 있는 65세 이하의 남성에게서는 전립선암이 8.6배 더 잘 생기고, BRCA1 돌연변이 이상을 가지고 있는 65세 이하의 남성에게서는 전립선암이 3.4배 더 잘 생긴다고 한다.

안 그래도 건강한 사람의 경우 전립선암 혈액검사(PSA)를 주기적으로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BRCA1/2의 돌연변이 이상이 있다고 하면 해마다 PSA 검사를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전립선비대증의 치료약으로 처방되고 있는 피나스테라이드(우리나라에서는 ’프로스카‘)라는 약이 전립선암 발생율을 약 25%정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일정한 연령 이상의 남성(약 55세)들은 피나스테라이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는 권고안이 나온 적이 있다. 피나스테라이드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전립선이나 머리에서 아주 강력한 호르몬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으로 변환되어 전립선암이 자라는 것을 막는다. 이 약은 전립선비대증의 증세를 호소하는 노인의 전립선 용적을 줄이기 위해 발매가 되었으며 복제약들도 있다.

피나스테라이드는 18,88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연구 결과, 전립선암의 예방 효과를 인정받지 못해 전립선암의 예방약으로 미국 FDA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55세 이상의 남성 중 60% 정도가 전립선비대로 여러 가지 불편 증상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전립선암 가족력을 가지고 있거나, BRCA2 양성인 사람이라면 전립선비대의 치료 및 전립선암의 예방적 목적으로 피나스테라이드를 복용하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월간암(癌)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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