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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 점액 속 글라이칸 세균 무력화시킨다
구효정(cancerline@daum.net) 기자 입력 2020년 01월 06일 18:58분5,499 읽음
소화관과 폐와 요로를 포함해서 우리 몸은 200㎡ 이상이 점액으로 덮여있다. 근년에 과학자들은 점액이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낚아채는 물질적 장벽일 뿐만 아니라 병원균을 무력화시켜 염증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막아줄 수도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MIT 공대에서 실시한 최근의 연구는 점액에 들어있는 분지상 당분자인 글라이칸이 세균을 무력화시키는 일을 대부분 책임지고 있는 것을 밝혀냈다. 점액 속에는 수백 개의 상이한 글라이칸이 들어있고, MIT 연구진은 그런 분자들이 박테리아가 서로 소통하고 감염성 생물막을 형성하는 것을 방해해서 박테리아를 무해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을 발견했다.

MIT 공대 생물공학 교수인 카타리나 리베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점액 속에 갖고 있는 것은 건강에 도움이 되는 금광이다. 이들 글라이칸은 아주 광범하고 정교한 생물학적 기능을 갖고 있다. 글라이칸은 세균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조절하고 그들의 정체를 정말로 조정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글라이칸과 녹농균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었다. 녹농균은 낭포성 섬유증 환자들과 면역체계가 손상된 사람들에게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기회감염 병원체이다. 리베크의 실험실에서 현재 진행 중인 연구는 글라이칸이 다른 미생물들의 행동도 조절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었다.

평균적인 사람은 매일 몇 리터의 점액을 생산하는데, 지금까지는 그런 점액이 주로 윤활제와 물질적인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리베크와 동료 연구원들은 점액이 실제로 박테리아의 행동을 방해해서 박테리아가 표면에 달라붙고 서로 소통하는 것을 막아버릴 수 있는 것을 증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리베크는 글라이칸이 미생물의 행동을 조절하는 점액의 능력과 관련이 있는지를 테스트해보려고 했다. 올리고당의 일종인 이 당분자들은 점액의 겔을 만드는 기초 성분인 뮤신(점액소)이라는 단백질에 달라붙어 병솔나무 같은 구조를 형성한다. 점액과 관련이 있는 글라이칸은 거의 연구가 되지 않았지만 리베크는 그런 글라이칸들이 (자신이 이전에 점액에서 관찰한) 미생물을 무력화시키는 활동에 주요한 역할을 수행할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가능성을 조사해보기 위해 리베크는 글라이칸들을 분리해서 녹농균에 노출시켰다. 뮤신의 글라이칸들에 노출되자 박테리아는 행동이 크게 변해서 숙주에게 덜 해롭게 되어버렸다. 예를 들면 더 이상 독소를 생산하지도 않았고 숙주 세포에 달라붙거나 숙주 세포를 죽이지도 않았고 박테리아들의 소통에 불가결한 유전자들을 발현하지도 않았다.

미생물을 무력화시키는 이런 활동은 박테리아의 감염 능력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리베크는 녹농균에 감염된 화상을 뮤신과 뮤신의 글라이칸으로 치료하는 것이 박테리아 증식을 감소시켜 독성을 무력화하는 이들 물질의 치료 잠재력을 보여주는 것을 밝혔다.

우리는 뮤신이 조절 효과를 갖고 있어서 많은 병원체의 행동을 변경시킬 수 있는 것을 보았지만 이제는 분자적인 메커니즘과 그런 일을 책임지고 있는 실체를 밝힐 수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글라이칸이라고 리베크는 말했다.

이번 실험에서 연구진은 수집해놓은 수백 가지 글라이칸을 사용했지만, 이제 그들은 구체적으로 다른 경로나 다른 미생물과 상호작용을 할는지도 모르는 개별적인 글라이칸들의 영향을 연구해볼 계획이다.

녹농균은 건강한 점액이 견제하는 많은 기회감염 병원체 중 하나일 뿐이다. 리베크는 현재 연쇄구균과 칸디다 곰팡이를 포함한 다른 병원체를 조절하는 글리칸의 역할을 연구하고 있고, 또 글라이칸과 상호작용하는 미생물 세포 표면의 수용체들을 확인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연쇄구균에 대한 리베크의 연구는 글라이칸이 수평적 유전자 이동을 차단할 수 있는 것을 밝혔다. 수평적 유전자 이동은 미생물들이 흔히 약물 내성을 갖기 위해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해 사용하는 과정이다.

리베크와 동료 연구원들은 뮤신과 글라이칸에 대해 밝힌 지식을 이용해서 이제는 점액이 없거나 결함이 있어서 생기는 질병을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줄 수도 있는 인공 점액을 개발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 점액의 능력을 활용하면 기존의 항생제를 보완하는 방법이 되기 때문에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감염증을 치료하는 새로운 길을 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리베크는 말했다.

우리가 이번에 발견한 것은 자연은 까다로운 미생물을 죽이지 않고 그 대신 무력화하는 능력을 진화시킨 것이다. 이는 까다로운 미생물들이 생존할 방법을 찾아내는 압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내성이 생기게 하는 선택적인 압력을 제한하는 것을 도와줄 뿐만 아니라 또 다양한 미생물군을 창조하고 유지하는 것도 도와주는 것이 분명하다고 리베크는 설명했다.

리베크는 점액 속의 글라이칸들이 인체 내에 살고 있는 수조 개의 박테리아인 미생물군의 구성을 결정하는데 핵심적인 역할도 수행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들 미생물 중 많은 것이 인간 숙주에게 유익하고 글라이칸이 인간 숙주에게 그들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제공해주거나 아니면 그들이 번성하도록 도와주는 것 같다고 리베크는 말했다. 이런 방법에 있어서 점액과 관련이 있는 글라이칸들이 인간의 모유에 들어있는 많은 올리고당과 유사하다. 이들 올리고당은 미생물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많은 종류의 당을 포함하고 있다.

이것이 많은 시스템에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주제이고 이들 시스템의 목표는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계를 통틀어서 몸속에 있는 미생물 군집들을 고안하고 조종하는 것이라고 리베크는 말했다.

참조:
K. M. Wheeler et al., "Mucin glycans attenuate the virulence of Pseudomonas aeruginosa in infection" Nat Microbiol. 2019 Oct 14. doi: 10.1038/s41564-019-0581-8.
월간암(癌)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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