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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계절여행]노란색 꽃을 피우는 피나물
고정혁 기자 입력 2008년 04월 11일 19:59분885,276 읽음

김경희|꽃이, 산이 너무 좋아 야생화를 찍습니다. 남편은 다발성암으로 투병중입니다. 야생화전시회, 한산신문 야생화기고.


이른 봄꽃은 낙엽사이를 비집고 올라와
짧은 봄볕을 탐하는데
봄이 깊어 가면서 피는 이 꽃은
녹색의 벌판에 노랑 물을 들이며 피어난다.

처음 모양은 장미와 닮아 있고
그다음은 부끄럼 없이 하늘로 고개를 치켜세우고
노오란 꽃술을 자랑스레 펼쳐 보인다.

노랑 꽃잎은 소반처럼 꽃술을 받히고 꽃술은 춤을 추듯이
바람에 살랑인다.

이 꽃은 한 송이는 안 피우고 무리 지어서 많이 피는데
그 모양이 노오란 부케처럼 탐스럽기도 하다.

 

피나물 소개

분류 : 양귀비과의 다년생 초본
크기 : 25~30cm 내외
다른이름 : 노랑매미꽃, 봄매미꽃, 하청화 등

피나물은 양귀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이 피나물이 속해있는 과가 양귀비니 아름다움은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뿌리는 짧고 굵으며 한 뿌리에서 여러 잎이 나온다. 잎은 작은 잎 5~7개로 구성되고 그 작은 잎의 가장자리에는 불규칙한 톱니가 달려있다.

꽃잎은 진한 노란빛이다. 윤기가 흘러 반질거리는 넉 장의 꽃잎이 균형 있게 달려 있다. 그 가운데로 역시 노란빛으로 수술이 모여 있다.
이 피나물은 손가락 한두 마디쯤 되는 제법 굵은 꽃들이 줄기바다 두세 송이씩 달리고 이러한 줄기 여러 송이가 모여 한 포기를 만드는 데다가 군락을 이루어 자라니, 한창 피어난 피나물 무리를 제대로 구경하면 마치 황금빛 물결이 일렁이듯 아름답다.
잎은 진한 초록빛으로 몇 조각 불규칙하게 갈라지는데, 꽃이 지고 나면 둥근 기둥 모양의 길쭉한 열매가 매어 달린다.

이름 끝에 나물이란 글자가 붙은 식물들은 대개 나물로 요리를 해먹을 수 있는 식물이다.
피나물도 이른 봄 어린 순을 잘라 나물로 먹기도 하지만, 피나물은 뿌리, 잎 등 전체에 독이 있는 유독성 식물이다.
그래서 일부지역에서는 이른 봄, 꽃이 피기 전 어린 순만을 채취하여 끓는 물에 독성을 우려내고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한다.
그리고 한방에서는 피나물의 뿌리를 하청화근(荷靑花根)이라 하여 한약재로 사용하는데 주로 진통, 거풍, 소종 등에 효능이 있으므로 관절염, 신경통, 피로, 타박상, 종기 등에 두루 처방한다고 한다.
약으로 쓸 때는 봄부터 가을 사이에 뿌리를 캐어 말려두었다가 물에 다려 마시거나 가루를 빻아 쓰고, 종기나 습진의 증상에는 생뿌리를 찧어 상처가 난 곳에 붙인다고 한다.

피나물은 줄기를 자르면 절단면에서 빨간색 유액이 흘러나오는데 이것이 마치 피(血)와 같은 느낌이 들어 붙여진 이름이다.
피나물처럼 이름이 붙은 식물로는 애기똥풀이 있다. 우리가 들판에서 흔히 보는 식물로 피나물과 모양이 비슷한데 이 식물의 유액인 애기똥처럼 노란빛이어서 구분이 쉽다.
피나물, 애기똥풀은 식물의 유액으로 붙여진 재미있는 이름이다.

봄이라는 무대의 주연 배우는 단연 식물이다. 자연이 무상으로 베푸는 이 아름다운 연회는 때를 놓치면 일 년을 기다려야 한다. 야생화는 ‘이름 없는 잡초’였다가 관심을 갖게 되면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어’(김춘수님의 꽃 중에서)준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어야 한다. 야생화 세상으로 안내하는 길잡이가 되는 책은 많지만 세심하게 붓으로 그려낸 책이 있어 소개한다.
 

세밀화로 보는 광릉숲의 풀과 나무

국립수목원 글 그림 / 김영사 발행 / 39,000원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천연상태로 보존된 온대 낙엽활엽수림인 광릉숲은 경기도 포천시에 위치한 조선 7대 임금인 세조의 능인 광릉을 둘러싼 숲을 말한다. 세밀화집은 3월부터 11월까지 월별로 광릉의 식물을 수채화로 우아하게 그려냈다.

공혜진 권순남 이승현씨 등 3명의 세밀화가들은 금붓꽃을 “사진, 도감, 표본을 보고 그리다가 꽃의 정확한 구조를 알 수 없어 포기”했다. “꽃이 피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다” 광릉 고산식물원이 있는 숲 길가에서 “진하지도 흐리지도 않은 노란색의 우아한 꽃을 발견”하고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2년 가까이 그림을 그리는 이들의 심정은 공혜진씨의 후기가 잘 전해준다.
“팔랑이는 한 마리 나비가 되고, 꽃을 향해 돌진하는 벌이 되고… 나는 다른 세상으로 가는 문 앞에 서 있다.”

월간암(癌) 2007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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