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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내린 치료제 - 생강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19년 12월 05일 17:58분9,270 읽음
‘ginger’라는 영어식 표현이 ‘건강’이라는 의미도 있는 생강은 음식의 감칠맛을 살려 주는 향신료이자 감초와 더불어 가장 보편적인 약재로 이용된다. 매운맛과 독특한 향이 비린내를 제거하고 고기를 부드럽게 하는 효과가 있어 육류와 생선 요리에 빠지지 않는 대표 양념이다. 자극적인 맛과 향 때문에 단일 식품으로 섭취하기가 어려워 부재료로 많이 쓰이고 있지만 그 효능만큼은 주재료 못지않다. 인도의 의학 서적 ‘아유르베다(Ayurveda)’에서는 생강을 ‘신이 내린 치료제’로 칭했다. 1990년에 미국국립암연구소가 발표한 암 예방에 효과가 있는 식품 리스트인 ‘디자이너 푸드 프로그램’에서도 생강이 최상의 순위에 있다.

생강에는 신체 내부를 따뜻하게 해주고 내장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냉증이나 혈압이 낮고 체온이 낮으며, 피부에 탄력이 없고, 아무리 자도 피로가 남고, 생리주기가 자주 늦어지는 여성에게 생강은 최고의 식품으로 꼽힌다. 생강은 소화와 관련해서도 효능이 아주 뛰어나다. 담낭에서 분비되는 소화액인 담즙 분비를 촉진해 소화를 돕고, 단백질 분해 효소도 있어 고기를 연하게 해준다. 위액 분비를 촉진하고 구역질을 멎게 하며 장 활동을 왕성하게 도와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은 꾸준히 생강을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

이렇듯 생강은 오래전부터 여러 증상을 다스리는데 요긴하게 사용되어져 온 민간약재 중에서도 일반인들이 손쉽게 구할 수 있으며 그 효과 또한 아주 좋은 약재에 속한다.

감기로 열이 나면서 한기가 들거나 오슬오슬 춥고 떨리는 증상이 있을 때 사용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생강은 전신의 세포를 활성화시켜 기력을 보충시킬 뿐만 아니라 면역력을 높이고 만병을 다스리기에 만병통치약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다.

생강의 진저론, 놀라운 항암·항산화력
생강 특유의 알싸한 향과 강렬한 매운 맛은 진저론과 시네올이라는 성분에 의한 것이고 이 매운맛 성분에는 강력한 향균·살균작용과 비린내를 제거하는 작용이 있다. 특히 생강은 여러 종류의 항산화 성분이 복합적으로 함유되어 있어서 생강의 항산화력은 다른 항산화 식품을 훨씬 능가한다.

생강 특유의 매운맛을 내는 진저롤이 항암·항산화 효과가 뛰어나다는 연구 보고가 잇따르면서 생강의 항암효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일본 기후 대학 의학부의 모리히데 도오루 교수 팀에 의한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 280마리의 쥐를 6그룹으로 나누어 대장암 유발 물질을 정기적으로 주사한 뒤 치료법으로 몇 가지 식품의 추출물을 투여한 결과 그중 진저롤을 투여한 그룹의 암 발생률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진저롤이 어떻게 암 발생을 억제하는지에 관하여 비이커에 암세포를 키운 후 진행되는 체외실험에서도 항암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떨어뜨리고 혈전이 형성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도 뛰어나 동맥경화와 심장병 등의 각종 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도 좋은데 이 또한 진저롤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강의 구토 진정 효과
생강은 항암 치료를 받는 암환자들이 흔히 겪는 오심과 구토를 진정시키는 효과도 있다. 미국 미시건 대학 종합암센터에서 10개 의료 기관에서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암 환자 중 항구토제를 투여해도 증상이 진정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생강이 함유된 캡슐을 복용시킨 결과 대부분 만족스런 결과가 나왔으며, 일부 환자는 항구토제 복용량을 줄이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생강에 들어 있는 강력한 항산화 물질이 위장관에서 만들어지는 구토 유발 산화물을 감소시키고, 구토를 일으키는 신경 전달 물질인 세로토닌(serrotonin) 수용체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장 운동을 촉진하는 성분이 들어 있어 식욕을 좋게 하고 소화 흡수를 도우며, 말초 혈관의 혈액 순환을 촉진하여 몸을 따뜻하게 하는 작용도 한다. 한방에서 많은 처방에 생강을 넣는 것도 유효 성분을 몸에 빨리 흡수시키고, 약재의 독한 성분을 완화하고 해독하려는 목적이다.

몸에 열이 많거나 출혈이 잦은 사람은 주의해야
생강은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효과가 있어 입술이 푸르거나 추위를 많이 타는 음(陰) 체질의 사람에게는 효과적이지만, 몸에 열이 많고 얼굴이 쉽게 달아오르거나 흥분을 잘 하는 양 체질의 사람에게는 맞지 않으므로 섭취에 신경 써야 한다.

또한, 생강은 혈관을 확장시키고 혈압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으므로 치질이나 위·십이지장궤양 등 출혈이 잦은 사람과 혈압이 높은 사람은 지나친 섭취를 피해야 한다.

체온이 39.0℃ 이상이거나 1분간 맥박수가 100 이상이거나 탈수증이 심할 때는 생강 섭취를 자제해야 한다.

생강 조리 시 주의할 점
생강의 약효 성분은 산화되기 쉽고, 진저롤은 공기와 닿은 후 3분이 넘으면 감소하기 시작하여 15분 후에는 30% 정도만 남는다. 볶는 요리에는 마지막에 썰어서 넣거나 처음부터 기름을 넣고 볶고 양념으로 사용할 때에는 먹기 직전에 썰어넣는 것이 좋다.

생강을 10℃ 이하에서 보관하면 상하기 쉽기 때문에 상온에 보관하여 빨리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갈아서 냉동하면 약효가 약해지나 더 중요한 것은 꾸준히 먹는 것이다. 따라서 매일 섭취할 수 있다면 냉동 보관하는 것도 좋다.

생강 껍질에 영양소의 70% 정도가 들어 있으므로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생강의 껍질 안에 있는 가는 관에는 ‘정유’라 불리는 방향성의 유성 액체가 들어 있다. 성분은 400종 이상이며, 매운 성분과의 상호 작용으로 다양한 약효를 낸다고 알려져 있다.

월간암(癌)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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