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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벤다졸, 제도와 개인의 충돌
임정예 기자 입력 2019년 11월 11일 09:06분10,806 읽음
강아지나 동물이 섭취하는 구충제로 말기암이 사라졌다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알려지면서 암환자와 가족, 의료계 종사자와 보건당국은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거의 모든 약국이나 동물병원에서 펜벤다졸 성분이 들어 있는 약품은 동이 나버렸습니다. 이제는 해외에서 직구로 주문하기도 하고, 정작 아픈 동물은 약을 쓸 수 없다고 호소하는 글도 있습니다.

식약처는 펜벤다졸이 함유되어 있는 의약품의 복용을 금지한다는 경고문을 발표했으며 이에 대하여 환자와 의학계는 첨예하게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차피 말기암인데 무엇인들 못하겠냐는 환자 측과 인체 실험이 완료되지 않은 약품의 복용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는 당국의 상반된 반응으로 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습니다.

펜벤다졸의 시작은 2016년 말기 소세포폐암으로 3개월의 시한부 진단을 받은 남성입니다. 조금이라도 살아있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MD앤더슨 병원에서 임상시험에 참여하던 중 알고 지내던 수의사로부터 강아지 구충제의 복용을 권유받고 2년 후에 온몸에 퍼져 있던 암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임상에 참여한 후 3개월 후 같이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은 세상을 떠났고 살아남은 사람은 자신뿐이었다고 합니다. 더구나 자신의 폐에 있던 암덩어리가 모두 사라져 담당의사는 어안이 벙벙했다는 표현을 합니다. 믿기 힘든 자신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게재했고 자신과 같은 경험을 했던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래 전부터 암의 치료에 구충제를 사용하면 효과적이라는 논문들이 여럿 발표되었습니다. 위의 동영상에서도 소개되었지만 펜벤다졸을 이용한 연구도 있습니다. 또 많은 연구에서 구충제가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의 동영상처럼 극적으로 암이 치료되는 사례는 있지만 모두에게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 암이라는 병은 과거에 우리를 괴롭혔던 천연두나 흑사병처럼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 병원에서 표준 치료에 쓰는 항암제도 5%~30% 정도의 확률로 종양의 크기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다만 병원의 항암제는 인체에 대한 실험이 끝났으며 개발하는 비용이 많이 들어 약값이 비싸고 암에 대해 반응을 입증할 과학적 데이터가 있습니다. 그래서 인체에 사용하지 말라는 보건 당국의 경고는 동물에 대한 검증은 있었지만 사람에 대한 검증과 안정성에 대한 검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암의 여러 가지 발병 원인 가운데 하나로 몸이나 세포에 서식하는 기생충이 암을 일으킨다는 가설이 있었습니다. 이에 해당하는 환자들은 기생충 약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연구도 있어왔습니다. 암과 투병하는, 더는 약을 찾을 수 없는 말기암 환자에게는 생명은 무엇으로도 환산할 수 없습니다. 강아지 구충제든 무엇이든 효과가 있다는데 어떻게든 써봐서 효과를 보고 싶을 뿐입니다.

강아지 구충제로 암이 없어진 사람이 실제 존재하는데 부작용이나 안전성이 걸림돌이 될 수는 없습니다. 병기는 깊어가고 말기로 갈수록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치료가 별로 없다는 것은 환자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보건당국이나 의료계의 경고는 이들에게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펜벤다졸을 가장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이 바로 제도권 내의 치료 범위 밖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펜벤다졸과 같은 원리로 항암 효과를 내는 성분으로 허가를 받은 의약품들은 이미 있었습니다. 민크리스틴, 빈블라스틴, 비노렐빈이 여기에 속하고, 이와 유사한 작용을 하여 허가된 의약품 성분도 있습니다. 동영상을 올린 조 티펜스도 펜벤다졸만 섭취한 것이 아니라 비타민 E, 커큐민 등 각종 영양제를 함께 활용했습니다. 모두 암에 효과가 있는 식품들입니다.

한편, 최근 폐암 4기로 투병 중인 개그맨 김철민은 SNS를 통해 근황을 알려왔습니다. 원자력병원 방사선 치료 17차를 하러 왔는데 펜벤다졸 4주차 복용 후 통증이 반으로 줄고 혈액검사가 정상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그는 수많은 암환자와 가족들의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월간암(癌)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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