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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관문억제제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19년 11월 04일 16:00분6,067 읽음
글:
김진목 | 부산대병원 통합의학센터 교수, 파인힐병원 병원장, 대한통합암학회 학회장, 대한민국 숨은명의 50, ‘통합암치료 로드맵’ 등 다수 저술 마르퀴스후스후(세계3대 인명사전) 등재


이미 잘 알려져 있듯 암의 표준치료는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이다.
수술과 방사선치료는 국소적인 치료이다. 즉, CT나 MRI 같은 영상검사에 나타난 암을 수술로 도려내거나 방사선으로 태우는 치료이다. 반면 항암치료는 주사를 맞거나 먹어서 흡수되면 혈액을 따라 전신을 돌면서 몸 어디든 존재하는 암세포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항암제는 완치는 어렵고 부작용은 많았다. 그런데 최근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가 개발되어 부작용은 줄이고 효과는 탁월해져서 항암치료로 완치까지도 바라볼 수 있을 정도가 되고 있다.

암이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으로 유전자가 있는데 어떤 특별한 유전자에 의해서 암이 발생하기도 하고 진행하기도 한다는 것이며, 이 특별한 유전자를 차단해서 암의 발생이나 진행을 억제하는 약제를 표적항암제라고 한다. 유방암의 허셉틴, 폐암의 이레사나 타세바 등 표적항암제는 특별한 유전자에만 작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덜하고 일반 항암제보다 효과 지속시간이 길다는 장점이 있지만 역시 암을 완치시키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최근에 개발된 면역항암제, 즉 면역관문억제제는 4기 암이 완치되는 경우도 있어서 각광을 받고 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악성 흑색종의 뇌 전이로 말기 상태에 있었는데, ‘키트루다’라는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여 받고 암이 완치되었다고 뉴스에 크게 보도된 이후에 모든 암 환자들이 면역항암제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면역항암제는 효과가 있는 경우에는 완치가 될 정도로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이는 반면 효과가 없는 경우에는 전혀 듣지 않는 ‘모 아니면 도’식의 경향을 갖고 있고, 어떤 경우에 낫는지를 아직까지 정확히 예측을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면역이란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외부 침입체를 인식하고 공격하여 퇴치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잘 아는 내용이지만 만약 면역반응이 너무 과도하게 일어난다면 외부침입체가 아닌 자기 세포에 과민반응을 나타내거나 공격하는 알러지 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이 생기기 때문에 이 면역반응을 적절히 조절하는 기전도 있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는 공격하는 기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을 중지시키는 기전도 함께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면역세포 중에 T-림프구가 있다. T-림프구를 간단히 T-세포라고도 한다. T-세포가 적을 인식하는 방법은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촉지해서 글을 읽듯이 세포표면에 있는 여러 가지 단백질을 인식해서 침입체를 인식하고 공격을 하는데 세포의 표면에 세포의 특성을 나타내는 식별표시가 있기 때문이다.

T-세포가 암세포를 만나면 T-세포의 표면에 있는 TCR (tumor cell receptor, 종양세포 수용체)라는 단백질 수용체와 암세포 표면에 있는 암세포 식별표시 (이것을 MHC, 번역하면 항원제시 라고 한다) 단백질이 자물쇠에 열쇠를 넣듯이 딱 맞으면 암세포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항원인식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때 암세포를 인식하게 되는 접촉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조결합들이 있는데, 보조결합에는 T-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결합도 있고 억제시키는 결합도 있다.

앞에서 설명했듯 우리 면역기전에는 공격하는 기전도 있고 억제하는 기전도 있어서 활성화시키는 보조결합 (이것을 공동자극자라고 한다)이 연결되면 T-세포가 활성화되어서 암을 공격한다. 그런데 억제시키는 보조결합 (이것을 공동억제자 라고 한다)이 연결되면 T-세포는 활성화되지 않게 되고 암세포를 공격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틀어서 바로 ‘면역관문’이라고 한다.

암세포들은 영악해서 면역관문에서 T-세포를 억제시키는 공동억제자와 결합을 해서 면역세포가 자기를 공격하는 것을 회피하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는 공동억제자와 결합을 해서 T-세포를 억제하는 보조결합을 차단해서 T-세포가 암세포를 죽일 수 있도록 하는 작용을 한다.

면역관문억제제라는 말이 너무 어려워서 단순히 면역항암제라고 흔히 이야기하는데 면역을 증강시키는 여러 가지 면역치료제나 혈액 속의 면역세포를 추출해서 증식시킨 뒤에 다시 수혈해 주는 면역세포치료 등과 이름이 혼동되는 경향이 있다. 면역항암제, 면역치료제, 면역세포치료 등 혼동해서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정확하게 ‘면역관문억제제’라고 하면 헷갈리지 않을 것이다.

면역관문에서 작용하는 단백질로 여러 가지가 있는데 여러분들 귀에도 익숙한 PD-1이나 PD-L1이 대표적이다. PD-1은 면역관문에서 T-림프구 쪽에 붙어 있는 단백질이고 PD-L1은 암세포 쪽에 붙어 있는 단백질이다. PD-1과 PD-L1이 서로 결합하면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지 않게 된다. 면역관문억제제는 PD-1이나 PD-L1과 대신 결합을 해서 PD-1과 PD-L1이 연결되는 것을 억제하여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지 않는 것을 차단시켜 암세포를 공격하게 되는 것이다.

일반 항암제나 표적치료제는 자체의 독성효과로 암세포를 공격하지만, 면역관문억제제는 면역관문을 방해만 하고 스스로 독성작용을 하지는 않는다. 원래 T-세포가 암세포를 만나면 공격하던 정상적인 면역작용을 활성화시켜 주는 역할이기 때문에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오심이나 구토가 있는 등 다른 항암제의 부작용들은 생기지 않는다.

그렇지만 면역관문을 차단하기 때문에 면역이 과활성되어서 알러지나 자가면역질환이 발병할 수도 있고, 간, 폐, 신장 같은 중요한 장기에서 면역관문이 억제되니 염증을 일으키는 반응이 계속 반복되어서 치명적인 부작용이 드물게 생기기도 한다.

부작용은 아주 적다하더라도 아직까지 어떤 경우에 면역관문억제제의 효과가 좋을지 판단하는 기준이 아직 불확실하다. 물론 PD-1이나 PD-L1 등 면역관문 단백질이 얼마나 존재하는가를 진단해서 면역관문억제제의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데 존재량에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적용 기준에 대해 앞으로 연구가 많이 필요한 분야이다.

월간암(癌) 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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