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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사람들 보헤미안
임정예 기자 입력 2019년 10월 01일 12:46분5,712 읽음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우리나라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보기 드물게 해외 영화중에서 천만에 가까운 관객 수를 기록하였고 어릴 때 듣던 퀸의 노래가 거리를 뒤덮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생애를 담았습니다. 무대를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갖고 퀸이라는 밴드를 이끌었지만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천재 록 보컬리스트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가 부른 보헤미안 랩소디는 불후의 명곡이 되어 영화의 제목이 되었습니다. 그 영화를 보면서 보헤미안이 무엇인가 궁금해졌습니다.

보헤미안은 본래 보헤미아라는 지방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이 경쾌한 춤을 즐겼는데 떠돌아다니는 집시들이 춤과 노래를 즐기는 것을 보고 프랑스 사람들이 보헤미아 지방 출신인 줄 알고 붙인 호칭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다른 의미를 갖게 됩니다. 18세기를 지나면서 보헤미안은 단지 떠도는 무리라는 의미보다는 어떤 신념을 갖고 살게 되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특히 문학, 미술, 음악과 같은 예술 분야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을 말하였고 지금에 와서는 예술뿐만 아니라 전 분야에 걸쳐서 스스로를 보헤미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보헤미안은 문화를 뛰어넘은 하나의 생활 태도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중심은 자유분방함입니다. 당시 보헤미안의 반대되는 개념은 브루주아지(bourgeoisie)였는데 이 부류의 사람들은 현대 사회에서 자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헤미안의 예술을 들여다보면 자본가 계급을 풍자하거나 비판하는 내용이 많은데 예나 지금이나 욕을 많이 먹어야 부자가 된다는 말은 단순한 유머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과거는 개인보다 신분과 사회를 더 중시하는 시대였습니다. 신분은 정해져 있고 세습되어 일부를 제외하고 억압된 상태에서 살아갑니다.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변화가 생기고 행복과 자유를 누리고 싶은 열망이 생겨났으며 이러한 사람들의 욕구가 시대정신에 반영 되면서 보헤미안이 생겨났습니다. 이 사람들은 자신을 억압하는 사회의 모든 것을 거부하거나 조롱합니다. 남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합니다. 돈을 벌어 부자가 되거나 아니면 최소한의 먹고 사는 문제보다는 순수나 자유와 같은 정신적인 영역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시간이 흘러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변화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데이빗 소로우는 1845년부터 2년여 동안 월든 호숫가에 통나무집을 짓고 홀로 살기 시작합니다. 당시 하버드 대학을 나온 엘리트였지만 모두 뒤로 하고 숲속을 선택합니다. 그때의 생활을 담아 ‘윌든’이라는 책을 냈습니다. 하루 종일 빈둥거리고 산책하고 놀고 숲속을 지나는 사람과 잡담을 하는 등의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책 속에는 남의 손에 의지하지 않고 집을 짓고 음식 재료를 구하고 요리를 하고 농사를 짓는 등의 생활 기록이 잘 담겨 있습니다. 스스로의 자유를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떤 것에도 속박을 받지 않는 자유로운 인간의 삶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습니다. .

자유를 얻는 방법이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습니다.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을 자발적으로 내려놓고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살기로 마음먹는다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방법입니다. 생계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일만 하고 나머지는 원하는 대로 시간을 보냅니다. 우리의 눈으로는 놀고먹는 것이지만 보헤미안이 되었을 때는 니체는 글을 썼으며 소로우는 명상을 했고 프레디 머큐리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소박하게 살기로 결심한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영화 덕분에 새삼스럽게 생각해본 보헤미안은 정신적인 면에서 우리가 닮아야 될 모델입니다. 자유가 주는 편안함을 온전히 느낀다면 살면서 그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듯합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로봇이 아니라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존엄한 존재로서의 내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나와 내가 일치하는 자유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건강한 몸과 마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월간암(癌) 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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