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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로 자리 잡은 투병생활의 병폐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19년 07월 01일 15:09분5,473 읽음
유행과 트렌드는 비슷한 말이지만 몇 가지 차이점이 있습니다. 유행은 일시적인 면이 강하고 마케팅에 의해서 조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트렌드도 비슷하지만 유행 속의 유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은 소비자에 의해서 트렌드가 형성되는데 일시적인 유행보다는 지속성이 조금 더 강하고 트렌드로 자리 잡았을 때 그 영향력은 매우 큽니다. 트렌드는 문화로 형성되어 그 분야에 있는 사람들을 사로잡습니다.

유행은 어느 분야건 다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마케팅 방법을 동원해서 유행을 만들기 때문인데 만약 소비자가 그 유행을 따라하면서 진심으로 좋은 느낌을 갖게 된다면 트렌드로 자리 잡고 롱런할 수 있는 발판이 생깁니다. 유행을 만들기는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트렌드로 자리 잡기는 매우 드물고 또 행운도 따라야 됩니다. 세계를 흔드는 유수의 대기업들은 자사 제품이 소비자에게 트렌드로 자리 잡아 독점적으로 그 분야에 우뚝 서 있기 때문에 새로운 업체에서는 좀처럼 그 사이를 파고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물건이나 생각이 트렌드가 되었을 때 소비자는 그것을 즐기고 소비합니다. 그렇지만 암과 투병하는 분들의 어떤 생활 방식이나 제품 그리고 투병방법이 공유되고 유행이 되는 것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유쾌한 암환자 위로는 그만, 우리 같이 치맥 할까요”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1인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암 투병과 관련된 채널도 생겼습니다. 자신의 투병생활을 공유하면서 서로 용기를 북돋아 주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 이것을 취재하여 만든 기사의 제목은 엉뚱하게도 치맥을 해도 괜찮다는 뉘앙스를 줍니다. 물론 암 치료 중에 한 번의 치맥이 당장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하지만, 식습관을 개선하고 예전의 생활습관을 바꾸려고 하는 암환자가 기사의 내용을 제대로 읽지 않고 제목만 본다면 오해를 줄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요즘 해외로 원정 치료를 알선하는 업체가 많아졌습니다. 암 치료는 때에 따라서 특수한 장비가 필요할 때가 있고 국내에서는 받을 수 없는 치료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면역세포를 이용한 치료는 몇 가지를 제외하고 국내 시술은 허가되어 있지 않습니다. 또 중입자가속기를 이용한 치료는 국내에 장비가 도입되어 있지 않아 독일이나 일본으로 원정치료를 받으러 갑니다. 최근 원정 치료의 문제점과 잘못된 사례들이 보도되어 암 환자들에게 큰 절망감을 주었습니다.

보통 해외로 원정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단계가 있습니다. 우선 의료적으로 보았을 때 치료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서 원정치료를 소개하는 업체에는 반드시 의사가 치료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환자나 보호자는 국내에서 할 수 없는 치료에 희망을 품고 원정치료로 눈을 돌립니다. 환자의 체력상태, 심리적인 요인, 경제적인 문제, 가장 중요한 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상태인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하는데 일부 업체는 불필요한 의료행위인데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하는 말기 암환자에게 과장된 효능, 효과로 원정을 보냅니다.

객관적인 정보를 받지 못하고 큰 기대에 부풀어 해외로 나가서 치료를 받지만 업체에서 처음 설명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시술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고 치료에 대한 궁금증을 제대로 통역해주지 못하거나 숙소가 불편하거나 식사가 맞지 않아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지난해 국내 암 환자 10여 명이 독일에서 암 치료 도중 사망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하였습니다.

해외로 원정을 보내는 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합니다. 암환자를 모집하여 치료를 위하여 해외로 보내는 소개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지만 그 업체를 감시하고 감독하는 기관은 없어 보입니다. 해외에서 문제가 불거지고 언론에서 다뤄지고 나서야 원정 치료에 관심을 갖지만 정작 하루가 급한 암환자의 입장에서는 명확한 정보를 알 수 없는 실정입니다.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암환자를 이용하는 행태가 도를 넘어섰을 때 암환자는 돌이킬 수 없는 생명에 피해를 입습니다.

또 해외에서는 합법이지만 국내에서는 불법이 되는 치료법을 찾아다니지 않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의료보험 적용 여부를 신속하게 결정하여 공정한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병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치료는 공정하게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월간암(癌) 2019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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