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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계절여행]추운 겨울을 깨고 나오는 꽃, 노루귀
고정혁 기자 입력 2008년 04월 02일 21:49분883,940 읽음

김경희|꽃이, 산이 너무 좋아 야생화를 찍습니다. 남편은 다발성암으로 투병중입니다. 야생화전시회, 한산신문 야생화기고.


이른 봄 아직 추위도 덜 가실 때
낙엽 사이 고개를 빠끔히 내밀며 수줍게 핍니다.
봄에 피는 꽃들은 해를 무척 좋아합니다

저는 혹시 우리 선조들이 해바라기라 이름한 꽃이
이른 봄에 피는 모든 꽃을 아닐까 하고 가끔 석연찮은 고민도 했습니다.

해를 얼마나 좋아하느냐고요?

차가운 기운이 걷히고 푹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햇볕이 닿으면 빛의 양에 따라 다문 잎을 한잎 두잎 열고
해님께 예쁜 모습 뽐내듯 고개 세우고 지나는 바람에 바르르 떨지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살아 있는 사람과 같다는 착각을 합니다.

해님과 이야기 하듯 사랑하듯 그리 피였다가
햇볕이 사라지면 잎을 다물고 고개를 떨어뜨리지요.

꽃이 지고 나면 잎이 올라오는데
잎과 줄기에 잔털이 나고 심장 모양의 잎은 올라오는 모양이 노루의 귀와 닮아 있지요.

꽃은 흰색과 분홍색이 있습니다.
독초에 속합니다.

 

노루귀를 소개합니다

분류 : 미나리아재비 과
원산지 : 유럽
꽃말 : 인내

대부분 봄꽃이 그러하듯 노루귀도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납니다.
10Cm가 안 되는 작은 키에 하얀 솜털 소복한 꽃자루 끝에 2cm도 못 미치는 꽃잎이 얼굴을 내미는데 흰색이나 분홍색, 드물게는 보라색으로 치장을 합니다.
숲 속에서 눈을 세치고 바위틈이나 큰 나무 뿌리근처에 작은 꽃을 내밉니다.
사진만으로도 작은 노루귀가 해를 얼마나 열렬히 사모하는지 느껴지지 않으세요?


 재미로 보는 노루귀꽃의
전설

옛날, 산골에 함평 이씨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집이 무척이나 가난해, 나무를 해서 팔아 겨우 연명하였습니다.
하루는 산에서 나무를 하고 있노라니까, 커다란 노루 한마리가 달려와, 그가 해놓은 나무더미 속으로 들어가 숨었습니다.
그러자 조금 후에 포수가 헐레벌떡 뛰어와, 노루 한 마리가 도망가는 것을 보지 못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시치미를 뚝 떼고 모른다고 했지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노루는,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그의 옷자락을 물고 자꾸 끌었습니다.

이상한 일도 다 있다 싶어 그가 따라가자니까, 산중턱에 이르러 노루는 멈춰서서 한 자리를 발로 치다가는 드러눕는 시늉을 해 보이는 게 아닌가요.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던 그는 마침내 그 뜻을 짐작했습니다.

“아, 이 자리가 명당이라는 뜻이구나.”

그는 그곳에 표시를 해 두었다가 부모가 돌아가시자, 그 자리에 묘를 썼습니다.
과연 그 후로 그의 자손들이 번창했음은 물론이요, 그 가문에서 많은 공신이 나왔습니다.
사람들은 함평 이씨가 노루를 만난 이 고개를 ‘노루고개’라 불렀는데, 경기도 수원군 봉담면 분천리에 위치한답니다.


노루귀와 예쁜 시

노루귀꽃

김형영

어떻게 여기와 피어 있느냐
산을 지나 들을 지나
이 후미진 골짜기에,

바람도 흔들게엔 너무 작아
햇볕도 내리쬐기엔 너무 연약해

그냥 지나가는
후미진 골짜기에,

지친 발걸음 멈추어 서서
더는 떠돌지 말라고

내 눈에 놀란 듯 피어난 꽃아.

월간암(癌) 2007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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