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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캐슬과 관계성 회복
구효정(cancerline@daum.net) 기자 입력 2019년 04월 08일 11:44분4,530 읽음
글: 김진목 | 부산대병원 통합의학센터 교수, 파인힐병원 병원장, 대한통합암학회 학회장, 대한민국 숨은명의 50, ‘통합암치료 로드맵’ 등 다수 저술 마르퀴스후스후(세계3대 인명사전) 등재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스카이 캐슬에 차민혁 법대교수가 나옵니다. 그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철저하게 왕따를 당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차민혁 교수의 얘기에 틀린 건 전혀 없습니다.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어야 세상을 제대로 살 수 있다, 그러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친구도 네가 잘 된 다음에 존재하는 것이지 친구 때문에 공부를 안 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그렇죠? 옳은 생각이지만 가족들로부터 왕따 당하는 이유는 방법론이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건배사에 ‘껄껄껄’이란 게 있습니다. 좀 더 사랑할걸, 좀 더 즐길걸, 좀 더 베풀 걸이라는 겁니다.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사람들이 후회하는 것들이 대개 이렇습니다. 그 중에 좀 더 일할 걸 같은 후회는 없다고 합니다. 좀 더 사랑하고 베풀고 즐기고, 그런 것들을 충분히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는 겁니다.

여러분들도 한창 때는 참 열심히들 일하셨죠?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열심히 일했습니다. 여러분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일한 건 아닙니다. 가족을 위해서 그렇게 분골쇄신 일했던 겁니다. 하지만 직장이 항상 우선이었고, 가족행사나 가족과의 약속은 항상 뒷전이기 일쑤였습니다. 일도 중요하고 가정도 중요한데, 상호 역학적인 힘 조절이 부족했었죠.

그 결과 요즘 어떻습니까? 가족들이 상대해 주질 않습니다. 배우자도 자기 혼자서 이 모임 저 모임, 운동에 취미활동까지 바빠서 과로사할 지경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습니까? 가족을 위해 뼈 빠지게 일한 여러분들을 왜 이렇게 박대하는 걸까요?

스카이 캐슬에도 나오지만 엄마는 아이들이 고3 될 때까지는 정신없다가 아이가 대학 가고나면 가정에서 별로 할 일이 없어집니다. 그런데 당신은 맨날 밖에만 있으니 배우자들이 혼자 놀 거리를 찾아야 합니다. 이 모임 저 모임 다니고, 안 하던 운동도 하고, 취미활동과 동호회에도 나가고 하는 거죠.

당신이 밖에 나가 계신 동안 계속 혼자 지내 왔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퇴직하고 집에 틀어박혀 있으니 귀찮은 존재가 된 겁니다. ‘당신 없이 잘 지내왔는데 갑자기 같이 놀아 달라니 난들 어떡하란 말이냐?’ 하는 거죠. 그 결과 할 수 없이 남편 따로 아내 따로 각자 생활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바람을 피우다 들켰다거나, 너무 취향이나 성격이 안 맞아서 서로 포기하고 사는 경우도 있겠지요.

제가 즐겨 신는 구두가 하나 있습니다. 15년 전쯤에 산거니까 굉장히 오래 됐습니다. E사 제품으로 비싸지 않은 중저가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제 발에 너무 잘 맞았습니다. 발에 착 감기죠. 너무너무 편합니다. 하기야 10년을 넘게 신었으니 잘 맞을 수밖에 없겠지요.

구두가 5켤레쯤 되는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저는 항상 그 구두를 즐겨 신었습니다. 그러다 작년에 굽이 너무 많이 닳았고, 옆쪽에 입이 턱 벌어졌습니다. 하긴 10년 넘게 자주 신었으니 오죽 하겠습니까? 그래서 할 수 없이 새 구두를 몇 켤레 샀습니다. 처음엔 중저가 제품을 사 신었는데 발이 조금 불편해서 고가제품도 사는 등 3켤레를 샀는데, 이것들 모두 편하지가 않습니다. 비싸게 산 것은 확실히 가볍고 발에 착 달라붙기는 하지만 어쩐지 만족하기에는 2%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15년 된 구두를 수선집에 가서 고쳤습니다. 굽도 갈고 터진 옆도 기웠더니 다시 신는데 아무 문제없습니다. 아무리 새 거를 사도 해결 안 되던 게 조금 고쳤더니 발에 편한 구두가 다시 생겼습니다.

배우자가 꼭 그렇습니다. 밖에 나가면 멋있고 착해 보이는 사람들이 수두룩하지만, 내 짝만큼 나와 잘 맞는 사람은 구할 수 없습니다. 버리고 새로 취할 것이냐 고쳐서 계속 쓸 것이냐, 고민해 보시고 함께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노력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열 몇 시간씩 일하던 것의 10분의 1만 노력하면 됩니다. 우리가 직장의 상사나 사장님한테 잘 보이려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습니까? 그렇게 했던 노력의 10%만 투자해도 지금까지의 잘못된 관계를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배우자의 입장에서도 똑같기 때문입니다. 말썽만 부리고 취향도 달라서 애물단지이지만 새 걸로 갈아치우지 않을 거라면 현재의 배우자와 관계 개선을 하는 것이 가성비(?)가 훨씬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관계 개선을 위해서 해야 할 일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자존심을 버리는 것입니다. 유지해 오던 관계성을 갑자기 바꾼다는 것은 몹시 겸연쩍고 자존심에 금이 가는 결정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직장생활 하던 때를 생각해 보시면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겁니다.

관계 개선까지 가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정도로 관계가 막장까지 치달은 부부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부는 이혼은 하지 않지만 거의 별거 수준으로 각자의 생활을 합니다. 이런 관계라 하더라도 희망은 있습니다.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이혼을 하지 않았을 정도로 끊지 못할 모종의 끈이 이어져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젊었을 때는 따로 각자가 원하는 삶을 살며 충분히 만족스러울 수 있겠지만, 인생 그리 길지 않습니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노인이 되며 건강에 문제가 오기 시작합니다. 요즘 세태에 자식들의 병수발은 기대하지 못합니다. 그러면 요양보호사의 간병을 받으시겠습니까? 한두 달은 몰라도 몇 년간 이어질 때에는 문제가 많을 것입니다. 결국 서로를 보살펴 주고 위로해 줄 사람은 배우자밖에 없다는 결론이 됩니다. 아픈 뒤에 후회하지 말고, 바로 지금 관계성을 회복하시길 권유합니다.

월간암(癌) 2019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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