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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의 모양을 보면 건강상태를 알 수 있다
구효정(cancerline@daum.net) 기자 입력 2019년 03월 04일 10:41분39,067 읽음
김진목 | 부산대병원 통합의학센터 교수, 파인힐병원 병원장, 대한통합암학회 학회장, 대한민국 숨은명의 50, ‘통합암치료 로드맵’ 등 다수 저술 마르퀴스후스후(세계3대 인명사전) 등재

“대변 보십니까?”라고 하면 ‘세상에 대변을 보지 않는 사람이 어딨냐?’라며 반문할 지도 모르겠지만, 똥을 누는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창조물을 살펴보는지 아닌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환우들에게 물어보면 자신의 몸이 만든 파생물에 대한 호기심을 억누르는 사람들이 꽤 많다. 특히 젊은 여자들 중에 대변을 본 후 변기 속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물을 내리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또 어떤 환우들은 의사가 별걸 다물어본다는 식으로 황당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도 있으며, 심지어는 회진시간에 여러 사람들 앞에서 그걸 물어본다며 화를 내는 사람까지 있다.

그런데, 건강관리를 위한 여러 가지 습관들 중 대변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습관 중 하나이다. 건강을 위한 습관들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한 가지를 말해 달라고 여러 의사들에게 질문해 보면 소식, 운동, 채식 등 다양한 답들이 나오는데, 그 중 ‘대변보기’라고 대답하는 의사들도 상당히 많다. 그만큼 대변은 우리에게 많은 정보를 주고 있다는 말이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보면 배우 이병헌이 궁중에서 대변을 보는 장면이 나온다. 매화틀이라 불리는 휴대용 변기에 앉아서 대변을 봐야 하는데 궁녀들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 옆에서 지켜보고 있어서 황당해 하다가 도저히 더 이상 참지 못 하고 대변을 보는데, 보고나니 궁녀들이 일제히 ‘감축드리옵니다~!’라고 축하드린 뒤 어떤 상궁이 베로 만든 닦을 것을 갖고 조심스레 다가오는 걸 보고 ‘물러가라!’라고 고함치지만 계속 다가와서 화를 내자 ‘죽여주시옵소서’ 하고, ‘내가 왜 널 죽인단 말이냐?’ 라며 코미디 같은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을 재밌게 보았던 기억이다.

그만큼 왕이 대변보는 것이 은밀한 일이 아니라 궁중에서는 매우 중요한 행사(?)로 간주되었던 것이고, 왕이 대변을 보고나면 지밀나인이 그걸 들고 내의원으로 가면 내의원들이 왕의 똥을 살피고 냄새를 맡고, 맛도 보고 하면서 관찰하여 왕의 건강상태를 분석하는 장면이었는데, 이처럼 대변의 상태는 건강을 직접적으로 반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사로부터 대변 굵기가 어떤지, 색은 어떠한지, 얼마나 자주 하는지, 딱딱한지 부드러운지 등을 질문 받았을 때 놀랄 이유가 없다. 건강에 대한 많은 해답이 ‘똥’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똥은 여러 가지 물질로 구성된다. 채소나 과일 껍질 등 소화되지 않은 섬유질들이 그대로 대변 속에 섞여 있는 것을 발견하며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이 소화되고 남은 노폐물쯤으로만 생각하겠지만, 사실 대변 속에는 수분, 장내에 공생하고 있는 수많은 세균들, 콜레스테롤, 무기물질, 장 점막에서 탈락된 죽은 세포, 점액, 지방 등 많은 성분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 성분들에 따라 색깔, 굵기, 딱딱한 정도와 냄새 등이 결정된다.
그리고 장에서 수분이 흡수되는 정도에 따라서 설사가 되기도 하고 변비가 되기도 하며, 병적으로 출혈이나 고름, 기생충이나 충란 등이 첨가되기도 한다.

건강한 대변 색깔은 황금색이며, 형태는 길고 두께가 있어 바나나 모양을 띄고 있으며, 적당한 수분을 가진 상태로 물에 뜨는 것이 좋다.
색깔이 연하거나 더 진한 것도 비정상이며, 길이가 짧든지 굵기가 가는 것도 이상이 있는 것이며, 물에 가라앉는 것도 수분이 많아서 그런 것이니 장에서 수분흡수력에 이상이 있다는 것이다.

흰색과 가까운 상태가 보일 경우에는 간의 병을 의심해볼 수 있고, 지방간이나 간염, 심할 경우에는 췌장암까지 나타날 수 있어 검진을 받아야 한다. 갈색의 대변색은 담즙의 빌리루빈 성분이 대장에서 스테르코빌린으로 바뀌었기 때문인데, 담즙의 배출이 잘 되지 않으면 변의 색깔이 옅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검은 색이라면 식도나 위 등 상부소화기관에 출혈이 일어났을 수 있고, 짜장면 색깔이며 윤기가 약간 있고, 냄새가 고약하다. 붉은 색깔을 보인다면 대장이나 치질 등 항문과 가까운 장기의 출혈을 의심할 수 있다.
초록색 변은 녹색 채소를 많이 먹는 경우가 아니라면 식중독이나 설사로 인해 대장 통과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바나나 모양의 똥이 뒷 느낌도 상쾌하며, 물에 떨어지면 가볍게 떠오른다. 정신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식사 균형도 좋은 상태이다. 이 경우 똥의 색깔은 황토색, 또는 황토색을 띤 노란색이다. 바나나 형태의 똥은 아주 건강한 상태로 장 활동도 활발하고 영양도 잘 흡수된다. 냄새는 나지만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이고,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좋다.

똥이 빼빼 마른 형태는 힘이 없고 가느다란 똥으로, ‘노인성 세변’이라고도 한다. 다이어트 등으로 식사량이 부족하거나 근육이 약해진 젊은 여성에게 많이 보인다. 이때 색깔은 검은빛이 도는 갈색이나 검은색이며, 냄새는 나지만 오래 가지 않는다. 음식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으니 장 활동이 느슨하고 내보내는 힘도 모자라 똥이 마르고 비실거리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경우는 똥을 단단하게 해줄 수 있는 음식을 먹어주어야 한다. 뱃속에서 양이 불어나는 해조류나 말린 버섯, 곤약, 우엉 등을 섭취하면 좋다. 또 요구르트나 김치 등 발효식품을 많이 섭취해서 장 활동을 활발하게 해주고, 윗몸 일으키기로 복근을 길러주고 걷는 자세를 바르게 해서 자연스레 배변력이 좋아지게 된다.

물렁물렁 형태는 진흙 같은 상태의 똥으로 설사 일보 직전인 상태이다. 수분이 충분히 흡수되지 않아서 이렇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태가 길어지면 장이 나빠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과민성 장 증후군’일 가능성도 있다. 이 때 색깔은 검은색이 도는 갈색에서 검은색을 띠게 되고, 냄새가 심하게 난다.

물렁물렁 형태의 똥은 대장이 수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식이섬유가 많은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또한 설사로 발전하지 않도록 마음 편하게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이런 상태가 계속 이어지면 식중독이거나 기생충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물똥 형태는 마치 물 같은 상태라 똥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상태이다. 갑작스런 변의와 함께 나타나고, 장에서 수분을 거의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스트레스와 폭식, 폭음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이때는 색깔이 여러 가지로 나타날 수 있으며 갈색 이외의 색깔이 나타난다면 병원에 가봐야 한다. 이 경우 냄새도 엄청나게 심하다.

물똥 형태의 경우는 상당히 건강이 나빠진 상태이므로 빠른 복구가 필요하다. 몸이 차가워져 있으니 우선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하며, 설사가 계속되는 동안은 대장 점막이 약해져 있으니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소화와 흡수가 잘 되는 것을 먹도록 한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고지방, 고단백질은 피하고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한다. 그래도 이런 상태가 계속 된다면 병원에 가봐야 한다.

뒤섞인 형태는 돌덩이 같은 똥과 물똥이 교대로 나타나거나 동시에 나타난다. ‘과민성 장 증후군’의 하나일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가 원인이며 장의 리듬이 깨져서 이런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 경우는 특징적인 색깔은 없으며 냄새도 경우에 따라 심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불규칙적인 생활로 인해 전체적으로 건강 상태가 나빠져 장의 상태가 불안정해 있다.

상태 개선을 위해서는 하루 중 잠깐이라도 휴식을 취할 시간을 만들어 주고, 따뜻한 목욕물로 몸을 풀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안정적인 장내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규칙적이고 조화로운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아침식사는 꼭 챙겨먹도록 한다.

토끼똥 형태는 일명 ‘토끼똥’이라고 불리는 단단하고 작은 똥을 말하는데, 똥이 몸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수분을 너무 많이 뺏겨서 이런 단단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 경우 변비가 되거나 가스가 차게 된다. 색은 갈색이나 검은색이 도는 적갈색을 띠고, 냄새가 엄청나게 심하다. 화장실에 가는 것을 자꾸 참게 되면 똥이 점점 단단해진다. 똥이 몸 안에서 움직이지 않게 되면 소장이 불필요한 물질까지 흡수해 몸에 해를 끼치게 된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치질이 될 수 있다.

이 상태를 고치기 위해서는 절대 화장실 가는 것을 참으면 안 된다. 의식적으로 화장실에 가서 앉아있어야 한다.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하고, 과자나 디저트류는 피해야 한다. 익힌 채소와 해조류를 듬뿍 먹도록 한다. 공기가 건조하거나 여행으로 환경이 바뀌었을 때도 똥이 딱딱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에는 보리차나 물 등을 의식적으로 자주 마셔야 한다. 당분이 없는 물을 마시는 것이 더 좋다.

프리미엄 형태는 가장 건강한 황금변으로, 바나나 타입의 똥이 끊어짐 없이 길게 마지막까지 나온다. 식생활과 정신 상태 모두 매우 좋은 상태이며, 색깔은 황금색에 냄새도 풍부하다. 장 활동이 활발하고 장내 환경도 안정되어 똥의 양도 많고 영양흡수도 잘 된다.

필자가 환우들에게 권유하는 가장 적극적인 대변관찰법은 매일 자신이 본 대변의 색깔, 형태, 냄새 등과 12시간 전에 먹었던 음식을 기록해 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괜히 지저분한 일을 하는 것 같아 꺼림칙하게 생각하던 사람들도 점차 자신이 먹었던 음식이나 컨디션과 대변상태가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을 알고는 ‘대변보기’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특히 육식을 좋아하다가 채식을 한 경우에는 엄청난 양의 대변량과 황금색 변을 실감하게 되며, 외식이나 과음을 한 경우 대변의 상태가 나빠지는 것을 관찰하고는 건강식을 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간다.

이제부터는 대변이나 소변을 그저 단순한 배설물로만 간주하지 말고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바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대변 보십니까?”라고 물으면 “예, 잘 보고(watch) 있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길 바란다.

월간암(癌) 2019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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