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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 - 온몸을 이완하는 방법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19년 02월 27일 19:03분14,100 읽음
이완은 힘을 풀고 편안한 상태이고 잔뜩 힘이 들어가 있는 반응은 긴장상태입니다. 우리는 생활하면서 긴장과 이완을 반복합니다. 이 둘이 서로 균형을 이루면 건강한 상태가 유지되지만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태가 지속되면 몸의 건강도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긴장이 지속되면 몸은 수축되고 마음은 흥분됩니다. 이완 상태에서 몸은 축 늘어지고 졸음이 쏟아지기도 하며 마음은 가라앉게 됩니다. 간혹 긴장과 이완을 비교하여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고 하지만 모두 우리에게 필요한 몸과 마음의 상태입니다. 축구 선수가 시합을 앞두고 너무 이완되어 있다면 제대로 된 경기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었을 때 긴장 상태가 지속된다면 숙면을 취하기 어렵습니다.

과도한 긴장은 일을 그르치게 합니다. 평소에 문제를 풀 때는 자신 있는 과목도 시험을 보면 평소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시험을 망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는 문제인데도 공부한 내용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시험이라고 생각될 때 꼭 이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렇게 과도한 긴장이 지속된다면 우리 몸은 버티기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중요한 시험 전날은 푹 쉬면서 공부하지 말고 무엇보다 긴장하지 말라는 조언을 하셨나봅니다.

하지만 정작 어떻게 해야 긴장을 풀고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긴장을 풀고 싶다, 평온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심신의 상태를 바꿔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는 긴박한 상황에 몰리면 본능적으로 침착해지려고 노력합니다. 문제는 주변의 여건이나 사람들 때문에 긴장 상태라 이어진다면 삶의 현장은 가시밭길을 걷는 것처럼 불편할 수 있습니다. 복잡하고 정신적 고통 속에 지내는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면서 스트레스를 밖으로 표출하게 되고, 몰상식하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일삼는다면 무언가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때의 해결방법은 둘 중의 하나입니다. 나를 변화시키거나 나의 밖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내가 밖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위치나 힘을 갖고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내 안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익혀두면 도움이 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호흡법과 이완요법은 거칠어진 숨결을 부드럽게 만들어 줍니다.

호흡은 저절로 이루어지지만 호흡법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흔히 명상이라고 하지만 그리 거창하지도 않습니다. 하루하루 꾸준히 진행될 때 어느 순간 그 진면목이 나타납니다.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일 필요도 없습니다. 하루에 최소한 5분 정도만 투자해도 되고 익숙해지면 한 시간 정도도 길지 않게 느껴집니다.

방법은 눈을 감고 나의 숨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신경은 코끝에 머물러서 바람이 코를 통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느낍니다. 숨을 길게 들이 마시면 ‘나는 숨을 길게 들이마신다’ 이렇게 알아차립니다. 어떤 소리가 들리면 ‘내가 지금 소리를 듣고 있다’ 이렇게 있는 그대로를 알아차립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면 ‘배가 고프구나’ 이렇게 나의 상태를 알아차리면 됩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은 자동으로 이완이 됩니다. 그리고 코끝에 있던 신경을 내가 원하는 몸의 한 곳으로 옮겨봅니다. 두통이 있다면 뇌를 생각하면서 생각을 그곳으로 집중시킵니다. 뇌에도 여러 부위가 있습니다. 대뇌, 소뇌, 전두엽 등. 그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작은 부위까지 나의 신경을 보냅니다. 두통이 가시지 않는다면 통증에도 신경을 집중하면서 통증이 주는 느낌과 통증을 바라봅니다. 또 눈이 침침하거나 뻑뻑하게 느껴진다면 눈으로 생각을 가져다 놓습니다. 그렇게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순서대로 생각과 느낌을 집중합니다. 그러면 내가 집중하고 있는 그 부위는 더욱 이완됩니다. 그리고 내가 집중함으로써 생기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알아차리려고 노력합니다.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는 하루 중에서 가장 이완된 순간은 잠들어 있을 때입니다. 그러나 수면 상태에서의 이완과 호흡법에서 얻는 이완은 다른 면이 있습니다. 편안하고 즐거우며 무의식적인 것들이 떠오른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결정적으로 잠에서 비롯되는 이완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매순간 몸에서는 무언가 만들어지고 사라집니다. 꾸준히 호흡법을 연습하다보면 몸에서 무엇이 생기고 무엇이 사라지고 있는지 알아채게 됩니다. 수많은 세포들이 생기고 사라지는 일, 내가 먹은 음식이 주는 에너지, 숨이 들어갔을 때의 활력과 나올 때의 시원함 등 수 만 가지의 일들이 매 순간 벌어집니다. 그리고 그러한 일들을 알아차렸을 때 몸은 편안해지고 이완됩니다. 약처럼 통증에 대해서 즉각적인 반응은 보일 수 없지만 건강과 활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직장 상사나 주변 동료와의 갈등 때문에 느꼈던 자괴감의 무게가 훨씬 가벼워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호흡 연습을 위해서 하루에 한 번씩 조용한 곳에서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앉습니다. 일정한 장소이면 좋겠지만 어디든 상관없습니다. 화장실에서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척추를 곧게 펴고 중심은 아랫배에 둡니다. 눈을 감고 들숨과 날숨이 몇 번 오가고 나면 고요와 함께 이완이 찾아옵니다. 다만 집착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입니다. 그리고 온몸 구석구석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 봅니다.

이완의 목적은 분명합니다. 쉼을 통해서 더 큰 힘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단순히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힘을 말합니다. 불안과 두려움에 정면으로 맞서서 그것의 본질을 파악한다면 더는 위협이 되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두려움 없이 확신에 차서 세상을 사는 것처럼 행복한 일도 없을 것입니다. 호흡법을 통한 이완요법은 그 길의 안내자로 자격이 충분합니다.

월간암(癌) 2019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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