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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도 - 호흡과 명상, 요가 그리고 무예가 하나가 되다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19년 01월 29일 14:43분10,152 읽음

불교는 하나의 종교이기 이전에 스스로 수행하여 깨달음을 이루는 과정을 알려주는 안내서라고 할 수 있으며, 불경은 그러한 과정을 이룰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참고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불교 수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숨을 쉬는 호흡법이며 이에 대한 안내는 불교경전인 안반수의경(安般守意經)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안반수의경에는 아나빠나사띠(Anapanasati)수행법에 대해 기록되어 있고 여기서의 ‘아나빠나’는 우리말로 들숨과 날숨을 의미한다. 이 경에는 호흡에 정신을 집중하는 방법을 터득하여 몸과 마음의 안정을 가져 오고 나아가 깨달음에 경지에 이를 수 있는 수행 방법이 설명되어 있으며 수 천년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심신수행법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바로 이 안반수의경의 호흡법을 수련의 기초로 하는 선무도는 부산 범어사 청련암의 양익대종사님께서 창안하셨고 원래는 “불교금강영관”이라는 이름으로 오래전부터 전래되어 왔다. 현재 경주 골굴사를 중심으로 선무도 수행이 전파되고 있다.

선무도의 총본산인 골굴사는 한반도에 불교가 전파되던 시기였던 4세기경 인도에서 온 광유성인에 의해 창건되었으며 지금까지 선무도 수행의 근거지로 전해내려 오고 있다. 그리고 선무도는 신라 화랑도 정신의 바탕이 되어 승군과 함께 호국불교의 원동력이 되었다.

예전부터 불경은 한자나 팔리어, 산스크리트어 등으로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에 언어 자체가 우리와 동떨어져 있으며 그 속에 있는 개념도 신비스럽고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가득했지만 다행히도 오랜 기간을 거치면서 많은 내용이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적인 내용으로 재탄생 되고 있다.

한편 불교의 수행법인 선무도 수행은 지관(止觀)수행법으로서 전통적으로 지-사마타 수행과 관-위빠사나 수행 이렇게 두 가지의 수련을 함께 한다. 보조국사 지눌도 ‘정혜쌍수(定慧雙修)’라는 개념을 알리면서 지관수행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정혜쌍수’란 흐트러진 마음을 집중시켜 정신의 통일을 이루는 지(止)수행(지 수행을 통해 선정을 얻음), 그리고 사물의 본질을 바르게 알아차리고 정확히 깨닫게 되는 관(觀)수행(관 수행을 통해 지혜를 얻음)을 함께 닦음으로써 궁극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음을 말한다.

현대에 와서 요가를 종교적 수행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선무도 또한 이와 마찬가지로 종교적이기 보다는 대중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한 수련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선무도의 가장 큰 특징은 안반수의경을 기반으로 호흡법과 선명상, 선요가, 선체조, 선기공수련 등을 통해 우리의 몸과 의식의 깊은 곳을 자극한다는 점이다. 특히 호흡을 통해서 심신의 안정이 되고 요가와 체조 등을 연상케 하는 몸동작은 몸의 유연성을 길러 주며 여기에 전통 무예가 접목이 되어 부드러움 속의 강인함이 생긴다. 그래서 수련기간이 오래 된 유단자분들을 보면 유연함과 강인함 그리고 내면의 내공이 주변에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선무도는 골굴사를 중심으로 전국에 수련관이 있고 특히 서울에는 강남과 종로 그리고 서대문 이렇게 총 3곳에서 수련을 지도하고 있다.

그 중에서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있는 비로자나 국제선원에 위치한 서대문 센터에 승급심사일에 맞추어 방문을 하였다.

승급은 자체적으로 3개월에 한 번씩 진행되며 승단심사는 골굴사 총본원에서 한다고 한다. 문을 열고 도장에 들어서니 승급대상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몸을 풀기 위해 유연성 운동을 하고 있었다. 간단한 몸풀기에도 호흡에 대한 구령을 맞추는 구령자가 있었으며 그 분의 구령에 맞추어 숨을 들이 마시고 내쉬기에 정신을 집중하면서 온몸을 스트레칭 하고 있었다. 대부분은 서울 근교에 사는 일반인들이 승급 대상자들이였고 몇몇의 비구니 스님들이 함께 승급을 준비하고 있었다.


서대문 센터에서는 아이부터 학생, 청년, 중장년 그리고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그동안 익혀온 실력으로 승급심사를 보고 있었다. 일반 체육관과는 사뭇 다른 가족적인 분위기가 인상 깊었다. 응원을 위해서 자식들과 같이 온 부부, 아내의 승급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려고 방문한 남편, 그리고 남편과 아내, 세 자녀 합쳐서 무려 5명이 동시에 심사를 보는 가족 등등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선무도를 수행하고 있었다.

특히 서대문 센터 신수인 법사는 대가족을 이끄는 다정한 아버지처럼 심사를 진행하고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자우스님은 어머니처럼 참석자들을 하나하나 돌보며 기운을 북돋아 주고 있었다. 승급심사가 아니라 마치 대가족이 모여서 하나의 공연을 준비한 듯한 인상이 강했다.


처음으로 승급 시험을 보는 초보자부터 2단 이상의 유단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같이 호흡을 맞추는 모습은 선무도의 아름답고 심오한 모습을 보는 듯하였다.

서대문 센터에서 수행을 지도하고 있는 신수인 법사님은 1998년 선무도에 입문하셨다고 한다. 20년 동안의 수행은 스스로 삶의 방향을 찾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심신의 안정과 그분들이 건강하고 발전하는 삶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에 큰 보람을 느낀다는 소감과 함께 “특히 암과 투병하는 분들은 육체와 정신의 어려움이 함께 공존하는데 선무도 수행은 몸과 마음의 조화를 도모하는 수행이므로 매우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며 호흡수련과 다양한 행공을 꾸준히 수련하다보면 면역력이 올라가고 자율신경이 안정되며 근력이 강화 되어 체력이 향상되고 몸의 균형을 자연스럽게 맞추게 됩니다. 또한 요가와 명상 그리고 집중과 알아차림을 통한 지관수행은 심신의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게 하여 건강을 유지시켜 줍니다.”라고 암과 투병하는 분들을 위해 선무도의 효과와 응원을 함께 전하셨다.

우리가 일상에서 늘 불안하고 정서적으로 안정감이 깨지는 이유는 지금 여기에 머물지 못하고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걱정으로 불안감에 마음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선무도는 언제나 지금 여기에 있는 그대로 목전의 주제에 집중하라는 수행이다.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 마음속에서 나에게 불필요한 영향을 주는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으므로 마음은 평온해진다. 따라서 선무도 수행을 통해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나 불쾌함이 사라지며 몸과 마음의 청명함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렇게 선무도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동시에 찾을 수 있는 수련법으로 보이며 일반적인 운동법들과는 다르게 암과 투병하는 분들에게 여러 가지 장점을 주는 효과적인 운동이 될 수 있겠다. 호흡과 명상을 통한 마음의 평온, 몸의 유연성과 근력의 강화 그리고 무술을 하면서 생기는 강인성까지 어느 것 하나 암과 투병하는 분들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호흡 명상은 암진단과 치료과정에서 생기는 정신적 문제를 바로 잡고 삶에 의지를 되살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유연성과 근력은 병원의 항암 치료 시에 반드시 필요한 체력적 조건이다. 그리고 같이 수련하는 분들이 주는 활력 넘치는 기와 에너지는 덤으로 챙길 수 있다.

걸을 수 있는 힘만 있다면 언제든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수련법을 찾아서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월간암(癌) 2019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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