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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편지 -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

이 기사는 고동탄 기자가2019년01월03일 09시51분에 최종 입력하였습니다. 총 686명이 방문하여 읽었습니다.

밤이 되어도 미세먼지와 빛 공해로 별을 보기 힘들지만 공기 맑은 날, 도심 외곽 시골 마을에서 한가하게 어둠을 기다려 하늘을 바라보면 쏟아질 듯 무수히 많은 별들이 있습니다. 별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 선조들은 은하수라고 물에 빗대어 지었습니다. 검은 하늘을 배경으로 별들이 물에 떠다니듯이 흐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별과 우주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경관에 저절로 감탄사가 나옵니다. 가끔 유성우가 떨어지면 마음속으로 작은 소원을 하나씩 빌면서 깊어가는 밤의 풍경에 빠져듭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을 수 없는 온전한 자연의 아름다움입니다. 윤동주 시인은 그 별을 모두 헤면서 별마다 이름과 의미를 붙여주었나 봅니다.

우리가 밤하늘을 보면 별이 보이듯 별도 우리를 보고 있을 것입니다. 인류가 우주로 나가기 전까지 지구의 모습은 상상 속에만 있었습니다. 누구도 지구를 이토록 푸르고 아름다운 둥근 별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1961년 로켓에 사람을 싣고 우주로 나갔습니다. 깊은 어둠 속, 중력이 없고 외롭고 무한한 공간에서 바라본 지구는 신비로운 푸른 구슬 모양이었고 좀 더 시간이 흘러 인간이 달에 착륙했을 때 전 세계로 중계 되면서 모든 사람들이 우주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그 순간 우주는 상상 속 공간에서 현실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우주에 지구와 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많은 것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는 몇몇의 행성뿐만 아니라 상상할 수 없는 무한한 공간에 상상할 수 없는 별들이 있습니다. 달과 태양을 제외한 우주의 별들은 하나의 점으로 표현됩니다. 별은 까만 하늘에 무수한 점들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우주에서 점으로도 표현되지 못할 정도로 작습니다. 우리는 인간이고 만물의 영장으로 스스로를 위대하다 칭하지만 푸르고 둥근 점 위에 너무나도 작은 존재일 뿐입니다.

과학의 위대한 발전은 점에 지나지 않던 우리의 영역을 광대한 우주까지 무한하게 넓혔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1년 전인 1977년 미국의 무인 우주선 보이저(voyager) 1호와 2호가 발사되었는데 지금까지도 교신을 하면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41년 동안의 길고 긴 우주여행은 태양계를 벗어나려고 하는 지점까지 닿았습니다. 지금 빛의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우주선이 있다고 했을 때 보이저 호까지 날아가기 위해서는 대략 18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인간이 만든 물건 중에서 가장 멀리 날아가고 있으며 그 여행의 끝은 어디가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말 그대로 미지의 세계를 지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조금은 더 큰 점이 된 기분입니다. 그러나 41년 동안 보이저 호가 만난 별은 몇 개 되지 않습니다. 보이저 1호와 지구의 거리는 213억Km가 넘는데 아직도 태양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어릴 때 배웠던 ‘수금지화목토천해명’ 이라는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과 그 위성들을 지났을 뿐입니다. 하늘에 별이 저렇게나 많은데 그 긴 세월 동안 우리 인류가 만든 위대한 여행자는 겨우 몇몇의 별을 지났을 뿐입니다. 이 우주는 얼마나 크고도 넓은 것일까요.

보이저1호가 무사히 우주를 여행할 수 있다면 다음에 만나는 별은 약 4만 년 정도가 흘러야 한다고 과학자들은 전합니다. 이제 몇 년 후면 보이저 호에 남아 있는 플루토늄 전지가 수명을 다해서 지구로는 신호를 보낼 수 없습니다. 다음 목적지의 별에 대한 이야기는 상상으로만 떠올려야 되겠습니다. 더구나 우리의 수명이 아무리 길어도 100년을 넘기기 힘든데 4만 년이라는 시간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보이저 호가 보내온 수많은 자료 중에서 1990년 지구를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명왕성 근처를 지날 즈음이고 지구와 60억K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 찍은 사진입니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은 이 사진을 표지로 하여 ‘창백한 푸른 점’ 이라는 보이저호 관련 저서를 만들며 우리에게 커다란 메시지를 전합니다.

“저 점을 다시 보세요. 저것이 바로 이곳입니다. 저것이 우리의 고향입니다. 저것이 우리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들어보았을 모든 사람들, 존재했던 모든 인류가 저곳에서 삶을 영위했습니다. 우리의 모든 즐거움과 고통이, 우리가 확신하는 모든 종교, 이념, 경제 체제가,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가, 모든 영웅과 겁쟁이가, 모든 문명의 창시자와 파괴자가, 모든 왕과 농부가, 사랑에 빠진 모든 젊은 연인들이, 모든 어머니와 아버지가, 희망에 찬 모든 아이가, 모든 발명가와 탐험가가, 모든 도덕 선생님들이, 모든 부패한 정치가가, 모든 인기 연예인들이, 모든 위대한 지도자들이,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저곳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입니다.

그 모든 장군과 황제들이 아주 잠시 동안 저 점의 일부분을 지배하려 한 탓에 흘렀던 수많은 피의 강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저 점의 한 영역의 주민들이 거의 분간할 수도 없는 다른 영역의 주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잔학 행위를 저지르는지, 그들이 얼마나 자주 불화를 일으키고, 얼마나 간절히 서로를 죽이고 싶어 하며, 얼마나 열렬히 서로를 증오하는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의 만용, 우리의 자만심, 우리가 우주 속의 특별한 존재라는 착각에 대해, 저 희미하게 빛나는 점은 이의를 제기합니다. 우리 행성은 사방을 뒤덮은 어두운 우주 속의 외로운 하나의 알갱이입니다. 이 거대함 속에 묻힌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부터 구해줄 이들이 다른 곳에서 찾아올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직까지 알려진 바로 지구는 생명을 품은 유일한 행성입니다.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 우리 종이 이주할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다른 세계를 방문할 순 있지만, 정착은 아직 불가능합니다. 좋든 싫든, 현재로선 우리가 머물 곳은 지구뿐입니다.

멀리서 찍힌 이 이미지만큼 인간의 자만이 어리석다는 걸 잘 보여 주는 건 없을 겁니다. 저 사진은 우리가 서로 친절하게 대하고, 우리가 아는 유일한 보금자리인 창백한 푸른 점을 소중히 보존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1996년 타계한 칼 세이건은 지금의 우리를 겸손의 길로 이끕니다. 처음부터 이런 사실을 알고 삶을 시작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암과 투병하는 많은 분들이 언제나 하는 말이 그런 것입니다.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암에 걸리고서야 알게 되었다고 말입니다.

우리는 대개 늦게 깨닫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일수록 늦게 와 닿습니다. 그렇지만 작은 알갱이니까 조금 늦어도 크게 상관없어 보입니다. 지금 이 순간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됩니다. 우주의 입장에서 1년은 극히 찰나의 순간일지 몰라도 우리에게 1년은 인생에서 1%가 넘는 시간입니다. 하루하루 소중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