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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에세이변해가는 세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때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18년 12월 03일 12:17분4,805 읽음
- 중견기업 회장이 직원을 구타하는 장면이 뉴스에 보도되고 결국 경찰에 구속되었습니다. 뉴스에 나오는 장면은 야만스러운 폭력으로 상대편에게 모욕과 고통을 주었고 무릎까지 꿇은 직원은 사과를 하면서 연신 잘못을 빌고 있었습니다. 폭력으로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던 시대는 정말로 예전에 끝이 났습니다. 조폭들에게나 어울릴 법한 그런 행동을 한다면 미개한 의식 수준을 갖고 있다고 단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폭력은 어떤 식으로도 용납될 수 없습니다. 최근 갑질에 대한 뉴스가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는데 높은 자리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제가 어린 시절을 보내고 군대를 전역할 때까지 폭력은 생활의 일부로 누구나 야만적인 폭행에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강렬하게 기억하는 첫 폭행은 초등학교 2학년이었을 때 담임으로부터입니다. 가혹한 폭행의 흔적으로 다섯 손가락이 선명하게 양쪽 뺨에 새겨졌고 그 모습을 본 부모님은 속상하셨겠지만 당시 선생님의 체벌에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체념으로 항의 한 번 하지 못하고 넘어갔습니다. 공책에 글자를 빽빽하게 쓰지 않고 몇 줄이 남아 있는 채로 페이지를 넘겨 사용했다는 것이 체벌의 이유였습니다. 군대에서 병장이 되기까지 그때와 다르지 않은 이해되지 않는 사소한 이유로 폭력은 크고 작게 일상적으로 일어났습니다. 군대에서는 하루도 맞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을 정도였습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폭력의 부당함은 모든 사람들이 의식 속에서 뚜렷하게 인식하게 되었으며 약자를 괴롭히는 폭력은 줄어들었고 관련된 법들이 생겨났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2학년, 아홉 살의 나이에 선생님에게 받은 폭력을 요즘 아이들이 똑같이 겪는다면 그 선생님은 경찰에 구속될 뿐더러 뉴스 한 장면을 장식할 것입니다. 4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세상은 이렇게 변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 선생님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어린 나이에 폭행을 당하던 그 순간의 부당함과 폭력에서 비롯된 놀랍고, 황망한 마음은 잊히지 않고 상처로 간직될 것입니다.
그러나 40년 전부터 같은 일을 해온 사람들은 아직도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이 젊었을 때부터 해왔던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합니다. 그 일들이 위법적이지 않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폭력행위와 같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는 일이라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습니다.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며 그에 맞게 적응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그에 대한 법을 더욱 철저하게 지켜야한다는 새삼스러운 사실을 확인시켜 줍니다. 물이 흐르는 것처럼 우리 사회도 끊임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에 맞게 문화가 만들어지며 잘못된 법은 고쳐지고 새로운 법이 생겨납니다. 과거에 머물러 있는 사고방식을 고집하며 도덕성 낮은 사람이 높은 자리에 있으면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 우리는 절감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회의 여러 면에서 어느 분야는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또 어떤 분야는 매우 느리게 변화하지만 어느 한순간도 변하지 않고 머물러 있지는 않습니다. 의학 분야는 과학의 발전 속도에 발맞춰 하드웨어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계 상의 시스템만큼 사람의 인식이나 시스템은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의사가 아닌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영업사원이 수술실에 들어와 의사 대신 수술을 하여 사람들을 경악케 한 일이 있었습니다. 현대의학의 발전이 그런 식의 수술실에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의학계도 시대의 변화에 부응해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수술실의 은밀한 문제가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 갔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은밀하고 사소한 실수도 진실하지 못하다면 여론의 뭇매를 맞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환자의 투병방식도 시대가 변하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병원에만 의지하던 방식이 스스로 치유하고 관리해야 된다는 트렌드가 서서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암이라는 병은 예전과 같으면 병을 진단한다고 말하지 않고 선고한다는 비약적 표현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런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암을 진단 받고 생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치료율도 높아졌다는 뜻입니다. 치료율은 병원의 시스템적인 발전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외에도 많은 복합적인 문제들이 있습니다.
암과 관련된 의학의 발전은 수술 장비나 기술이 발전했다는 것이며, 새로운 항암제가 개발되어 적용되었으며 더 정밀하게 방사선을 타격할 수 있는 기계들이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치료법도 많아지고 치료 방향도 수술이나 약물과 함께 심리치료, 식단, 운동법 등 다양한 부분에서 통합적인 치료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투병하는 환자들도 자신의 병에 대해 적극적입니다. 어느 암전문의는 3년 넘게 투병한 암환자들이 자신들보다 더 박사라는 말을 우스갯소리처럼 합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것은 변해버린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고 그에 따른 처신을 하라는 것입니다. 또 한해가 저물고 새로운 한해가 오는 변화의 시기입니다. 변화가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해야 될 제일 중요한 일이 아닐까요. 그리고 스스로 암과 투병하는 지금 자신이 초보라는 생각이 든다면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것도 좋은 새해의 목표가 될 것입니다.
월간암(癌) 201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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