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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 - 고통을 직관할 수 있는 방법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18년 11월 26일 01:41분14,852 읽음
암의 병기가 깊어갈수록 원하지 않는 통증으로 일상이 힘들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통증의 주기가 한 달에 몇 번 있을 때도 있지만 종일 이어질 때도 있어서 잠을 못 이루고 밤을 지새울 때도 있습니다. 다행히 요즘은 진통제가 발달하여 매우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증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모르핀과 같은 마약이 섞여 있는 진통제는 통증의 강도에 따라서 경구용부터 몸에 붙이는 패치까지 단계별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암성 통증은 인간이 느끼는 고통 순위에서 6위에 올라있습니다. 하지만 암성 통증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강도가 높아지고 일시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더 괴롭고 견디기 어렵습니다. 살아가면서 이러한 아픔에 대처하는 마음을 준비해왔다면 어느 정도 의연하게 지날 수 있겠지만 느닷없이 찾아오는 불청객과 같은 통증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알고 싶지 않은 것 중에 하나가 고통일 것입니다. 아픔에 대해 마주하고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며 그 아픔을 어떻게 벗어나야 되는지에 대해 배워본 적이 없습니다. 고통이나 아픔은 스스로 극복해야 될 문제이며 혼자서 고독하게 짊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어느 종교에서 인생은 고통이라고 말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생명을 유지하고 지속시키는 행위 전체가 모두 고통에 해당한다는 종교적 교훈은 꼭 아플 때가 되어서야 이치를 알게 됩니다. 종교적인 내용이 인생은 고통이라 해도 너무 허무주의로 빠질 필요는 없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시간 중에서 고통이나 아픔의 시간보다는 행복하고 평온한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입니다.

암과 같은 병과 투병하면서 지나야 될 여러 가지 관문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통증이며 넘어야 될 산 중에 하나입니다. 어떤 산은 높고 가파르지만 또 어떤 산은 수월하게 즐기면서 넘을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등산에 자신 있고 뛰어 나지만 어떤 사람은 산을 오르는 일 자체가 어렵고 힘듭니다. 이러한 상황적 특성이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산은 저 앞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을 지나야만 우리가 가야될 목적지가 있는 것입니다. 극심한 통증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저 산을 넘을 것이며 그렇지 않다면 포기할 것입니다. 아픔을 수월하게 넘기는 방법 중에 하나가 의지이며 그것은 커다란 무기가 됩니다. 또 산은 모두에게 같은 높이지만 의지 강도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고통이 찾아와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호흡명상입니다. 진통제처럼 순간적으로 통증을 누그러뜨릴 수는 없겠지만 호흡명상을 꾸준히 시도하면서 어느 정도 익숙해진다면 순간적으로 찾아오는 통증과 고통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서서히 생깁니다. 속수무책으로 고통을 느끼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나라도 시도해 보는 적극적인 태도가 중요합니다. 진통제에만 전적으로 의지하던 고통은 서서히 내가 조절할 수 있는 단계로 변하게 되며 삶의 질도 그에 따라서 향상됩니다.

고통과 괴로움이 순간적으로 찾아오지만 아직 정신을 갖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호흡명상 자세를 취합니다. 평소 호흡명상을 해왔다면 바로 그 자세를 취합니다. 아니면 지금 처음으로 호흡명상이라는 것을 해야겠다는 분은 아래의 자세 잡는 법을 따라하시면 됩니다.

1. 앉을 수 있는 분은 양반 자세로, 아니면 의자에 앉아 눈을 감습니다. 이때 등받이에 기대기보다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엉덩이와 90도로 맞춥니다. 발바닥은 지면과 맞닿게 합니다. 앉을 수 없는 분은 대(大)자의 자세로 편안하게 누워 눈을 감습니다.

2. 얼굴, 목, 어깨, 팔, 몸통, 다리 순서로 느낌을 파악하면서 힘을 뺍니다.

3. 숨이 코와 목을 통해서 폐로 들어가는 것을 상상하면서 바람이 들어가고 나가는 것이 맞는지 느낍니다.

4. 숨이 들어올 때는 몸이 부풀어 오르고, 숨이 나갈 때는 몸이 수축됩니다. 공기의 흐름에 따라 부풀어 오르고 수축되는 반복이 하나의 리듬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음악을 연주할 때 박자를 맞추는 것과 같습니다.

5. 박자는 처음에는 빠르지만 조금씩 느려지고 그렇게 마음도 서서히 안정을 취합니다.

6. 통증이 있는 부위에 신경을 집중하며 그 통증을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호흡을 깊고 길게 쉬면서 계속해서 통증이 있는 부위에 계속 집중을 합니다. 참기 힘들다면 진통제를 사용해도 무방합니다. 그저 무심하게 고통과 통증을 바라보면서 느낍니다.

이렇게 집중된 상태로 호흡을 하면서 시간을 지내다 보면 통증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그렇다고 진통제를 맞은 것처럼 일순간에 어떤 작용이 일어나지는 않지만 서서히 스스로의 아픔을 바라보는 능력이 생기며 통증이 주는 메시지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호흡명상은 딱히 무언가 정해져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연습이 가깝습니다. 악기를 제대로 연주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며 또 그렇게 악기 연주를 연습하며 시간을 많이 보낸 사람일수록 능수능란한 연주를 할 수 있습니다. 호흡법은 몸과 마음이 하나의 악기이며 역시 꾸준히 연습을 하게 되면 몸과 마음을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서서히 생깁니다.

얼마의 시간을 그것과 함께 보냈느냐에 따라서 실력이 결정되는 것처럼 많은 시간, 그리고 꾸준히 이러한 연습을 해왔을 때 결정적인 순간에 그 빛을 낼 수 있습니다. 무대 위에서 신들린 듯 연주를 하는 음악인들이 그러한 경지에 오르기까지 숱한 밤을 지새우며 연습을 했을 것입니다. 호흡명상도 문득, 순간적으로 찾아오는 몸과 마음의 고통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힘든 조건을 이겨낸 암 생존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병원은 나의 몸을 살렸고, 마음은 나의 삶을 살린다.”

아무리 아파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지속시키는 일이 중요하며 그런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호흡법입니다. 종교적이지 않고 가장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나를 지키는 일, 바로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는 일입니다.

월간암(癌) 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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